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선거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며칠 전 TV에서 정치인들간 토론 하는 걸 들어보니, 토론 초반에는 이성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듯 하다가 앞서 발언하는 상대의 견해를 다 듣기도 전에 중간에 끼어들어 말을 자르고, 어떤 정치인은 상대에게 심지어 감정 실린 언짢은 표현까지도 해가며 기어이 상대방의 발언 순서임에도 본인의 견해를 쏟아 내더군요. 서로 앞다퉈 자신의 견해를 관철시키는 모습이 흡사 써라운드 잡음처럼 느껴져 언짢은 마음에 TV를 꺼버렸습니다.

비즈니스 토론문화는 어떨까요? 확실히 과거보다는 협의 중간에 상대방의 말을 무례하게 자른다거나 자기 주장과 다를 경우, 독선적으로 내 의견만 관철하려는 모습은 상당히 줄었습니다. 글쎄, 이러한 변화가 우리의 민주적 성숙도가 올라갔기 때문만이라 생각해야 할까요? 아니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문화의 접점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변화, 발전한 것일까요? 무엇이던 하나의 요인으로 결론 짓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영-미인들이 토론할 경우, 앞 토론자나 상대방이 의견을 피력하고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경청을 한 후, 자기 차례를 지켜 반론을 개진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영-미식 토론문화가 우리보다는 더 성숙한 문화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각도로 보고 싶은데요. 그렇게 보는데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이들 토론문화의 이면에 영-미인들의 모국어인 영어에 내재된 특성이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즉, 언어 유형학적으로 영어는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문장내 고정된 ‘순서’와 ‘위치’가 기능성을 갖고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단어의 위치가 바뀌면 주어가 목적어가 되며, 주체가 뒤 바뀌는 것처럼 말이죠.

두번째로는 이들 영-미인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인‘저맥락 커뮤니케이션 (Low context communication)’방식 때문으로 봅니다. 이 방식은 말 그대로 의사 소통시 상황의 전후 맥락을 통해, 대화의 진의를 유추하지 않고‘직접적’이고 ‘명확한’ 표현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우리가 소위 행간을 읽는다고 하는데 이런 방식에서는 이것을 가급적 피합니다. 어떤 사안이 있다면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고 논점을 직접적으로 짚습니다. 당연히 중간에 끼어들거나 애매모호하게 마무리 짓거나 종료하지 않고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을 못 견뎌 하지요.

언어유형과 의사소통 문화가 다른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어는 영어와 달리, 세계에서 가장 융통성 있는 언어로 위치에 전혀 구애 받지 않고 의사소통이 가능합니다. 또한, 우리는 대화의 전후 맥락 관여가 높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고맥락 커뮤니케이션 (High context communication)’ 문화에 속합니다. 즉, 대화의 전후 상황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의도를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고, 단어의 순서와 위치에 대한 제약 없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형식의 언어속성을 가진 것입니다. 그런 언어의 특성이 내재되어 우리 한국인들은 대체로 대화의 중간에 끼어 들거나 의사소통 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고, 토론시에도 상대방의 핵심을 중간 정도 들어보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유추해내는 데에 큰 무리가 없습니다.

국가별 토론문화는 상이합니다. 장점과 단점도 모두 존재하지요. 그럼에도, 비즈니스에서는 특히나 중요한 협상을 두고 토론하는 상황이라면 더욱이 상대방의 토론방식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가 영-미인들이라면 이들이 순서에 입각하여 발언하고 토론중간에 끼어들지 않는 문화라는 것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유리합니다. 그 배경에는 상대방의 견해와 논리를 끝까지 잘 들어야만 나와 다른 견해 시 상대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맞추어 반박하거나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가 뒷받침되기 때문이죠. 대충 맥락을 통해 결과를 알 것 같다 하더라도 상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핵심을 꿰뚫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상대의 토론방식을 이해하고 협상 및 토론에 임하십시오. 비즈니스 승률이 달라질 것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품격 우리 모두 실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