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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MaaS 시대 열리지만...우리는 아직 멀었다?택시 중심, 과도한 정부 주도, 흐릿한 스마트 시티 청사진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자율주행차와 택시앱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모빌리티 혁명의 지향점은 MaaS(Mobility as a Service)다. 단순히 자동차가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으로 구동되는 것을 떠나 이동하는 모든 것을 치밀한 데이터와 강력한 인프라로 온전히 보전하는 것. 쉽게 말해 서울 강서에서 강남으로 이동할 경우 시시각각 달라지는 교통상황을 판단해 최적의 이동수단을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로드맵이 가능한 플랫폼이다.

이러한 로드맵이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단순히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거나 친절한 11인승 택시를 마음 편하게 이동하고 카풀을 즐기는 것은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공유경제와 온디맨드라는 개념도 하나의 패러다임이자 용어의 정의에 불과할 뿐,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플랫폼에 다양한 이동수단이 포함되어야 하며, 그 플랫폼은 실시간으로 이동의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MaaS. 그 선명한 미래가 시작되는 가운데 우리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 핀란드의 휨. 출처=갈무리

MaaS로 가는 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북유럽 순방길에 오른 가운데, 현지에서 휨(Whim)이라는 플랫폼을 직접 체험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016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처음 시동을 건 휨은 2018년 100만, 2019년 300만 누적 가입자를 돌파하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MaaS 플랫폼이다. 지역에서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휨만 가동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 체계에 맞춰 다양한 교통수단이 제안되며, 결제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비슷한 전략은 우버도 추진하고 있다. 우버는 대중교통을 담는 트랜짓을 출시하는 한편, 현대자동차와 협력해 우버에어로 대표되는 하늘길까지 아우르는 강력한 MaaS 생태계를 노리는 중이다. 고객의 이동을 단순히 우버택시나 카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모든 것'에 방점을 찍어 자체 플랫폼의 스펙트럼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MaaS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자체가 도시와 국가의 기간 인프라 지위를 노린다는 점이다.

만약 MaaS가 일상화된다면 개인은 굳이 자동차를 소유할 필요가 없다. 이동하는 행위 자체가 곧 물리적인 이동수단의 소유와 상관없이 서비스 차원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일상화가 벌어지면 고객들은 당연히 익숙함을 느끼게 되어 완벽한 생활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게 된다.

과거에는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소식을 전하려면 종이에 글을 써서 이를 인편으로 전달하거나 직접 이동하는 번거러움을 감수하고 전달했으나, 지금은 카카오톡 하나로 순식간에 해낸다. 종이와 붓을 구매하지 않고 이동하는 수고로움을 걷어내며 즉시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가 등장하는 순간 이는 필수적인 플랫폼이 되며, 편리함을 느낀 고객들에게 이는 당연한 기간 인프라가 되는 법이다.

▲ 카카오T 벤티. 출처=카카오

우리의 도전
MaaS를 위한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은 카카오 모빌리티다. 우버엑스가 국내서 철수한 후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택시를 빠르게 가동해 콜택시앱의 시대를 열었고 이후 영역을 주차장과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등으로 확장했다.

여기에 카풀까지 담으려 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에 직면한 후 플랫폼 택시로 선회했고 현재 벤티 서비스를 타진하며 입체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퍼스널 모빌리티인 카카오T 바이크와 택시중개, 주차,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플랫폼 택시를 망라하면서 카카오톡 자체에는 음식배달과 금융, 콘텐츠 등 생활에 필수적인 서비스들까지 뭉치는 중이다. MaaS를 넘어 이미 존재하는 카카오톡의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더해지는 날카로운 행보다.

대한항공과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모종의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최근 매입했던 한진칼 지분 일부를 털어내며 이러한 분석은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대신 카카오가 대한항공과의 협업을 통해 하늘길과 관련된 이동의 모든 것을 염두에 뒀다는 말이 나온다.

비록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고있으나 쏘카 VCNC의 타다도 비슷한 꿈을 꿨다. 결론적으로 독립법인으로 홀로서는 것에 실패한 타다의 경우, 처음부터 라이드셰어링 플랫폼을 표방하며 이동의 모든 것을 노리는 행보를 보였다.

최근 플랫폼 택시 로드맵 정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질주를 거듭하는 KST모빌리티도 MaaS를 노리고 있다. 지난 3월 제주항공과 협력하는 등 입체적인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하는 통합 모빌리티 플랫폼 전략을 수립하고, 4월 중으로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는“모빌리티 업계의 미래와 한국형 MaaS 플랫폼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KST모빌리티가 제주항공과 만났다. 출처=각 사

SK텔레콤의 T맵택시도 최근 모빌리티와 관련된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통합하는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모빌리티 플랫폼 수직계열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이라는 기간 인프라를 운영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역시 이동하는 모든 것을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전략이다.

▲ T맵 택시. 출처=SKT

쉬운 길은 아니다
MaaS 시대가 열리며 국내에서 다양한 행보가 감지되고 있으나,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형 MaaS는 실패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MaaS의 기반이 되는 모빌리티 시장 자체의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 휨의 경우 정부, 통신장비회사 에릭슨 및 지멘스, 여기에 우버가 참여한 가운데 플랫폼의 정체성이 곧 '신기술'에 방점이 찍혔다. 이는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를 앱으로 묶는 기계적인 전략이 아니라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를 처음부터 세밀하게 해체해 고객들에게 ICT 기술의 강점을 어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대중교통과 휨의 연계를 맡는 선에 머물고 핵심적인 역할을 통신 및 ICT 업체들이 맡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카풀 논쟁을 거친 후 택시업계의 혁신을 위해 모빌리티 기업들의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원에서 합법 판정을 받은 서비스라고 해도 국회에서 아예 법을 바꿔 불법으로 만드는 강경한 정책기조를 보여주는 중이다. 기존 택시 및 대중교통의 속성을 분절해 ICT 기술로 효과적인 콜라보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교통 인프라를 앱으로 묶는 기계적이고 제한적인 전략이다. 무엇보다 모빌리티 혁명을 주도하는 핵심이 사실상 택시업계에 있기 때문에 MaaS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잦은 불협화음에 시달리는 한편, ICT 기술적인 특성은 주변부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의 과도한 민간시장 개입이라는 특수성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당장 타다 이슈에서 알 수 있듯이 현행 플랫폼 택시 로드맵은 타다 모델과 비교해 시장의 파괴력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택시와의 협업만 강조하며 그 잠재력을 제한했고, 이는 MaaS로 가는 길에 큰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나아가 공공기관, 즉 정부가 MaaS로 가는 민간 모빌리티 업체들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는 것도 우려스럽다. 당장 서울시의 따릉이의 경우 엄청난 적자를 감내하면서 모빌리티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민간 모빌리티 업체들의 새로운 도전을 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물론 서울시민을 위한 서울시의 방침이라고 하지만, 최소한 민간 모빌리티 기업과의 데이터 공유라도 나서며 공공기관이 보기 어려운 곳 이상의 가능성을 타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스마트 시티에 대한 개념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핀란드 휨의 경우 스마트시티로 작동되는 칼라사타마라는 무대가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칼라사타마는 사물인터넷 및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모든 기술이 작동하는 일종의 테스트베드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중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헬싱키시 정부가 6억유로를 투자했으나 민간 투자는 50억유로에 이른다. 철저하게 기술친화적으로 작동되는 칼라사타마라는 토대가 휨의 비전을 끌어냈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이 정도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 우버 트랜짓. 사진=최진홍 기자

결국, 연결이다
MaaS는 이동하는 모든 것을 품어야 하며, 내부에는 전동 킥보드와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부터 택시 및 자가용, 심지어 도보이동을 비롯해 하늘길을 아우르는 대단위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 카카오처럼 콘텐츠 및 금융 서비스까지 연결하면 그 자체로 온오프라인이 결합되는 최강의 플랫폼이 완성되는 셈이다.

다만 지역적인 편차는 있어도 특정 사회에 다수의 MaaS가 존재하기는 어렵다. 이동하는 모든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으려는 기업들의 노력이 이어지며 필연적인 승자독식의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겨낸 플랫폼이 새시대의 왕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시장 자체가 구사업의 기사회생을 꿈꾸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 운신의 폭이 좁고, 시민의 기본적인 삶의 질 증진을 위해서라지만 공공기관의 민간시장 진입이 과도하다. 나아가 스마트시티라는 큰 그림은 아직 현실세계에 큰 존재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지역을 먼저 통합한 플랫폼들이 초연결 시대를 맞아 국내에 어떤 방식으로든 출사표를 던지면 어떻게 될까. 코로나19와 같은 최악의 전염병이 다시 등장해 각 국이 국경이라도 폐쇄한다면 모를까. 그 진격전을 막을 무기가 마땅하지 않다.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3.26  09: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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