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홈쇼핑 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족’이 증가하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쇼퍼테인먼트’ 요소를 강화하는 등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쇼퍼테인먼트는 ‘쇼핑’과 ‘예능’을 결합한 TV홈쇼핑의 전략으로, 셀럽이나 인플루언서 등이 1인 방송 형태로 등장해 재미를 주는 동시에 전문성도 갖춘 형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 G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업계 주요 기업들은 쇼핑과 예능을 결합한 ‘쇼퍼테인먼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모든 홈쇼핑사가 약 한 달간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봄 신상품 출시와 마케팅에 한계가 생기자 다른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코로나19로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방문 수요가 크게 줄고 홈쇼핑으로 눈을 돌린 만큼, 봄개편과 함께 새로운 방식으로 잠재적 소비자들까지 TV 앞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 집콕족이 늘어나자 홈쿡 관련 모바일 생방송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롯데홈쇼핑

CJ오쇼핑은 이미 ‘최화정쇼’, ‘셀렉샵’, ‘힛 더 스타일’, ‘스마일마켓’, ‘동가게’ 등의 패션·라이프스타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화정쇼의 경우 이달 1일 유튜브 채널 ‘있어빌리TV’를 개국하며 보폭을 넓혔다. TV홈쇼핑의 제한된 시간 내에서 풀어내지 못한 미공개 이야기들을 담을 예정이다.

GS홈쇼핑은 봄을 맞아 GS샵의 대표 패션 프로그램 ‘쇼미더트렌드’ 새롭게 개편했다. 이번 봄 개편은 ‘트렌드 파라다이스(Trend Paradise)’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트렌드 소개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의 새로운 변화를 줬다. 현재는 ‘김트리오’라 불리며 찰떡케미를 자랑하는 쇼핑호스트 김민향, 방송인 김새롬,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 함께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생방송뿐만 아니라 SNS나 모바일 소통채널인 ‘핑퐁’ 등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고객 경험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1일 19년차 패션 전문 쇼호스트 이수정과 개그맨 홍록기를 전면 내세운  ‘이수정SHOP#’을 론칭했다. 이수정샵#은 반올림을 의미하는 #을 모티브로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반올림하는 프리미엄 숍’이라는 콘셉트의 토털 패션 프로그램이다. 프리미엄 패션·명품을 소개하고 패션 정보도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롯데홈쇼핑 모바일 생방송 프로그램 '랜선뷰티' 방송. 출처=롯데홈쇼핑

이외에도 19년 경력의 조윤주 뷰티마스터를 내세운 ‘조윤주쇼’도 지난해 11월 선보인바 있다.
조윤주쇼는 론칭 이후 해외 유명 뷰티 제품을 국내 최초로 론칭하고, 화장법과 피부 관리에 대한 토크, 제품 리뷰 등의 콘텐츠를 앞세워 누적 10만 세트 판매를 돌파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방송 시간을 황금 시간대인 금요일 저녁 8시40분으로 시간대를 이동한다.

현대홈쇼핑도 유명 쇼호스트 왕영은씨를 영입해 ‘왕영은의 톡 투게더’ 프로그램을 지난해 12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왕영은의 톡 투게더는 지난해 첫 방송부터 6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완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최고가 300만원대 제품인 시몬스의 매트리스 컬렉션 ‘뷰티레스트’의 인기 모델도 완판시키며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 집콕족이 늘어나자 홈뷰티 관련 모바일 생방송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롯데홈쇼핑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제품만 판매하는 방송의 형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예능프로그램이나 유튜브 형식의 방송으로 이뤄져야 밀레니얼 세대까지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명 쇼호스트는 물건을 판다기보다 토크쇼를 한다는 느낌으로 한다고 말한 적 있다. 유명 쇼호스트에서 끝나지 않고,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유튜브 크레에이터 등을 기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예 자신의 이름을 걸고 홈쇼핑 고정 프로그램에 등장해 상품을 소개하거나 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대중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매출을 끌어 올리는 방식은 큰 파급력을 지닌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방송을 론칭하면 신뢰도는 물론 전문성도 함께 가져오는 효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홈쇼핑 업계의 다양한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높은 송출수수료 보다 자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가격 경쟁력 등에서도 훨씬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명품 위주로 구매력이 높은 층을 겨냥한 고가 라인업의 론칭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셀럽이나 인플루언서를 활용이 단지 노이즈 마케팅 선에서 끝나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쇼핑과 예능을 접목시킨 마케팅은 상품 홍보와 이슈 몰이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제품력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기 때문에 소비자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부활동을 줄이고 집안에 머무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모바일 생방송 이용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합리적 쇼핑뿐 아니라 재미를 더해 줄 수 있는 콘텐츠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