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사이버 분양이 예상외의 청약 흥행을 거두면서 언택트 방식의 분양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실제 견본주택 분양에 의존하는 지방·비인기 지역은 계속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청약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언택트’ 상황을 사이버 분양 등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인기지역과 달리 지방 등 비인기 지역은 오프라인 견본주택 개관에도 불구하고 청약 흥행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언택트’ 분양이 인기 청약시장에서는 홍보의 새 지평을 열어준 반면, 지방 등 부동산 침체 지역에서는 또 하나의 ‘타격’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청약 인기지역, ‘언택트’ 홍보 한계 딛고 ‘승승장구’


코로나 19에도 인기지역의 청약 수요는 탄탄하게 유지되는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 단지 중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주로 풍선효과 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 남부 일대와 인천, 그리고 지방 광역시들이다. 해당 지역들은 지난해에도 비교적 높은 청약 수요를 기록한 바 있다.

2.20 대책 이후 호가 상승을 이어가는 인천 일대의 분양 단지들은 올해 들어 계속해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통해 3월 분양에 들어간 인천 부평구 '힐스테이트 부평'은 487가구 모집에 4만1048건의 청약신청이 접수되면서 평균 84.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같은 달 13일에 분양한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 역시 1순위 청약 접수에서 평균 72.1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을 마감했다.

▲ '과천 제이드 자이' 사이버 모델하우스. 출처=해당 홈페이지

2.20 이후 호가에서 주춤하는 수원과 과천 등의 일부 지역 역시 분양 시장에서는 높은 청약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유니트를 선보인 ‘과천 제이드 자이’는 132가구 모집에 2만5560명의 청약 대기자들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만 193.63대 1을 보였다. 수원 역시 2.20 안정화 대책 이후 매매가격의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지만 대책 이전 분양한 ‘매교역 푸르지오 SK VIEW’는 1074가구 모집에 15만6505명이 청약을 접수하면서 145.7대 1의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상승세가 둔화된 지방 광역시도 분양 시장에서 저력을 이어가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은 물론 코로나19의 직격을 맞은 대구마저 청약 경쟁률에서 높은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3월 분양에 들어간 부산 북구 ‘한화 포레나 부산 덕천’은 169가구 모집에 1만4920명이 몰려 평균 88.2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 해운대구에 들어서는 ‘쌍용 더 플래티넘 해운대’는 88가구 모집에 1만9928건의 청약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만 226.45대 1로 청약을 마감한 바 있다. 코로나로 시장이 마비된 대구 역시 청약시장만큼은 수요가 견고하다. 지난달 21일 분양에 들어간 ‘대구 청라힐스자이’는 394가구에 5만571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41.4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 사업지 영상. 출처 = 쌍용 더플래티넘 해운대역 홈페이지

이달 들어 수도권 인기지역에 두 개의 대단지를 분양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워낙 청약 대기가 풍부한 지역에다가 비규제 지역이라 전매기간도 짧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사이버 견본주택과 유튜브 방송 등으로 충분히 청약 수요를 모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방 분양시장, ‘언택트’에 추가 타격


반면 청약에서 외면 받아온 비인기지역의 경우 사이버 모델하우스와 실제 견본주택 병행에도 불구하고 청약시장에서 연달아 참패를 하고 있다.

특히 같은 수도권 비규제지역이라도 향후 투자 가능성과 배후 수요에 따라 청약 결과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양우건설이 3월 분양한 ‘파주연풍 양우내안애 에코하임’은 74㎡ 평형만 제외하고는 나머지 4개 평형, 121세대는 모두 2순위 청약이후에도 미분양인 상태다.

SM그룹 건설사업부인 ‘티케이케미칼’이 3월 13일 분양한 양주 장흥면 ‘송추 북한산 경남아너스빌’ 역시 1순위 청약에서 일부 평형이 청약 미달을 기록한 데 이어 2순위 청약에서도 연이어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특별공급과 1순위 공급 잔여 물량인 324 가구에 117건의 청약만 접수됐다.

▲ 양주시 한 아파트 공사현장. 출처=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관련 분양 관계자는 송추 북한산 경남아너스빌의 경우 실제 견본주택 홍보에도 불구하고 인근 수요 저조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홍보 차질로 미달이 발생했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입장 인원 등에 제한을 둔 상황이라 추가로 오는 인원도 입장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광역적인 수요를 타깃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사업지 인근의 주변의 인구나 입지 등을 고려할 때 청약 통장 등 수요가 많은 지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의 청약 시장 역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라온주택이 시행을 맡은 ‘고흥 승원팰리체 더퍼스트’는 두 가지 전용면적 모두 1순위와 2순위에서 청약이 미달했다. 청약홈의 내용을 보면 총 220가구 중 58가구가 미분양된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강원도 속초에서 분양한 ‘속초2차 아이파크’는 견본주택 오픈과 유튜브 생중계 등을 도입해서 분양에 나섰지만 전용면적 79㎡, 84㎡의 경우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이 발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코로나19 영향이나 분양마케팅 방식보다는 청약자들에게 매력적인 입지인지가 분양흥행을 좌우한다고 지적한다. 권 팀장은 “이미 청약 등은 자택 등에서도 가능하고 관련 정보들도 다 공개된다. 인기지역의 경우, 온오프라인 방식 여부보다는 입지 등이 청약 흥행에서 훨씬 중요한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권 팀장은 비인기 지역이나 일부 지방 등의 경우 견본주택으로 청약 홍보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코로나 여파로 인해 청약 시장에서 더욱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의 경우 홍보 등에서 실제 견본주택 등이 더욱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견본주택을 열기 힘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지방 분양 시장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방의 경우 분양 일정을 연기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 1~2개월 연기되는 경우 공급 등에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로 하반기로 연기되는 등의 경우에는 지방 분양시장에 추가적인 악영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