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비상사태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왔다. 나들이를 즐기기 좋은 포근한 날씨로 외출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섣부른 안도는 화를 부르지만 최근 국내 코로나19 일일 환자 증가폭이 100명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이를 종식 단계로 여기고 외출을 감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난주 취재차 방문한 강남번화가는 서울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답게 오가는 인파로 붐볐다. 장사가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 무색하게 서울 시내의 일부 술집과 카페는 만석을 이뤘다. 또 클럽과 같은 유흥업소에는 주말마다 20~30대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상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놀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키는 사람과 지키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따로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군인 바이러스와 언제든지 맞닥뜨릴지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한순간의 방심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월 대통령이 코로나19 종식 발언을 내뱉기 무섭게 신천지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확산세가 한풀 꺾이면서 잠시 안도하는 사이, 콜센터와 요양병원, 교회 등 밀집공간에서의 소규모 집단감염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일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한 감염 확산 우려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코 방심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 역시 “현재의 상황이 예전에 비해 상당 부분 나아졌다고 느끼겠지만 집단감염이나 해외유입 등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방역당국의 입장에서 경계를 소홀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전문가의 말에도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을 꺾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이에 강도 높은 대책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강한 전파력을 가진 코로나19 사태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요행 심리는 자칫 공동체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인구 2500만 명이 밀집된 수도권에서 ‘2, 3차 확산’이 일어날 경우 대구·경북의 비극은 견줄 수 없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다수의 국민과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를 봐서라도 경거망동한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 길만이 ‘코로나19’의 장기화를 막고 완연한 봄기운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