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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20달러 무너져...최악 나비효과 벌어진다셰일가스 업체 줄도산 위기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경쟁이 촉발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밀렸다. 실제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9일(현지시간) 한때 배럴당 19.92달러로 떨어졌으며 브렌트유 선물도 6% 내린 23.03달러로 힘을 쓰지 못했다. 2002년 이후 배럴당 20달러가 무너진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본격적인 저유가 시대가 시작됐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연쇄적인 후폭풍에 시선이 집중된다. 당장 미국 셰일가스 업계의 위기가 심해지는 가운데 몇몇 정치적 변수까지 거론되며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pump jack). 출처=뉴시스

현재의 저유가 기조 중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 있다. 당초 코로나19로 국제원유 수요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사우디가 러시아에 감산을 요청했으나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않자, 사우디가 오히려 공격적인 증산 카드를 꺼내자 러시아도 맞대응하는 치킨게임이 벌어지는 중이다.

5000억달러가 넘는 외환을 보유한 사우디는 증산을 통해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당분간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하다. 그런 이유로 러시아가 감산을 받아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오히려 증산을 통해 판을 뒤엎어 글로벌 원유 시장의 패권경쟁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러시아도 만만치않은 자신감을 무장했다는 점이다. 역시 막대한 외환 보유고를 자랑하는 한편 조만간 푸틴 대통령의 종신집권을 가능하게 할 국민투표를 앞 둔 상태에서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경제적 리스크는 오히려 내부 체제의 결속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 특히 이번 기회에 채산성이 낮은 미국 셰일가스 업계를 궤멸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한 편이다.

당분간 양측이 부채질하는 국제유가 하락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시리아 내전에서 발을 빼며 사우디와의 공조도 삐걱이는 가운데, 사우디에 감산을 요청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도 묵살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비축유를 크게 늘리며 국제유가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큰 틀에서의 국제유가 하락은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국제유가 하락을 우려하는 이유는 자국의 셰일가스 업체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2008년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로드맵으로 셰일가스에 주목한 바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뛰는 호황기가 이어지자 정부 차원의 셰일가스 장려정책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반 셰일가스의 가능성에 미온적이었으나 이내 러시아 및 이란,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이어가며 자국 셰일가스 업계의 생존에 도움을 줬다.

이대로 셰일혁명이 완성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셰일가스의 한계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셰일가스는 에너지 업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자 '혁명'으로 불렸으나 여전히 채산성이 낮아 저유가 흐름에 취약하고, 무엇보다 채굴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심하며 가스형태로 추출되어 유통하기도 어렵다. 또 기술이 발전했으나 셰일가스 자체가 일반 원유 및 천연가스가 묻힌 곳보다 낮은 곳에 매장되어 채굴하는 비용이 높다.

그런 이유로 2010년대 중반 사우디와 러시아가 공조해 증산에 돌입, 국제유가가 하락할 당시 미국 셰일가스 업체들은 줄줄이 도산한 바 있다. 이 때 미국 정부는 셰일가스 업계를 살리기 위해 금융권의 자금을 대출 형식으로 셰일가스 업계로 돌렸고, 이는 미국 제조업의 부흥이라는 일차적인 효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황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협의가 깨지고 증산이 시작되는 한편 배럴당 20달러가 깨지는 등 본격적인 저유가 시대가 도래하자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더욱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무디스에 의하면 앞으로 4년간 미국의 석유 및 가스 기업은 870억달러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며 이 중에서 셰일가스 업체가 상당부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가 무너지면 이에 대출을 단행한 미국 금융기관들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전조는 보인다. 당장 미국 원유시장에서 저유가 여파로 원유를 판매할 때 오히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유가로 원유 보유량이 늘어나며 이를 저장할 장소가 부족하고, 이에 돈이 들어가자 나온 긴박한 조치다.

여기에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오히려 천연가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저유가로 셰일원유를 채굴하는 기업들이 속속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황에서 오히려 천연가스의 잠재적인 몸값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셰일가스 업체들은 채굴 과정에서 천연가스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현장에서 태워버리는 일이 많았으나, 이제 셰일원유 자체를 채굴하지 않자 투자자들은 부산물 취급을 받던 천연가스의 몸값에 주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은 원체 불안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저유가 기조로 타격을 받을 경우 금융권까지 그 후폭풍이 벌어질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를 설득해 감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나, 시리아 내전 문제로 사이가 틀어진 사우디가 미국의 압박을 무시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러시아도 지난 고유가 기조에서 미국의 셰일가스 업계가 자국의 희생을 갉아먹으며 몸집을 키웠다는 기억이 선명하기 때문에, 당분간 저유가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셰일가스 업계에 최악의 위기가 오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3.30  09: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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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최진홍, #트럼프, #미국, #러시아, #부산, #국제유가, #무디스, #투자,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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