[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최근 유가가 폭락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유가 하락 쓰나미는 이를 기초로 만들어진 금융 상품들의 수익을 위협한다. 그러나 반대로 아직 투자를 시작하지 않은 투자자들 입장에선 지금이 저점 매수 시기인지 관심이 쏠린다. 과연 유가의 바닥은 어디일까? 지금 투자해도 괜찮은 걸까?

30일 최근 3개월간의 WTI(서부텍사스유)를 기준으로 유가 시세를 살펴보면 지난 1월 6일 최고점인 63.27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28.70달러까지 떨어지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30달러가 깨졌다. 이후 지난 18일에는 최저 20.3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심지어 30일 WTI는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떨어지면서 장 중 배럴당 19.92달러로 거래되기도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밝혔다. 이는 18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달러 아래까지 갔다오니 투자자들은 바닥이 어디일지 몹시 궁금하다.

▲ 출처=네이버금융

유가 하락, 바닥은 어디인가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거래되는 유가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지지선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고 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미국 간에 벌어지는 치킨게임이 과거에도 있었는데, 당시 갑자기 반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팀장은 "증산 경쟁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책 담당자의 판단에 따라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현재 유가가 낮지만 상황에 변화가 없어 바닥을 찾는 것은 어렵다"고 다시 말했다.

김정현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2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변동성이 높아져 정확한 예측이 어렵지만 지금이 바닥인 듯 하다"고 추측했다.

그는 유가 지지선을 대략 20달러 정도로 내다봤다. 그러나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0달러 밑으로 하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소현 연구원은 "올 2분기에 저점을 확인한 뒤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원유 수요의 회복 여부와 OPEC 협상 여부 가능성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0달러대가 저점 매수 시점"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상승과 하락'이 오는 4월과 2분기까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선임연구원도 "유가의 실질효과 지지대는 20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 총괄 팀장은 "과거와 달리 이번 협상 이슈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추측된다"며 "유가에 대한 절대 레벨을 말하긴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그는 "20달러를 전후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으로 추론된다"며 "단기적으로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유가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20달러, 그리고 현재의 수준이 어느 정도 바닥에 다달았음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대다수의 의견이다.

유가 하락 사태 언제까지, 반등 시점은?

김정현 선임연구원은 올 2분기 말 혹은 3분기 초를 유가 반등 시점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는 4월 원유 수요가 줄다가 오는 5월 회복될 것"이라며 "3국 간의 원유 공급 이슈가 곧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합의를 통한 수급 밸런스 조율은 어렵지만 오는 2분기 말부터는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우제 흥국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쯤 유가 반등 시기가 올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슈가 끝나고 원유를 사지 않던 업체들이 다시 사면 주가가 올라가면서 유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종식 외엔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3국 간의 합의로 생산량을 줄일 순 있어도 수요 쪽이 이를 못 따라간다는 것이다.

원민석 선임연구원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원유 수요가 회복돼야 할 것 같다"며 "러시아와 미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싸우는데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 원유 수요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류종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경우는 상황이 계속 저유가 기조로 가고 있어서, 오른다해도 얼마나 갈지 모른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저점 매수 시기? "NO"

그렇다면 유가 관련 투자 상품을 저점 매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봐도 될까?

이 부분에 대해선 모두 "시기 상조"라고 답변했다.

장희종 팀장은 "1년 뒤 지금을 바라보면 분명 가격대는 낮아 저점일 수 있지만 이게 회복되기까지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변동성에 대한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당장 저점 매수를 생각하기엔 성급하다는 판단이다.

그는 "일단 3국 간의 치킨게임이 진정돼야 한다"며 "수요는 없고 공급은 쏟아질 예정인데, 이에 대해 변동된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또 오는 4월에 정말 증산 경쟁이 시작될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즉 3국의 합의로 수요와 공급 부분 해결에 대한 부정적인 시그널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유가가 반등한 것을 확인한 뒤 투자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는 조언이다.

장 팀장은 "몇 달러 더 비싸더라도 그게 정상적인 투자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진우 팀장도 "예측하고 투자에 들어가기 보단 안정화된 뒤 투자를 시도해야 한다"며 "단순히 유가가 빠졌다고 새롭게 투자하기 보단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론적으로 접근 했을 때 공급 측면에 대한 협상이 마무리 되면 유가가 40달러 정도로 회복할 듯하다"며 "타협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즉 유가만 놓고 보면 저점은 맞지만 이를 매수 기회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류종하 연구원은 "투자 매력도만 놓고 보면 현재의 유가가 괜찮지만, 어느 정도 수요가 늘어나는 게 보여야 투자를 했을 때 매수 실익이 발생한다"며 "수요가 안정화되는 것을 보고 투자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난 공급 대비 수요가 올라가줘야 투자 매력이 있다는 게 류 연구원의 설명이다.

원민석 선임연구원은 이 같은 하락세에서 유가 관련 상품에 투자를 하려면 유가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정현 선임연구원은 현재 원유 시장에서 신 구매자는 없고, 초단타 구매자들만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현 실수요에 대한 펀더멘탈 분석이 어렵다고 그는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