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영향으로 병·의원들이 때 아닌 위기를 겪고 있다. 혹시라도 내원한 환자가 확진을 받으면 진료를 일시 중단해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환자들도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9년 5월, 의료법 개정으로 외국인환자 유치행위가 허용된 이래 국제 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두고 진료해 온 서울 강남지역과 ‘의료관광 활성화에 관한 조례’까지 만들어 지원해 온 부산지역은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으로 방한 의료관광객 수는 79만 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시장규모도 1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가 확산되고, 각국이 출입국을 통제하는 바람에 매출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의원이 상당하다. 그나마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의원들은 선방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는 중국에 지원을 두고 있고, 내국인은 시간대별 예약제를 철저히 지킨 덕분에 평년의 70% 수준은 유지한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으로 끝나기를 바라지만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라도 병·의원 매출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최근 대출을 문의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KB중소기업고객부 정동교 부장에 따르면 “의료인 대출 상담건수가 전년 대비 20~30% 늘어났다”며, “보통 전년 매출 기준으로 1/2 수준으로 대출을 해 주고 있는데, 이 추세라면 내년에는 대출액 한도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난 해 병·의원의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의원(醫院)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병·의원의 진료비를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 표시과목은 전문의 28개와 일반의 1개를 포함해 29개로 나뉜다.

전문의는 간판에 표시과목을 쓸 수 있지만 일반의는 ‘의원’으로만 쓸 수 있다. 예컨대 성형외과 전문의는 간판에 ‘이형석 성형외과’로 쓰지만 일반의라면 ‘이형석 의원’으로 쓴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의이면서도 진료과목을 넒히기 위해 일부러 의원으로 간판을 단 경우도 있다.

따라서 본 데이터는 간판에 표시과목을 쓸 수 있는 전문의 병원 11개를 기준으로 2019년 한 해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병·의원 빅데이터는 KB국민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빅데이터를 표시과목별로 분석해 본 결과 매출이 가장 높은 과목은 피부과로 전국 1323개 병.의원의 월평균 1억1300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피부과가 가장 잘되는 지역으로는 강남구 압구정동이며, 연중 12월에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성형외과로 의원 수 977개를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월평균 1억6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요일별로는 월요일 내원비중이 21.7%로 가장 높았고, 성별로는 여성이 70.4%로 압도적이다. 가장 잘되는 지역은 서울 강남구 신사동이며, 오후 2시를 전후해서 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50대 비중이 15.5%로 가장 높지만 이는 대척점에 있는 자녀들, 특히 청년층의 결재비중이 높아서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객단가, 즉 1회당 결재금액은 다른 표시과목에 비해 현저히 높은 40여만원에 달한다. 보험처리가 안 되는 소위 비급여 진료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나타난 결과다.

안과는 매출규모로 3위에 랭크됐다. 전국 1575개 안과를 표본으로 분석한 결과 월평균 매출액이 1억300만원에 달한다. 남녀비율은 여성이 다소 많지만 연령대는 4명 중 1명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오전 11시 전후로 내원자가 많으며 평균 객단가는 3만원이다. 안과가 가장 잘되는 지역은 강남구 역삼1동이다.

월매출액 기준으로 4위는 외과.정형외과로 평균 8900만원을 벌고 있다. 가장 잘되는 지역은 대전서구 둔산1동이다. 둔산1동은 대전시청과 법원, 검찰청 등 큼지막한 관공서들이 대부분 여기에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종에서도 유망상권으로 꼽힌다. 정형외과는 60대(26.8%)가 가장 많고 이들은 평균 5만9000원을 결재한다.

매출순위 5위는 치과로 전국에 1만6615개가 있고, 이들의 월 평균 매출은 7000만원 수준이다. 표시과목 중에 가장 많은 의원 수를 가진 곳이 치과이기도 하다. 치대와 치전원에서 매년 750여명의 의사를 배출하는데 이는 의대·의전원(3100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치과의 객단가는 17만1000원으로 성형외과 다음으로 높다. 성형외과와 마찬가지로 비급여 진료가 많아서다. 연령대별 고객비중은 60세(18.7%)가 가장 높고, 전국에서 가장 잘되는 곳은 역삼1동이다. 연중 매출이 가장 높은 월(月)은 7월로 방학기간에 학생들이 많이 찾기 때문으로 보인다.

매출 기준으로 6위는 이비인후과로 월평균 6000만원 수준이다. 필자가 2012년에 분석한 자료에서 64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년이 지난 지금, 오히려 매출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비인후과의 회당 결재금액은 9000원으로 전체 진료과목 중에서 가장 낮다. 이는 대부분이 급여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7위는 내과로 전국에 6156개가 있고, 월평균 매출액은 59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2012년 분석 자료에서는 월평균 3939만원이었는데 상당히 큰 폭으로 올랐다는 점이다. 이는 내원자 중 60대가 22.9%에 이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 점으로 미루어 고령화의 수혜과목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내과가 가장 잘되는 지역은 강남구 역삼동이며, 연중 12월에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집계됐다.

언급한 표시과목들 중에서 매출 최고 지역은 외과, 정형외과 그리고 소아과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 강남에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띤다. 인구밀집도가 높고 교통이 편리한 점도 있지만 의료사업은 소득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특히 잘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산부인과는 2012년에 월평균 8250만원이었으나 2019년에는 4460만원으로 나타나 소아과와 더불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보인다. 가장 잘되는 지역은 경기도 분당의 서현1동이며 회당 7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역삼1동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비뇨기과는 전국에 1102개가 있으며 월평균 매출액은 3500만원으로 분석됐다. 남성 중심의 진료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성비중도 3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연중 1월에 가장 매출이 높고, 내원회당 평균 4만1000원을 결재한다.

소아과는 2134개에서 평균 3450만원의 월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2년에 8065만원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산부인과와 더불어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 소아과를 찾는 연령대는 35~40세 구간으로 전체의 35.8%로 분석됐다. 2012년에는 30~35세 구간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과 비교하면 만혼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의원은 전국에 1만3281개가 있는데 이는 치과 다음으로 많다. 앞서 언급했지만 의대는 전문의 표시과목이 28개 분류되기 때문에 분산되지만 한의원은 한 가지 표시로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숫자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의원이 가장 잘되는 곳은 강남구 역삼1동이며, 전국 평균 매출은 265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가장 많고, 봄에 매출이 가장 높다. 2012년에 326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8년만에 20%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특히 한의원은 하위 20%의 월평균 매출이 400만원으로 나타나 한의사의 상당수가 개원보다 봉직의로 근무하는 추세다.

앞선 데이터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의원과 한의원이 매출하락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번 분석데이터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기 이전자료라 올해는 더욱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향후 개원이 목표라면 보다 정확한 상권분석이 필요하다. 가장 유망한 상권은 소득수준이 높고, 지방과 연결되는 환승지역 그리고 60대의 접근성이 용이한 지역 등이 최적의 입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