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한진그룹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항방을 가늠할 운명이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재계에서는 법원의 ‘3자 연합’ 가처분 신청 기각, 국민연금의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안 찬성 등을 들어 조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 연합’이 한진칼 추가 지분 매집을 이어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문제는 양측의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조 회장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조원태 회장 연임에 찬성표

26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제8차 회의를 개최하고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의 안건 가운데 조원태, 하은용, 김신배 후보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 

사외이사 선임안 중 김석동, 박영석, 임춘수, 최윤희, 이동명, 서윤석 후보에 대해서는 찬성을 결정한 반면 여은정, 이형석, 구본주 후보에 대해서는 적정한 이사회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적합하다고 보기 어려워 반대를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의결권자문사의 판단과 여론 등을 종합해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던 국민연금이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줌에 따라 조 회장 측은 확실한 승기를 잡게 됐다. 조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지분이 약 40.39%가 되면서 3자 연합 지분율 28.78%를 10%p 가량 앞서게 된 것. 

조 회장 진영이 확보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6.52%)의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정석인하를 비롯한 특수관계인(4.14%),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3.79%), 미국 델타항공(10.00%), 카카오(1.00%), GS칼텍스(0.25%), 국민연금(2.9%) 등이다.

반면, 3자 연합은 KCGI가 17.29%, 반도건설 5%,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소액주주 1.5% 등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4일 법원이 반도건설의 한진칼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 3.2%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3자 연합의 패색은 본격 짙어졌다. 

당시 재판부는 “반도건설은 늦어도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에게 임원 선임을 마지막으로 요구한 작년 12월 16일부터는 경영 참가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게 됐음이 미뤄 판단된다”며 “그로부터 5일 이내에 보유 목적의 변경 보고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나 중과실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사내이사직 재선임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주총 참석률이 경영권 분쟁으로 80~85%에 이른다고 가정해도 조 회장으로선 3~8%만 추가로 확보하면 재선임엔 무리가 없다.

현재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 대형 의결권 자문사들은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소액주주들 또한 조 회장 측에 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자본 앞세운’ 3자 연합, 장기전 대비 공격적 매집…“조 회장 추가 매집 절실”

다만, 조원태 회장 측과 3자 연합이 추가 지분 매집을 이어가고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포스트 주총’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3자 연합은 지난 24일 입장문을 통해 “긴 안목과 호흡으로 한진그룹을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정상화의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장기전 태세에 들어갈 것을 암시한 바 있다. 여기에 3자 연합이 5년간 계약으로 묶여 있다는 점도 장기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날 3자 연합은 2.01%의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공시일과 비교해 KCGI 측은 3만5000주(지분율 0.06%), 반도건설 계열사들은 115만4000주(1.95%)를 각각 추가 취득한 셈이다. 이들은 현재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현아 전 부사장 6.49% 등 모두 42.13%까지 보유 지분을 끌어올린 상태다. 여기에 타임포트폴리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 지분을 합치면 46%에 육박한다. 그야말로 공격적인 매집이다. 

이들에 맞서는 조 회장 측은 그룹 백기사인 델타항공이 기업결합신고 기준(15%) 직전인 14.9%까지 지분율을 확보했다. 이에 따른 우호 지분은 42.81%다. 

3자 연합이 3%p 앞서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3자 연합이 주총 후 다시 표 대결을 위한 임시주총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임시 주주총회의 경우 지금껏 추가 매입한 지분율이 반영돼 판도가 바뀔 수 있다. 이사회가 임시주총 요구를 거부하면 열리기 어렵지만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넣거나 무효소송 등을 제기하면 가능하다.

문제는 장기전으로 갈 경우 조 회장의 상황이 마냥 긍정적이지 만은 않다는 점이다. 3자 연합의 경우 반도건설, KCGI의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하고 있어 지분율을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러나 조 회장의 경우 델타항공이후 추가 매입이 이어지지 않고 있어 지분 확보가 절실하다. 특히,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일가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재산 상속에 따라 막대한 상속세 납부 의무를 안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 별세로 발생한 상속세는 2700억원(조현아 포함)에 달한다. 새롭게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의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을 확보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면서도 “3자 연합이 자본력으로 지분 확보를 공격적으로 이어가고 있어 주총 이후 본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