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해외수주에서 호조를 이어간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량이 3월 들어 급격히 줄고 있다. 주요 수주 지역인 중동과 동남아시아 지역의 확진자가 늘면서 이들 지역에 진출한 건설사들도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플랜트를 주로 수주하는 일부 건설사들 역시 저유가로 인한 고심 중이다. 전문가들은 각개 건설사는 물론 관련 협회와 국토교통부 차원의 거시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3월 해외 건설 시장 ‘된서리’


▲ 출처=픽사베이

올해 1월과 2월 들어 굵직한 계약을 이어가며 회복세를 보인 해외 건설 시장은 3월에 접어들면서 코로나19로 된서리를 맞는 상황이다. 해외건설협회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계약액은 올해 1월 56억4603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월의 수주액인 11억6363만 달러보다 385%나 급증했다. 올 2월에도 해외 수주 계약액은 37억2232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동월의 24억8304만 달러보다 50% 가량 증가했다.

▲ 출처=해외건설협회

하지만 올해 3월 들어 수주 계약액이 급감하는 추세다. 이번 달 1일부터 24일까지의 수주 계약액은 3억808만 달러로 지난달 동기간의 7억8767만 달러 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비중이 높은 아시아 지역과 중동 지역의 수주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크게 감소한 것이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아시아 지역의 수주 계약액은 21억2454만 달러였지만 2월에는 10억1767만 달러로 절반가량 감소했고 이달의 경우 24일까지의 수주액은 5억1834만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중동 지역 수주 계약액이 더욱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월의 계약 수주액인 34억6849만 달러에서 2월에는 22억9045만 달러, 3월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져 마이너스 3193만 달러를 기록했다. 기존의 수주 계약 규모가 당초보다 줄어들어 계약 금액까지 축소된 상황인 셈이다.


건설사들, 인력 파견· 발주처 감소에 대응 고심


대형 해외 수주 공정을 진행하는 건설사들 역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급속하게 코로나 확진자수가 급증한 터키에서  말카라-차나칼레 고속도로 BOT 사업과 관련 교량 공사를 진행 중인 대림산업 역시 사태가 장기화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지역별 해외수주 계역현황. 출처=해외건설협회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터키 현장 간의 이동이나 직원의 해외 출장 등이 금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재수급, 본사 인력 파견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현장에서 제3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만큼 현장에 들어오는 근로자 수급 문제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책을 준비하겠다는 상황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최대한 안전하게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장의 근로자들 역시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방역작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폴란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현대 엔지니어링 역시 진행 중인 수주 공사를 원활히 진행하는 데 최우선 목표를 두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우선적으로 공사 차질 등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지만 발주처나 건설사 모두 조심하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일정이 순연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면서 “제3국 인력이 다른 국가로 들어가는 데 제한 등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수주 중인 현장의 경우 우선 해외 근로자들도 국내 기준에 맞춘 방역과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상황이 장기화되는 경우 방역 등에 대한 대응책은 준비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는 “사태 장기화시 접촉 금지, 인근 의료시설 파악. 이동 경로 등에 대한 매뉴얼 등은 준비된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 '공종별 수주 추이' 출처=해외건설협회

올해 1월 알제리의 SONATRACH Hassi Messaoud 정유 프로젝트 수주 등 플랜트 위주의 수주를 이어온 삼성 엔지니어링의 한 관계자는 플랜트 위주의 공정으로 도심지 등과 이격된 탓에 코로나19의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시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으로 입찰이나 현장 관리시 필요한 인력의 출장 문제를 꼽았다. 그는 따라서 “출장을 대체하는 방식, 예를 들어 이메일 등이나 통신 등을 이용해 현지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플랜트 공정이 중심인 건설사 특성상 저유가 상황에 발주처가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당 관계자는 “저유가로 인해 정유 플랜트 같은 경우 발주는 줄지만, 원유를 원료로 하는 석유화학 플랜트는 원가가 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주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저유가 등에 대비해 석유화학 등의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영향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상쇄할 수 있게끔 준비를 한 상황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조건부 입국 등과 함께 발주처와 관계 유지, 현장 관리 노력 필요”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대외협력실장은 국토부나 건설 관련 협회가 나서 외교적으로 현재 문제가 되는 공사 현장 입국 허가 등의 조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현장 수행을 위한 업무나 입찰 프로젝트의 경우, 건강 검사를 받아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이상이 없다는 확인증이 있으면 조건부로 입국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건의를 정부 등에 했다. 국토부도 외교적으로 당국과 협의해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는 아시아와 중동 일대 국가에 해당 내용 등을 담은 공식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또 김 실장은 수주 절벽을 극복하기 위해 개별 건설사에 대해서도 “현재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현장 방역 관리를 강화하고 현장과 관련한 부대시설로도 관리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또 발주가 다시 재개될 것을 대비해 발주처와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현지 지사나 관련 통신 등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