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 함영준 오뚜기 회장(중), 전창원 빙그레 대표(오). 출처=각사 제공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식품업계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번 주부터 본격 진행된다. 특히 올해 주총에서는 주요기업들의 대표이사 재선임과 신성장동력이 될 신사업 추진 안건이 핵심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27일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상그룹, 롯데제과, 오뚜기, 빙그레 등 굵직한 식품기업들의 정기 주총이 예정돼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신규 사내 선임이 주요 안건인 반면 롯데제과, 오뚜기, 빙그레는 재선임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새 얼굴’ 모시기 vs 책임경영 유지
CJ제일제당은 정기 주총에서 최은석 CJ경영전략총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최은석 부사장은 CJ에서 재무와 인수합병, 신사업 등 그룹 경영 전반을 맡아왔던 인물이다. 만약 최 부사장이 신규선임에 성공하면 CJ제일제당은 최 부사장을 포함해 손경식 CJ그룹 회장,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이사 등 총 3인 체제가 된다.

대상도 같은 날 열리는 주총에서 임상민 전무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건이 올라왔다. 임상민 전무는 임창욱 명예회장의 차녀다. 현재 식품BU와 소재BU의 전략 부문을 맡고 있는 임 전무는 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임 전무가 사내이사 선임이 경영 승계를 위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대상은 임정배 대상 대표와 정홍원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임정배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식품부문을 책임졌던 임정배 대표가 소재까지 총괄하면서 임상민 전무의 책임경영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평가다.

롯데의 식품 계열사들도 27일 주총을 진행한다. 롯데제과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민영기 롯데제과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논의한다. 임기는 각각 2년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호텔롯데, 롯데건설 대표이사직에 이어 롯데쇼핑 등기임원, 롯데칠성 사내 이사직에 물러난 상황이다. 그러나 롯데제과와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케미컬, 롯데쇼핑 등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특히 롯데제과는 그룹 창업주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지난 1967년 설립해 한국 사업의 시작이라는 상징이 있는 만큼 신 회장의 재섬임은 유력해 보인다.

민영기 대표의 재선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대표는 지난 2018년 취임 이후 해외사업 확대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인도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하브모어’, 미얀마 제빵업체 ‘L&M 메이슨’ 등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특히 국내 제과업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현지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같은 날 주총이 열리는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과 이강훈 사장의 재선임을 안건으로 다룬다. 임기는 각각 3년이다. 이번 주총에서 두 사람의 연임안이 통과되면 함 회장과 이 사장은 15년 넘게 호흡을 맞추게 되고, 업계는 두 사람이 올해도 재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빙그레는 오는 25일 주총을 열고 김호연 전 회장과 전창원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올린다. 임기는 3년이다. 지난해 취임해 사업모델 재창조 및 발굴을 경영목표 제시한 전창원 대표는 펫푸드, HMR(가정간편식) 등 신사업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짧은 취임 기간과 지난해 최근 건기식 사업의 성장세 등을 고려할 때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삼양식품은 30일 주총에서 김정수 대표의 재선임안을 다루려 했으나 김 대표가 취업 제한에 걸리면서 정태운 단독 대표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남편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함께 횡령 혐의로 지난 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취업제한 통지를 받은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이후 법무부 취업 승인을 받는다면 다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 최은석 CJ 경영전략총괄 부사장(왼)과 대상 임상민 전무(오). 출처=각사 제공

신규 사업으로 먹거리 사업 돌파구 확보
CEO들의 재선임 안건뿐 아니라 이번 식품업계의 주총에서는 신규 사업 추진 안건도 주목된다. 더 이상 먹거리에만 의존하지 않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생존전략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열린 주총에서 신세계푸드는 이번 정기 주총 안건으로 ▲산업용 농·축산물 및 동·식물 도매업 ▲곡물 가공품,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산업용 기계 및 장비 도매업 ▲작물재배업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기타 과학기술 서비스업 ▲전시 및 행사 대행업 등을 추가했다. 이에 신세계푸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상으로 관련 장비를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됐고, 직접 농산물을 재배하고 식자재 유통과정을 줄여 비용 절감 효과도 업을 수 있게 됐다.

CJ프레시웨이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의료기기 및 의료용품 도·소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이는 과거에 입찰 받았던 상업시설 등을 총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매일유업도 27일 열릴 정기 주총에서 상품 중개업에 대한 신규 사업 목적을·추가하는 안건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기업들이 이제는 먹거리 사업 뿐 만 아닌 아예 다른 분야의 신규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연임이나 신규 이사선임건은 대부분 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