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정부가 발표한 기업 금융시장 안정 대책에 채권시장은 환호하고 있지만, 증권시장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더욱이 증권안정펀드의 경우 금융사들도 손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등 규모 확대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24일 주식·회사채·단기자금시장 등 금융시장 불안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41조8000억원 규모의 펀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먼저 회사채·단기자금시장 안정화 지원을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는 기존 10조원에 10조원을 추가해 총 규모를 20조원으로 확대하고 원활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4조1000억원,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시장 안정 지원을 위해 7조원이 투입된다.

은 위원장은 "20조원 상당으로 조성될 채안펀드를 즉각 실행하겠다"며 "오늘 오후 3조원 규모의 캐피탈 콜(펀드자금 요청)을 진행해 내달 초부터 채권 매입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 출처=금융위

이에 대해 채권시장은 반색한다. 우선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원으로 금융투자협회가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91년 이후 4월 만기 물량 중 가장 큰 금액이다.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로 우량 회사채를 매입해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면 경색된 자금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다만 과거보다 시장이 커진 점을 감안해 규모가 더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안펀드는 1999년 9월엔 세 차례에 걸쳐 30조원 규모가 조성됐고 2008년엔 총 10조원이 만들어졌다.

전혜현 KB증권 연구원은 "1999년, 2008년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만기 도래가 집중돼 있고 유동성 위험이 있는 투자적격등급 크레딧 채권을 중심으로 매입이 예상된다"면서도 "과거보다 시장 확대로 조성규모가 늘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연구원은 "과거처럼 만기 도래 차환물량을 일정 수준 매입해주는 수준에 그치기보다 대출이나 보증 발행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안정을 위한 10조7000억원 투입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하루 수천억원을 순매도하고 있어 10조원 규모의 기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 출처=금융위

금융사들이 조성하는 증권안정펀드(증안펀드)는 1990년 4조8500억원 규모로 조성된 적이 있다. 당시 시총(95조원) 대비 5% 수준이었지만, 현재 코스피 시총은 지난 23일 마감 기준 998조4500억원으로 10조7000억원은 약 1%에 불과하다. 10조원의 자금이 모두 투입된다고 해도 1% 정도의 지수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펀드 규모가 작아 효과는 미비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정부가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만으로도 시장 안정에는 기여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들이 출자한 현금으로 조성한 기금인데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은행권도 손실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에 금액을 더 키우는 것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증안펀드에 참여했다가 투신사들은 대규모 손실로 자본잠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는 증안펀드에 출자한 금융사들에 대해 펀드 출자금액에 대한 건전성규제(위험가중치) 비율을 완화하고 투자손실위험 경감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