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대한민국이 5G 세계 최초 상용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후 1년이 지났다. 이후 5G 코리아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고 있으나 여전히 헛점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특히 통신사의 전략은 물론 5G 먹거리, 장비 경쟁력 등 비 통신사 기업의 행보에도 탄탄한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박정호 SKT 사장이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축하하고 있다. 출처=SKT

5G 코리아, 그리고 세계는?
영국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한국의 5G 접속률은 20%를 기록해 글로벌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상용화 초반 통신사들의 불필요한 출혈경쟁에 커버리지 논란, 5G 고가 요금제 이슈도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인프라 자체는 탄탄대로로 뻗어간다는 평가다.

비록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한진그룹이 내전에 돌입하며 통신사업을 노동집약적이고 안방사업으로 규정하는 해프닝도 있었으나, 국가 기간 인프라 사업의 통신 경쟁력도 냉정히 말해 글로벌 시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는 점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5G 코리아의 인프라가 탄탄하다는 것은, 글로벌 ICT 플랫폼 시장에서 한국이 나아갈 수 있는 기초체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국의 5G 경쟁력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미국의 경우 국내 통신사들과 5G 세계 최초 상용화 경쟁을 했던 버라이즌은 물론 주요 통신사들이 속속 5G 전략을 구체적으로 가다듬고 있다. 특히 3.5GHz 대역은 물론 밀리미터파 영역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5G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865를 일괄 채우면서도 국내에서는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걷어냈으나, 미국에서는 유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물량전이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을 비롯해 차이나타워는 25일 총 1973억위안을 5G망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한편 신인프라 구축 작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미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통해 자국의 5G 전략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주무 부처인 공업정보화가 전면에서 이를 진두지휘하는 분위기다.

유럽은 올해 속속 5G 상용화 전략을 가동하는 한편 네트워크 장비에 있어 화웨이 장비를 차용하며 심기일전을 노리고 있다. 에릭슨과 노키아 등 장비 업체의 입지가 탄탄하기 때문에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반면 일본은 불안하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5G 시대를 자축하려던 계획이, 코로나19로 인한 올림픽 연기 결정으로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최근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등 일본 통신사들이 5G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사실상 김이 빠진 분위기다.

▲ 출처=갈무리

3가지 전략 가동해야
5G 코리아의 입지는 현 상황에서 탄탄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로드맵의 다양성을 타진하려는 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밀리미터파 개척이다. 주로 B2B 영역에서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통신사들은 아직 이렇다 할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밀리미터파가 국내 지형에 알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35GHz 대역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영토인 밀리미터파를 적극 타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NSA에서 SA로의 전환은 착착 진행되고 있으나, 밀리미터파 영역에서 뒤쳐지는 점은 향후 5G 시장경쟁이 불을 뿜을 때 심각한 패착이 될 수 있다.

물론 KT가 올해 초 밀리미터파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대구시 알파시티 주변에 구축한 28GHz 기지국과 28GHz 단말을 장착한 5G 자율주행차를 무선 연동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최대 2Gbps의 초고속 다운로드와 최소 5ms(5/1000초) 수준의 초 저지연 데이터 전송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KT는 지난해 10월 28GHz 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기업전용 초저지연 5G 네트워크 기술( FAST.NET) 시연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KT 5G 오픈랩에서 세계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단말–네트워크–서비스’까지 전체 데이터 전송을 왕복 10ms 이하의 지연 내에 전송하기 위한 KT의 초저지연 인프라 기술이다.

▲ KT의 밀리미터파 실험. 출처=KT

다만 국내 통신업계 전체를 보면 아직 밀리미터파에 대한 관심은 크게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를 인지하고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미국이 밀리미터파 영역에서 두각을 보이는 점이 걸린다. 이미 밀리미터파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는 한편 실내외를 막론하고 입체적인 전략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3.5GHz 대역에서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뤄낸 국내 통신사들이 밀리미터파 영역에서도 강력한 추진 동력을 가동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먹거리 창출에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통신사와 그 외 콘텐츠 기업들 모두에 해당되며 5G 인프라로 다양한 킬러 서비스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과 맥을 함께 한다.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넘어 이용자들이 환호하는 서비스가 다양한 로드맵을 바탕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제로레이팅을 가동하거나, 그 외 기업들은 제로레이팅에 대한 폐혜를 걷어내는 안전장치를 전제한 후 킬러 서비스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5G 통신장비 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는 등 의미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미중 무역전쟁의 추이에 따라 5G 통신장비 시장이 요동치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