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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인사이드] 빌 게이츠가 주목한 메이드 인 코리아 '노아의 방주'반전의 반전...끝나지 않는 위기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하는 가운데 2011년 영화 <컨테이젼>이 주목받고 있다. 중국 박쥐에서 생겨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아 치사율 20%의 공포스러운 전염병이 된다는 설정이 현재의 코로나19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는 중국의 천산갑에서 시작되어 한 수산시장에서 최초 발현되었으며, 이후 세계로 번지며 최악의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 사람들은 영화의 공포가 현실이 되는 장면에 주목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이자 최근 이사회 이사에서도 물러난 빌 게이츠도 비슷하다. 그는 24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방송된 TED커넥트에서 "이미 상황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라면서 "코로나19를 셧다운 없이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지나쳤다"고 강조했다. 영화 <컨테이젼>의 공포가 이미 현실이 될 정도로 심각하다는 뜻이다. 그는 이어 "타협안은 없다"면서 "미국은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넷플릭스서 방영된 다음 판데믹. 출처=갈무리

빌 게이츠의 경고
빌 게이츠는 지난해 1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다음 팬데믹(The Next Pandemic)>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해 새로운 전염병이 창궐하며 세계를 위험에 빠트릴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는 현업에서 손을 뗀 후 공익재단을 운영하면서 인류의 숙적은 전염병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각 국 정부의 전사적인 대비태세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미 움직이고 있다. 그는 아내와 함께 만든 공익재단인 빌앤멀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 및 자선단체 웰컴, 생명공학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결성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치료제 개발 촉진을 위해 결성한 '코로나19 테라퓨틱스 액셀러레이터(The COVID-19 Therapeutics Accelerator)'를 중심으로 전염병 극복의 최전선에 섰다는 평가다.

마크 수즈먼 빌&멜린다게이츠재단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으로부터 취약 계층 등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선 연구개발을 촉진해야 하며, 이런 이유로 정부, 기업 및 자선 단체들이 힘을 모아 연구개발 기금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전염병은 언제나 인류의 역사와 함께였다. 특히 수렵생활을 끝내고 농경생활을 시작하며 문명을 건설하는 한편 가축과의 접촉이 많아지며 치명적인 전염병이 크게 늘어났다. 당장 14세기 중반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30%를 '살해'했고 1592년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던 아즈텍 문명은 천연두라는 최악의 전염병을 만나 스페인 군대가 들이닥치기 전 이미 빈사상태에 빠진 바 있다. 1918년 처음 발병한 스페인독감은 유럽에서 무려 5000만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이런 가운데 빌 게이츠는 21세기 현대인류의 숙적은 여전히 전염병이며, 이에 대응해야 인류의 존속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 선구자로 각광받는 분위기다. 실제로 그는 인류를 위협하는 최악의 적은 전염병이며, 이를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본인 스스로 액션플랜을 가동해 숙적과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 29일 9시 기준 전 세계에는 무려 64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고 사망자는 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 빌 게이츠. 출처=갈무리

"한국의 모델"
코로나19로 대표되는 최악의 전염병이 현대인류의 숙적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인류 멸종의 위기마저 느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다소 지나치지만 최소한 인류가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거나, 혹은 핵전쟁이 일어나 지구가 파괴되는 한편 소행성 충돌이 벌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현실감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세계의 이동이 막히고 각 국의 증시가 마비되며 일자리를 잃는 실업자들이 많아지고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지점에서 영화 <컨테이젼>의 현실을 우려하는 빌 게이츠가 한국을 주목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며 이 문제가 글로벌 공조의 틀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한국의 코로나19 극복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가 지목한 한국의 코로나19 극복은 민주적인 방식의 문제접근과 신속 및 정확한 대응체계를 의미한다. 실제로 한국은 코로나19 발병 초기 적시에 진단키트를 투입해 공격적으로 확진자를 찾아냈으며 치밀한 역학조사와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와 같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코로나19 전쟁의 승기를 잡았다. 여기에 중국처럼 도시를 봉쇄하지 않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며, 정부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 동참한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 영화 <컨테이젼>의 한 장면. 출처=갈무리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을 집필한 유명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파이낸셜타임스에 20일(현지시간) 기고한 글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현대사회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기술을 통해 모든 사람들을 24시간 감시하는 사회"라면서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시민들의 스마트폰을 감시하고 다수의 CCTV를 동원하는 한편 의심환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건강상황을 보고하도록 강제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에 대해서는 "시민과 정부가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전제주의적 사고방식을 걷어낸 상태에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였다"면서 "한국과 대만처럼 시민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아닌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입체적이고 공개적인 방역이 정답"이라고 추켜세운다.

빌 게이츠와 유발 하라리 모두 코로나19가 위기상황이며, 현재 영화 <컨테이젼> 실사판이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를 가진 상태에서 나란히 한국식 대처에 집중한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두 사람이 나란히 한국을 격찬하면서 서로 다른 점을 보는 대목은 미묘하다.

실제로 빌 게이츠는 미국이 코로나19에 조기 대응할 시간을 놓쳤으며 이미 셧다운은 피할 수 없고, 결국 신속하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한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고 봤지만 유발 하라리는 한국의 속도보다 민주적 방식에 더 무게를 뒀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방식이 속도와 민주적 방식이라는 두 가지 장점 모두를 가지고 있으며, 유발 하라리의 경우 후자에 더 집중하며 '코로나19 이후의 정부'를 다소 정치학적으로 분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출처=뉴시스

메이드 인 코리아 노아의 방주, 뜰까?
빌 게이츠와 유발 하라리 모두 한국의 코로나19 대처에 주목하며 그 중심축을 달리 설정하기는 했으나, 사실 속도와 민주적 영역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전 세계가 한국에 진단키트를 수출해달라 요청하는 한편 최근 G20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받아들인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유다.

한국전쟁의 폐허속에서 아시아 최빈국으로 휘청이던 나라가 이제 세계의 이목을 끄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됐다. 전 세계가 영화 <컨테이젼>의 실사판으로 전락하는 가운데 빌 게이츠와 유발 하라리가 한국식 모델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다.

이 지점에서 모두가 격찬한 한국식 모델에 대한 집중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과연 메이드 인 코리아 '노아의 방주'는 전 세계를 수호할 수 있는 구원이 될 수 있을까.

한국 외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평가받는 중국, 대만, 싱가포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코로나19가 발병하자 근원지인 우한을 봉쇄하는 초강수를 통해 사태의 확산을 막았다. 그러나 통계의 정확성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도시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방식은 엄청난 경제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 약점이다.

대만은 어떨까. 대만은 코로나19 사태 초반 적극적으로 중국과의 통로를 닫아 걸어버리는 한편 국내에서 격리자가 위치를 벗어날 경우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내세웠다. 국내 일부에서 가장 선호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대만에서 올해 1월 중국과 날을 세우는 차이잉원 민진당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 대만과 중국의 양안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으며 대만 정부는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중국과의 소통을 닫아버리는 것을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중국과 정치 및 경제적 교류가 많은 한국이 쉽게 차용하기 어렵고,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거래를 당장 중단하기 어려운 세계 각 국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 사태 초반 투명한 방역조치와 정보공개, 당국의 강력한 조치로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다만 인구가 7만명을 갓 넘기는 수준이라 방역 전략을 세우기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무엇보다 국가체계의 특성상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특수성이 있다. 몇 백만명 수준의 국가들이 참고하기에는 싱가포르라는 테스트 베드는 너무 '얇다'

결국 51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전 세계와 소통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에 있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에 나서는 한편 민주적인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한국의 모델이 더욱 각광을 받는 분위기다. 그 연장선에서 빌 게이츠는 속도에, 유발 하라리는 민주적 방식에 집중한 셈이다. 지금처럼만 사태가 흘러가며 사회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 방주는 최악의 전염병 홍수에서 세계를 구할 수 있는 위대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 출처=뉴시스

반전의 반전
메이드 인 코리아 노아의 방주가 세계의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여전히 리스크도 존재한다.

최근 국내 확진자 숫자가 다시 세 자릿수로 돌아선 가운데 해외서 입국한 확진자들이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시민의식이 흐릿해지는 장면이 부담이다. 속도감있게 펼쳐지던 방역에 피로가 쌓이고 민주적 방식에 대한 느슨한 방심이 곳곳에서 연출되며 전쟁의 판도가 요동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2주간 격리 의무화’ 카드를 꺼냈으나 일각에서는 다소 늦었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한국식 모델이 각광을 받으려면, 이 모든 사태가 끝날때까지 빌 게이츠와 유발 하라리가 주목한 한국식 모델의 장점이 끈질기게 발휘되어야 한다.

그 주요 동력은 다름아닌 높은 시민의식. 현 상황에서는 시민의식이라는 변수가 마지막 선택지다. 이는 최악의 <컨테이젼> 시나리오가 한국에서만큼은 구현되지 않았던 유일한 비결이자 앞으로의 싸움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3.29  22: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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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영
참 글 잘 쓰셨네요. 요즘 같은 세상에 좀처럼 기자 칼럼을 안 읽는데, 시각과 논점이 명확하고, 쉬운 논리 전개, 명문입니다. 처음 보는 신문인것 같은데, 기억하겠습니다. ER, 최진홍 기자.
(2020-03-29 23: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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