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출처= 각 사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이커머스 업체의 비약적 성장으로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대기업 3사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3사는 지난해와 달라진 희망적인 내일을 도모하며 2020년을 시작했고 설 명절 소비회복세의 좋은 분위기를 타려던 찰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초비상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이에 유통 3사는 2020년 첫 주주총회에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결연한 의지가 반영된 대응 방안들을 내놨다. 3사가 공통적으로 앞세운 키워드는 바로 ‘선택과 집중’이었다. 

롯데 “이커머스에 집중, 오프라인 구조조정 단행”

27일 열린 롯데쇼핑 주주총회에서 롯데는 자사 유통사업의 중심을 이커머스 확장에 둘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미리 공표된 대로 비효율 점포의 구조조정을 올해부터 시작되며 예정된 것보다 구조조정의 일정을 앞당기는 안이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공표됐다. 철저한 효율화를 목표로 하고 백화점·마트 등 각 사업부는 현 상황에 맞는 운영전략을 실행에 옮긴다. 이를 통해 확보하는 롯데쇼핑의 재무안전성은 이커머스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된다. 

▲ 출처=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주총에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에 공개될 롯데의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ON)’에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 붓는다”라면서  “롯데ON은 국내 유통사 중 최대 규모인 3900만명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쇼핑 공간을 제공하며, 롯데 유통사의 상품을 포함해 총 2000만 개에 이르는 상품군 구성과 전국 1만 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옴니채널을 구현하는 독보적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쇼핑은 이번 주총에서 홤범석 백화점사업부장, 장호주 쇼핑HQ 재무총괄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는 그간 거의 모든 롯데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아 온 신 회장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등 다른 주요 주주들이 ‘과다 겸직’을 문제삼은 것을 반영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신세계 “손익과 현금흐름 개선”

롯데와 마찬가지로 신세계그룹도 주주총회에서 재무건전성을 통한 안정적 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안들을 내놨다. 주총에서 신세계그룹은 “투자와 비용의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비용 혁신, 원가절감, 운영효율 강화 등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체질 개선을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밝혔다.  

일련의 계획들을 실천하기 위해 신세계그룹은 백화점부문((주)신세계) 차정호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하고 권혁구 신세계 전략실장, 김정식 지원본부장 등 기존 인원들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영입한 강희석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주요 사업부문의 대표이사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해 책임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 SSG닷컴 신규 온라인 광고 캠페인, 출처=SSG닷컴

이마트는 실적이 부진한 기존 마트를 확장하는 것보다는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트레이더스, 스타필드 등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채널을 관리하고 이커머스 플랫폼 SSG닷컴의 물류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영의 방향성을 잡았다. 아울러 이마트는 이번 주총에서 그동안 외부에 맡겨왔던 전기차 충전, 전기관련 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추가해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현대백화점그룹 “백화점·면세점 집중”

현대백화점그룹은 경쟁업체들이 이커머스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관점의 향후 전략을 공표했다. 25일 열린 주총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 채널의 과도한 확장을 지양하는 대신 장기 관점의 전망이 좋은 사업(면세점)과 기존의 주력사업(백화점)의 역량 강화에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커머스의 경우 각 채널에 속한 온라인몰 운영 그리고 전문 이커머스 업체에 백화점을 입점시키는 우회 방법을 선택해 당장 많은 자본을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해치는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방향성을 추구한다.

▲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 출처= 현대백화점면세점

그 외로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총에서 정지선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 장호진 기획조정본부장의 시내이사 신규 선임안, 그리고 결산 배당금을 2018년 대비 100원 오른 1000원으로 상향시키는 안을 통과시켰다.    
  
코로나19 비상 정국에서 유통 대기업 3개사는 모두 가장 잘 할 수 있는 특정 산업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선택과 집중’을 운영 방향으로 잡았다.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운영 효율성 확보과 이커머스 역량 강화를 중요시하고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이번 주총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장기적 관점의 생존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는 각 기업들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