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가 27일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열린 제 21기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한성숙 대표의 연임을 확정했다. 한 대표가 지금까지 보여준 능력과 업적으로 미뤄보면 당연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전대미문의 글로벌 위기를 맞아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며 “네이버는 그간 축적해온 기술과 플랫폼 역량을 기반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역할에 성실히 임하며, 새로운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지속적 성장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기술 플랫폼과 상생, 글로벌 경쟁력
한성숙 대표는 2010년부터 네이버를 이끌었던 김상헌 전 대표의 뒤를 이어 2017년 네이버의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이는 단순한 대표 교체가 아닌, 네이버의 체질이 변하는 중요한 장면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다. 당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GIO를 맡으며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고, 이사회 의장에는 디지털 셋톱박스로 시작해 비디오 및 브로드밴드 게이트웨이로 글로벌 성공신화를 쓴 벤처 1세대 인사인 변대규 의장을 선임했기 때문이다.

이해진 GIO가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 최전선에 선다면, 한성숙 대표는 변대규 이사장과 함께 국내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이 GIO가 개척한 새로운 영토의 영향력 확대라는 중책을 맡았다고 볼 수 있다.

한 대표는 네이버의 리더가 되며 신중한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한 대표는 2017년 3월 첫 간담회에서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책임감있게 해 나가려 한다"면서 "리더십의 변화를 천천히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중한 출사표를 던졌으나 큰 틀에서의 전략을 설명하는 순간에는 단호함도 엿보였다. 한 대표는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과 사회적 책임이 화두로 던지며 "투명한 경영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의 비전을 추구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공정한 플랫폼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분수펀드를 처음으로 공개하며 상생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후의 네이버는 한 대표의 공언대로 이뤄졌다. 이해진 GIO가 글로벌 전략을 적극 전개하는 가운데 한 대표는 네이버의 기술 기반 플랫폼 전략을 가동했고, 점과 점을 연결하는 플랫폼의 정체성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네이버 파이낸셜이 분사했고 다양한 콘텐츠 전략도 탄력을 받았으며 그 중심의 기술기반 전략도 힘있게 추진됐다.

상생을 위한 스몰 비즈니스 전략도 두각을 보였다. 소상공인과 함께 보폭을 맞추며 그들의 온라인 상권을 단숨에 전국으로 넓혔고, 이는 코로나19를 맞아 오프라인 상권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더욱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는 중이다. 네이버 파트너스퀘어는 ICT 기업과 골목상권의 '콜라보 스탠다드'로 자리매김했다.

▲ 출처=네이버

넘어야 할 산은
한 대표 체제의 연속에 대한 기대는,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성과와 비전과 비례한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국내 사업 중심으로는 역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관건이다.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가 되는 가운데 한 대표는 국내로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공격을 막아내는 삼별초로 활동하는 한편, 역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및 로봇 등 다양한 ICT 기술을 바탕으로 속도전을 전개하는 한편 네이버 본연의 플랫폼 비즈니스 전략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펼쳐지는 소프트뱅크와의 연합 등으로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소위 드루킹 사태에서 촉발된 논란도 걷어내야 한다. 이는 플랫폼의 공공성과 관련이 있으며 점과 점을 연결하는 네이버 본연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ICT 콘텐츠 전략에도 집중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실적 상승도 꾀해야 한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7874억원, 영업이익 1734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전체 매출은 6조5934억원, 영업이익은 7101억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18% 성장했으나 영업이익은 무려 24.7%나 떨어졌다.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하다.

다만 한 대표는 장기적 관점에 따라 현재의 영업이익 둔화는 미래의 비전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어필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전으로 더 나은 미래를 거머쥘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웹툰 사업이 대표적이다. 한 대표는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웹툰 사업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글로벌 MAU(월간 이용자 수)가 6000만명을 돌파했고, 특히 북미에서만 3만명을 넘었다”면서 “본격적인 확장국면”이라고 말했다. 결국 강력한 플랫폼 위에서 방대한 콘텐츠가 흐를 수 있는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장기적 관점의 로드맵을 통해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주주들도 동의했고, 한 대표는 다시 3년의 체제를 보장받게 됐다. 그 행보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