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호텔롯데가 채무상환 목적으로 사모채 시장에서 800억원을 발행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500억원과 300억원을 각각 2.074%, 2.450%에 조달했다.

올해 1월 호텔롯데는 공모채 시장에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 후 세 달만에 다시 외부 차입을 진행했다. 올 초까지만해도 호텔롯데는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수요예측에서 사전청약률이 높아 기존 모집액보다 두배 규모로 증액 발행하는 등 자금조달이 원할했다. 그러나 이달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모채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차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롯데는 이달 조달한 금액 800억원 중 500억원은 3년 만기에 2.074% 금리로 발행했지만 300억원은 15년 만기에 연 2.450%로 조달했다. 10년 이상인 장기채를 비교적 낮은 금리로 발행해 이목이 쏠린다. 금리 상승기였던 2018년에 호텔롯데는 15년 만기 회사채를 사모채 시장에서 4.18% 금리로 발행했다.

호텔롯데는 올해 상환해야할 회사채 규모만 4950억9000만원 달하며, 만기가 다가오는 기업어음(CP)도 2500억원 가량 남아있다. 1년 안에 갚아야하는 유동부채만 7000억원이 넘는 만큼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A(안정적) 수준이다. 최근에는 우량 등급 채권도 수요 확보가 어려워 일부 기업은 사모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추세다.

▲ 출처=금융투자협회

회사채 수요 위축 속 기준금리 마저 0%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은행 차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기업이 늘어나,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이달 단기차입금 증가를 결정한 기업은 두산·두산중공업, 롯데칠성음료, 신세계 I&S, KR모터스,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진에어, 아주캐피탈 등이다. 이들 기업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거나 당좌차월 한도를 늘리고 있다. 또한 최근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도 증가해 주목된다.

이달 현대로템, 대호에이엘, 쎌마테라퓨틱스, 금호전기, 조일알미늄, 지코 등 5개사가 채무상환 목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 이사회는 기업어음(CP)과 회사채 상환 등 채무 상환 목적을 위해 이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까지 3년째 영업적자가 발생해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만큼 비용 부담이 높아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환사채는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채권 인수자가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떨어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긴급할 경우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로 쓰인다. 현대로템은 이달 24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해당 전환사채의 만기일은 2023년 6월이며, 전환될 수 있는 주식수는 전체 주식의 22.46%에 달한다.

한편 금융권을 제외하고 3월 한달간 공모채 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한 곳(태영건설)뿐이다. 다음달부터 기업들이 갚아야 하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가 6조5000억원에 달해 자금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항공사들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와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