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2기 체제가 시작됐지만 우리금융 앞에 놓인 난제는 수두룩하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방어해야 하며 금융지주그룹으로의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한다.

우리금융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본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손 회장은 이에 따라 2023년 3월 주총 때까지 임기를 수행한다.

금융감독원과 갈등…법정 다툼 길어질듯

손 회장은 우선 본인에게 중징계를 내린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연임을 강행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DLF 불완전판매로 인한 내부통제 부실의 책임을 물어 금감원은 손 회장에 중징계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지난 8일 금감원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처분 취소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20일 법원이 징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손 회장의 연임을 제한할 법적사유는 제거됐다.

이에 금감원이 서울행정법원의 인용 결정에 불복해 이번 주중 서울고등법원에 즉시항고장을 낼 것으로 전해지면서 손 회장과 금감원의 갈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손 회장은 집행정지 신청을 함께 했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본안 소송에 대비하며, 금감원도 '징계 효력 취소 청구' 본안 소송을 치밀하게 준비한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DLF·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배상 마무리

손 회장은 본인에게 중징계가 내려진 계기인 해외금리 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뒷수습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자율조정배상을 결정했다. 대상은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F에 가입해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와 영국 DLF 가입자 중 중도해지로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 600여명이다.

우리은행은 외부전문위원과 WM그룹장, 준법감시실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 7명으로 구성된 'DLF 합의조정협의회'를 통해 고객 합의에 나설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금감원 분쟁조정안을 적극 수용하고 DLF 배상과 관련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의 배상 결정에 따라 DLF 손실 고객들에게 배상해주고 있으나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여기에 '라임 펀드'의 불완전 판매까지 터지면서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은행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추후 이뤄질 금융당국 제재와 손실 규모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잔액은 357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손태승(왼쪽 두번째)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권광석(왼쪽 세번째) 우리은행장이 25일 남대문시장지점을 방문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남대문시장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

리스크·수익성, 두마리 토끼 잡아야

손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얼어붙은 기업경기를 지원하는 것과 제로금리 시대를 맞아 수익성까지 방어해야 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당장 정부의 기업 및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100조원 규모 패키지에도 주력 은행으로서 동참해야 한다. 증안펀드의 경우 약 우리은행이 1조원 가량 투입해야 하는 등 추후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특히 국내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하면서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은행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커지고 있다.

이미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매해 축소된 순이자마진(NIM)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NIM은 1.37%로 2018년 4분기(1.51%)에 비해 0.1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인하했기 때문에 은행권의 NIM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가 0.25% 떨어질 경우 금융지주사의 수익은 1000억원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최근 폭락하면서 은행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사상 최저 수준인 0.24배까지 떨어졌다.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은 타금융지주그룹과의 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금융지주와는 달리 우리카드 외에는 이렇다할 금융계열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금융은 특히 다른 금융그룹과 달리 여전히 은행 비중이 크기 때문에 예대마진 축소로 비이자이익을 늘리고 있는 타지주 대비 수익성 방어에 취약하다.

손 회장은 지주사에 걸맞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해 비은행부문에 대한 공격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서야 한다.

우리금융은 자산운용사인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과 부동산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하는데 성공했고,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위상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비록 미국계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IMM PE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등 M&A 시장이 열릴 때마다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카드, 보험, 증권 등을 키워야 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이 이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지주내 차기 회장에 적합한 인사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다른 지주의 경우 은행, 증권사, 보험, 카드 등 서열이 정해져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손 회장이 은행장을 하다가 지주회장에 나선지 이제 1년 밖에 되지 않은 상황으로, 차기 회장 후계 구도도 계열사 확장과 함께 정립해야할 당면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