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와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가 신음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 라인업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AP와 5G, 라인업, 시장 1위라는 키워드를 통해 갤럭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노태문 사장이 갤럭시S20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삼성

엑시노스의 미래는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바 있다.

성과는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분기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애플을 누르고 퀄컴, 미디어텍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퀄컴은 여전히 33.4%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전년 대비 점유율이 다소 주춤했으며 미디어텍은 여전히 인도 및 동남아시아 등 중저가 시장에서만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그쳤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8년 11.8% 점유율에서 지난해 14.1%로 상승하며 준수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가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으나, 현재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퀄컴의 스냅드래곤과 비교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CPU를 연구하는 삼성 오스틴 연구 센터(SARC), 어드밴스드 컴퓨팅 랩(ACL)을 폐쇄하기도 했다. 사실상 모바일 AP 사업에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최신 스마트폰인 갤럭시S20에 극히 일부의 엑시노스만 탑재하고 대부분의 물량에 스냅드래곤 865를 탑재한 점도 논란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국내를 비롯한 몇몇 지역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하고 그 외 지역은 스냅드래곤을 지원하는 등 모바일 AP 분배를 이어온 바 있다. 그러나 갤럭시S20에서는 심지어 국내용에도 스냅드래곤 865를 탑재시키며 사실상 엑시노스를 버린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퀄컴이 3세대 5G 모뎀인 스냅드래곤 X60 5G 모뎀-RF 시스템(X60)을 공개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일부 물량을 수주한 점이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0에서 엑시노스의 비중을 줄이고 스냅드래곤의 비중을 크게 넓혀 기능과 관련된 논란을 차단하는 한편, 반대급부로 퀄컴의 새로운 3세대 5G 모뎀 수주에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 X60 모뎀. 출처=퀄컴

이러한 행보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전략에 도움이 된다.

사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삼성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TSMC의 벽에 가로막혀 운신의 폭이 좁은 상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분기 19.1%에서 올해 1분기에는 15.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며 1위 TSMC는 점유율 54.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봤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갤럭시S20의 스냅드래곤 비중을 늘리고 퀄컴의 파운드리 물량을 수주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4월 초 백악관에서 5G 서밋을 열어 반 화웨이 전선을 구축하며 삼성전자의 손을 잡은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 5위 이동통신사업자인 'US 셀룰러(US Cellular)'와 5G·4G 이동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현지에서 무려 80%의 커버리지를 가지게 된 사례가 오버랩된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모바일 AP에서는 퀄컴과의 거리를 더욱 밀착할 전망이다. 당장 맥스 와인바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폴드2에 스냅드래곤 865가 지원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테크 서밋에서 스냅드래곤 865가 소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5G 전략, 밀리미터파와 SA
5G 스마트폰 상용화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 갤럭시의 5G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5G의 새로운 영토로 여겨지는 밀리미터파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일단 미온적이다. 북미에서는 갤럭시S20에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지원하지만 국내에서는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과 일본 등 밀리미터파 인프라가 구축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는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탑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사들의 밀리미터파 인프라가 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 5G 환경에서 5G 주파수 활용을 보면 모두 6GHz(Sub-6)에 고정되어 있으며 아직 밀리미터파와 관련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결국 삼성전자는 6GHz 대역 주파수, 밀리미터파를 모두 지원하는 스냅드래곤 865와 x55 모뎀을 갤럭시S20에 탑재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밀리미터파 안테나를 걷어내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다만 밀리미터파는 5G의 새로운 영토이자 추후 반드시 활용해야 하는 기회의 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버라이즌, 퀄컴, 모토로라는 최근 미국에서 밀리미터파 테스트에 성공해 스마트폰으로 5G 네트워크에서 초당 4.2Gbps 최고 속도를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으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적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의 글로벌 최초 5G 상용화는 성공적이었지만, 밀리미터파 영역에서의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한편 5G SA(StandAlone)에 있어 갤럭시S20의 행보는 기민한 편이다. 현재의 5G NSA 방식은 LTE와 5G 방식을 혼용하는 것이며, 사실상 통신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양 끝단에만 5G 방식을 차용한 것에 그친다. 다만 5G SA 방식은 차원이 다르다. 모든 데이터 송수신이 5G 인프라에서 작동하며 네트워크 슬라이싱 및 MEC를 아우르는 다양한 기술이 등장하기 때문에 진정한 5G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는 국내 통신사들이 남다른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로 SK 텔레콤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시험망에서 데이터 통신 과정 전체를 5G 상용장비로만 구현했으며 서로 다른 장비 제조사의 5G 장비로 5G SA를 구축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MEC 전략도 탄력을 받고 있으며 지난 1월 20일 부산 지역 5G 상용망에서 삼성, 에릭슨 등의 5G 장비를 이용해 5G SA 통신을 구현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1월 국내외 대기업 2개사의 신호패킷 처리 코어장비와 5G 기지국 장비의 연동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인 아리아텍과 LG유플러스가 공동 개발한 가입자 정보 관리장비의 연동까지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KT도 핵심 기술인 'CUPS'을 지난해 말 개발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5G SA 시대를 준비한다는 각오다.

▲ SKT의 SA가 가동되고 있다. 출처=SKT

풍성한 라인업
삼성전자의 갤럭시 신화를 예상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풍성한 라인업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S, 하반기 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는 가운데 올해 나란히 S20 라인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이미 갤럭시S20이 출시된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폴더블 스마트폰도 갤럭시 폴드 시리즈와 갤럭시Z플립으로 이원화한다. 갤럭시 폴드가 태블릿의 경계에서 활동하는 라인업이라면 갤럭시Z플립은 중저가 감성에 컴팩트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 1위
삼성전자는 현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분위기는 ‘방심할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일단 시장 상황이 나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최종 사용자 대상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4% 하락했으며, 2019년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대비 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역성장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 애플, 화웨이, 샤오미, 오포 순서다. 각각 점유율은 17.3%, 17.1%, 14.3%, 8.0%, 7.5%로 확인됐다. 지난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을 보면 점유율 기준 삼성, 화웨이, 애플, 샤오미, 오포 순서다. 점유율은 각각 19.2%, 15.6%, 12.6%, 8.2%, 7.7%이다. 여전히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입지는 탄탄한 셈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전체 물량의 40%를 소화하는 인도 공장이 셧다운되는 한편, 미국과 유럽의 중요 유통점인 베스트바이도 문을 닫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갤럭시 신화가 넘어야 할 중요한 고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