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중심 규제당국 협력 중요

1달에 100만명 분 생산 가능

글로벌 CMO와 응급생산 논의 중

치료제ㆍ백신 동시 임상 진행 목표

▲ 셀트리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전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셀트리온이 치료제 및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과의 긴밀한 협조로 치료제 개발을 위한 1차 항체 후보군을 3주만에 성공했다. 이는 통상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 절차 중 하나다. 항체 후보군 선별 작업은 항체 치료제 개발에 가장 중요한 관문으로 후보군 도출 시 남은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절차서 어려운 단계 넘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3일 “항체 후보군 선별은 가장 어려운 단계. 평상시에는 3개월에서 6개월이 걸리는 프로세스다”면서 “가장 항체가 높은 환자의 혈액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보해서 3주만에 1차 항체 작은 조각들을 300개 미만으로 확인했다. 이를 또 발현시켜서 항체 개발을 종료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해당 개발 절차를 극단적으로 단축시켜 앞서 임상 투여까지 약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시간을 4개월로 줄였다. 서정진 회장은 “조만간 질본과 충북대 연구소와 함께 바이러스 테스트를 10일 동안 거쳐 가장 유력한 항체를 1개 내지 3개 찾아서 항체 합성을 완성할 것”이라면서 “다시 한 번 바이러스 테스트를 거쳐서 대량 생산 체계로 5월부터 진입시킬 것이다. 빠르면 7월 대량 생산된 물량을 1차 확보해서 한국 등 임상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신속하게 환자들에게 투여하는 것을 바라는 국가에 치료제로 공급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항체 체내 발현 예상 시점. 출처=셀트리온
▲ 코로나19 치료항체 개발 프로세스. 출처=셀트리온
▲ 코로나19 치료항체 개발 일정. 출처=셀트리온

설명에 따르면 300개 중 가장 바이러스 중화능력이 월등한 항체 1개를 선별해 이를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효능이 좋다. 차선책은 중화능력이 좋은 항체 2~3개를 섞어서 만드는 방법이다. 서정진 회장은 “항체 300개를 다 체내에 투여할 시 양산성이 없다”면서 “1개를 넣는 것이 제일 좋고, 2~3개 넣어서 칵테일 하는 것이 그다음으로 좋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할 시 명실상부 글로벌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는 1992년 설립돼 중소형 제약사로 신약 연구개발(R&D)에 매진하다가 2009년 신종 플루 사태를 맞아 매출을 확 키워 초대형 제약사로 성장했다.

길리어드는 자체 개발한 타미플루가 신종 플루에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한 후 2009년 한 해에만 타미플루로 매출 3조원을 확보했다. 타미플루 판권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2009년 3분기 타매플루 매출액으로 9억 9400만프랑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 폭증한 규모다.

규제 당국 협업…대규모 생산ㆍ공급 관건

이날 오전 9시를 기준으로 코로나19는 190개 국가에서 32만 6757명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셀트리온이 항체 치료제를 개발할 시 코로나19 사태를 빠르게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규제 당국과의 협업 및 치료제 대규모 생산ㆍ공급이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서정진 회장은 “한국 식약처를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이라는 절차를 거쳐서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약하기를 원하는 국가에 치료제를 공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남은 것은 상황에 맞춰서 얼마나 합리적, 과학적, 안전한 판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또 “식약처와 각 나라 규제기관과 협의해서 최단 시간 안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검증된 임상 디자인을 완성할 생각”이라면서 “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식약처와 질본과의 필요한 정보의 교류와 협력 관계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에서는 많은 협의를 하고 있다. 정부 기관과 개발하는 셀트리온과 협력 문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코로나19 치료제 대량 생산은 5월부터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적 생산을 위해서는 제조시설을 검증하는 밸리데이션이 필요하다. 밸리데이션 기간은 길게는 1년에서 2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셀트리온은 이를 임상 등과 동시에 진행해 허가 전에 제조 시설과 관련한 절차를 완료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정상적인 상황일 시 밸리데이션 기간이 길겠지만, 수요에 대해 판단이 들면 허가 절차 전에 밸리데이션을 완료할 생각”이라면서 “밸리데이션 절차가 대규모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할 때 시간을 지연시키는 요소가 되지 않도록 할 것. 개발비를 더 쓰는 한이 있어도 적합한 시기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 생산과 관련해 1달에 100만명 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 기업은 이미 항체 치료제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1공장 1만 2500리터 8라인, 총 10만리터 캐파와 2공장 1만 5000리터 6라인, 총 9만리터 등 합계 19만리터 생산 캐파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생산이 부족할 시 의약품위탁생산(CMO) 파트너까지 활용할 방침이다. 서 회장은 “CMO 파트너사와 긴급 생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생산에 집중할 시 기존 제품인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생산에 차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 회장은 “제품들은 1년 이상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대개 1년 내외의 유통 과정을 쉽핑 밸리데이션으로 검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를 고려하고 있는데 가장 어려운 것은 전세계가 입국 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날마다 같이 쉽핑 밸리데이션 범위 안에서 물류가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고 있다. 이런 것을 고려해서 재고 레벨과 각 나라 물류의 흐름이 어떠냐 이런 것을 두고 가용한 생산 능력을 얼만큼 배정할 것이냐를 잡으려고 한다”고 답했다.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를 단기간 역할이 가능한 백신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 각각 2가지 원숭이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임상 진입 시 치료제 효과와 백신 효과를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임상을 디자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개 의약품 개발에는 실험용 쥐를 통해 동물시험을 진행하지만 이는 인체와의 차이가 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원숭이 시험은 비용이 많이 필요하지만 쥐에 비해 인체와 유사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에서 원숭이로 동물실험을 경험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마우스보다는 원숭이 시험이 데이터도 깨끗하게 나오고 개발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를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할 시 1달 정도 백신 역할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1달인 이유는 반감기 때문”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예방이 가능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경우 오너가 의지를 갖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진정성있는 목표를 갖고 R&D에 나선다는 건 의미가 있다. 국민 건강을 우선한다는 제약바이오 산업 본연의 가치에도 걸맞는 행동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