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해석> 말콤 글래드웰 지음, 김경일 감수, 유강은 옮김, 김영사 펴냄.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 말은 속담에 그치지 않는다. 어리숙해 보이는 상습 사기범, 청순가련형 외모의 살인자,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세련된 정치인. 일반인들은 이들을 보며 인지부조화를 겪는다. 첫 인상이 좋다보니 나쁜 사람이라는 경계심이 제대로 형성되질 않는다. 그래서 알면서도 당한다.

이 책은 왜 우리는 타인을 파악하는 데 서투른지 분석한다. 타인을 오해하는 이유는 3가지다.

◇남들은 정직할 것이라고 가정한다(진실기본값 이론)

대학 풋볼팀의 코치가 소아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기 까지는 첫 제보 이후 16년이나 걸렸다. 미국 CIA에서 쿠바를 위해 일해온 스파이의 정체가 탄로 나는 데도 십수 년이 걸렸다. 두 범인의 동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들을 두둔했다. 인간은 진실을 기본값으로 갖고 있다. 그래서 결정적 증거가 나타날 때까지, 믿을 수 없을 때까지 믿는다.

◇남들은 태도와 내면이 일치한다고 착각한다(투명성 관념 맹신)

피의자를 만난 판사와 범죄기록만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 가운데 누가 더 현명한 보석 결정을 내릴까? 인공지능이다. 판사들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피의자에게 잘 속는다. 당신처럼 타인도 투명하지 않다. 태도와 속이 다를 수 있다.

◇행동과 결합하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한다(결합성 무시)

일반적으로 우울증이 심한 사람이 자살을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시가스가 천연가스로 전환되고 금문교에 자살 방지 구조물이 설치되자 전체 자살 건수가 줄어들었다. 이 통계는 우울한 사람이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하기 쉬운 환경에 놓은 사람이 자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정한 행동은 특정한 조건하에서만 일어난다.

물론 타인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낯선 사람을 해독하는 우리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