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가 27일 양측이 동일하게 50% 지분에 참여하는 자율주행 전문 합작법인(Joint Venture)의 설립 절차를 공식 종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합작법인의 본사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하며 미국과 아시아 전역 기술센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사실 앱티브와의 합작법인은 현대자동차 모빌리티 전략의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그 일부가 가지는 의미는 묵직하고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 출처=현대차

위기 응시하며 도전의 기회 찾다
글로벌 모빌리티의 역사는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에서 시작해 연결의 고도화를 추구하는 다양한 가능성 타진이 이뤄진 후, 자율주행 및 스마트시티의 비전을 묶으며 '이동하는 모든 것'을 얼마나 '친환경'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로 수렴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곧 모빌리티의 혁신이 아니며 콜택시앱은 모빌리티 혁명의 토양일 뿐이다.

현대차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상당히 오랫동안 품었고, 해법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를 한 바 있다. 지난해 연 매출 100억원 돌파의 금자탑을 쌓았음에도 현대차가 잔뜩 긴장했던 이유다. 당시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선진국 판매 부진이 심화되는 등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위기를 넘을 핵심 전략은 모빌리티 전략이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가 당연히 불편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차량공유 플랫폼이 발전시킨 모빌리티 트렌드에 주목하며 최악의 위기에서 도전의 기회를 모색하는 셈이다.

현대차 입장에서 모빌리티 전략에 뛰어드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다. 이미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구글 등 ICT 기업과 손을 잡거나 독자적으로 자율주행차 실험에 돌입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는 자사가 보유한 내연차량기술과 ICT 기술 및 인공지능 등 다양한 신기술을 덧대는 방식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엔비디아, 바이두 등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자율주행기술을 타진하는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앱티브다. 앱티브는 미국에서 자율주행기술을 고도화시키는 한편 실제 주행을 바탕으로 관련 빅데이터를 풍부하게 쌓은 곳으로 정평이 났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앱티브와의 합작법인 출범 소식을 알리며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 자신한 이유다.

이 외에도 다양한 투자와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SK, LG, CJ는 코드42에 총 300억원을 전격 투자했으며 현대기아차는 2018년 1월 싱가포르의 그랩에 300억원을 투자했고 그해 7월에는 메쉬코리아에 225억원, 중국 임모터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나아가 8월에는 인도 레브에 150억원을, 11월에는 싱가포르 그랩에 추가로 3033억원을 투자했으며 2019년 3월에는 인도의 올라에 약 3700억원을, 이어 KST모빌리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2018년 9월 3대 전략 방향으로 Clean Mobility(친환경 이동성)와 Freedom in Mobility(이동의 자유로움), Connected Mobility(연결된 이동성)를 제시하며 2023년까지 6조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 출처=현대

냉정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현대차와 앱티브의 만남은 자율주행기술과 그에 따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의 공유라는 의미가 있다. 부품업체 델파이에서 분사된 앱티브 자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차의 제조 능력이 더해지며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이 가장 고무적이다.

다만 현대차의 모빌리티 전략이 지나치게 넓어지며, 이 과정에서 플랫폼 생태계와 멀어지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버와의 협력으로 지상과 하늘을 오가는 새로운 모빌리티 전략을 구사하지만 막상 그 플랫폼의 운영을 현대차가 맡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초 CES 2020 현장에서 우버와의 협력을 전격 발표한 가운데, 우버에어를 가동하며 이미 하늘길을 노리는 우버는 믿을 수 있는 제조 파트너로 현대차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 사진=최진홍 기자

당시 현장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은 "현대차가 항공과 관련된 기기를 제작한 적은 없지만 자동차 업계가 점점 커넥티드카 트렌드로 변하며, 제조사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무엇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제조사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버가 현대차의 손을 잡은 맥락은, 현대차의 항공 및 자율주행기술이나 모빌리티 혁명의 가능성이 아닌,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차는 국내 일부 지역에서 라이드 풀링 서비스(Ride Pooling) 셔클을 가동하는 한편,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전기차 로드맵을 키우기 위한 구독서비스를 단행하며 관련된 기초체력을 키우고 있다. 또 셔클을 통해 플랫폼 택시 로드맵의 중심에 선 KST모빌리티와 협력하는 중이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현대차가 모빌리티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는 시그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당장 현대차의 관심은 유럽의 환경규제를 의식해 수소차와 전기차 등을 키우면서 여기에 자율주행기술을 탑재하는 수준이다.

▲ 서클. 출처=현대차

이러한 전략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며, 많은 완성차 업체들은 대부분 현대차의 기조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인 자율주행기술을 키우며 일부 구독 서비스를 단행하는 선에서 ICT 플랫폼의 내부에 들어가는 기기를 제공하는 선에 머물러 있다. 그런 이유로 현대차가 모빌리티 플랫폼에 편입되지 않는 장면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왕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입체적이고 과감한 전략을 구사한다면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의 운영 및 조율까지 욕심을 낼 필요도 있다. UAM은 하늘을 정조준한 모빌리티 전략이며 PBV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수용 가능한 개인화 설계 기반 도심형 친환경 모빌리티로 정의된다. 또 Hub는 하늘의 UAM과 지상의 PBV를 연결하는 구심점이자 새로운 커뮤니티다. UAM과 PBV가 각각 하늘과 땅을 의미한다면, Hub는 이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 사진=최진홍 기자

이 플랫폼의 운영을 바탕으로 완성차 업체 중심의 시각을 키운다면 ICT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빌리티 기업과는 전혀 다른 측면의 혁명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앱티브와의 협력에 있어 현대차의 로드맵은 더욱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당장 레벨4, 5 수준의 기술력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앱티브가 미 전역을 오가며 얻은 빅데이터, 악천후를 뚫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물론 부품으로의 하드웨어 기술력에 현대차의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한다.

다행히 앱티브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파트너다. 2015년과 2017년 각각 자율주행 유망 스타트업으로 꼽히던 오토마티카(ottomatika)와 누토노미(nuTonomy)를 인수하는 한편 부품업체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입체적 가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구사업으로 평가받던 택시들이 ICT 기업과 만나 플랫폼 택시가 등장하고, 택시라는 업의 본질을 중심으로 삼아 ICT 기술을 빠르게 체화하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차도 완성차 업체로서 자율주행 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의 운영 등 ICT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대차의 모빌리티 플랫폼 진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며 완성차 업계의 트렌드도 아니지만, 이왕 광범위한 투자로 하늘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전략을 가동한다면 이를 운영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것도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