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다수의 여성을 유인 및 협박해 강압적인 영상을 촬영하게 만든 후 이를 텔레그램에 유통시킨 n번방 사태가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n번방의 운영자 중 하나인 박사 조주빈이 회원들과 암호화폐로 거래한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한 수사당국의 행보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과 업비트, 코인원 등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출처=갈무리

24일 현재 n번방의 끔찍한 범죄사실이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암호화폐 업계는 착찹한 분위기다. 당장 국내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커뮤니티에서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암호화폐 시장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암호화폐 업계는 현재 블록체인 및 디앱 생태계 등 풍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n번방 사태로 인해 암호화폐 업계 전체에 ‘낙인’이 찍히는 것은 아닐까 우려하고 있다.

물론 암호화폐가 추적이 어렵고, 탈 중앙 플랫폼인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가동되기 때문에 자금세탁 및 범죄활용에 대한 우려는 있는 편이다. 그러나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상태에서 암호화폐 생태계는 조금씩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중이다. 부작용을 덜어내고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업계는 ‘불필요한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하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n번방 사태를 수사하는 수사당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n번방의 박사 조주빈은 검거됐으나 박사방에서 암호화폐 등으로 비용을 내고 사실상 ‘공범’으로 활동한 회원들에 대한 수사가 빨라지는 가운데,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n번방 이용자들이 비트코인 및 모네로 등 3개 암호화폐로 거래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빗썸은 이와 관련해 수사당국의 협조요청을 받은 상태다. 빗썸 관계자는 “후오비BTC코리아와 빗썸만 국내에서 모네로를 상장한 상태며 최근의 모네로 거래는 빗썸에서만 주로 벌어졌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협조요청을 했다”면서 “빗썸은 수사당국의 수사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코인원도 23일 수사당국의 협조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인원 관계자는 “수사당국의 협조에 적극 응할 것”이라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이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본인의 SNS를 통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수사 협조 요청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면서 “올해 국회 문턱을 넘은 특금법 개정안은 자금세탁방지를 골자로 한다. 가상자산을 가지고 그 어떤 자금도 익명으로 거래되지 않도록 하는게 현재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의 의무다.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업비트는 수사당국의 협조요청 여부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으나 “필요하다면 당연히 수사당국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코빗은 “아직 협조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CI까지 변경하며 심기일전하고 있으나 4대 거래소 중 유일하게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며, 수사당국이 아직은 코빗과의 협력에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한편 업계에서는 n번방 회원들이 추적이 어렵다는 암호화폐를 통해 거래를 했으나, 수사당국에 꼬리를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지난 20일 경찰이 암호화폐 구매 대행업체까지 압수수색한 가운데 해외 거래소 이용자나, 개인지갑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부분 덜미가 잡힐 것으로 본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이번 n번방 사태를 기점으로 의미있고 투명한 행보를 보여준다면, 업계 전반의 주홍글씨 우려는 상당부분 덜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특금법 국회 통과를 기점으로 더욱 풍성한 시장 잠재력이 발현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거래소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