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기 부양책을 놓고 회원국 간 갈등을 빚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단합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현재 코로나19에 피해가 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이날 제시된 EU 정상들의 경제 대응책 초안이 너무 약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쟁에 따르는 획기적인 재정 수단을 사용, 강하고 충분한 재정 대응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EU 정상회의와 집행위원회, 유럽의회, 유럽중앙은행,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에 적절한 해법을 내놓는 데 10일을 주겠다고 말했다. 스페인도 이를 지지했다.

EU 정상들은 이날 6시간에 걸친 회의를 통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에게 더 강력한 경제 대응책을 내놓는 데 2주간의 시간을 주기로 합의를 했다.

최근 EU 회원국들은 유로존(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공동 채권 발행 문제 등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응할 공동 대응책을 놓고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가 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를 비롯한 9개 국가 정상들은 전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공동채권 발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화상회의에서 유로존 정부들의 공동채권 발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채권으로 이탈리아 등 코로나19의 타격이 큰 회원국들이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 병원 지원이나 기업들의 도산을 막는 조치에 사용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 전망된다.

일명 '코로나 채권'으로 불리는 공동 채권 발행 방안은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 당시 나온 '유로본드'와 유사하다.

유로본드는 회원국들의 재정 위험을 분담하기 위해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이었다. 당시 각 회원국이 공동 지급 보증하는 방식 등이 제안됐으나 회원국 간 견해 차이가 너무 커 결국 현실화 되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공동 채권이 발행된다면 재정이 취약한 회원국은 차입 비용과 신용 위험을 낮춰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재정이 양호한 회원국의 경우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신용도 하락 등의 부담이 커질 위험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부유한 유럽 북부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부채율이 높은 남부 회원국 간 해묵은 갈등을 다시금 촉발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현재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공동 채권 발행에 대한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전문가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연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남부 유럽에서 북부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길 위험이 있으며, 이는 향후 EU와 유로존 내 협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