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쁜 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이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빚이 가족 등 주변으로 퍼지는 경향이 도드라졌고 법정이율을 초과하는 사금융 이용자가 응답자의 절반이 넘었다. 

서민금융연구원(원장 조성목)은 23일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작년 년 말에 실시한 저신용자대상 설문조사결과를 분석, 이를 보고서로 발간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매년 말 저신용자 및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보고서는 작년 10월부터 2개월간 실시한 설문에서 수집된 유효응답자(금융이용자 22,179명, 대부업체 570개사)를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체에 대출 신청을 했으나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최근 3년간)이 있다는 응답율이 70%에 달했다. 이들 중 66%는 자금마련을 하지 못했으며, 이런 상황에서 ‘부정한 방법으로라도 돈을 마련하려 생각했다’는 응답이 26%, 심지어 ‘자살충동을 느꼈다’도 14%로 나타났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후 자금마련에 성공했다고 응답한 경우 자금마련 경로는 타 금융기관대출(31%)과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29%)이 60%로 높게 나타났다.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에 의한 경우는 17%의 응답을 보여 2018년의 8.8%에서 비해서는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연구원은 지난 2019년 ‘햇살론17’ 상품출시 영향이 주된 것으로 분석했다. 햇살론17은 기존 햇살론에 비해 고금리면서 대출기준을 완화한 상품이다.

자료=서민금융연구원

◆ 대부업체인지도 모르고 대출 받는 사람 절반 넘어

이번 설문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부채가 가족이나 주변으로 전이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차입한 경우, 변제한 비율은 28%에 불과했고 일부만 변제(47%)하거나 변제의사는 있으나 현재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25%) 상황에 따른 것이다. 

한편, 대부업체에서 조차 대출이 거절되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금융수요자는 작년 한 해 최대 19만명(3조3000억원)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평균 2개의 불법 사금융업자와 거래하며,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는 사금융 이용자의 62%에 이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지방일수록 최고금리를 벗어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금융 이용자는 불법고금리(45%),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불법 채권추심행위(17%)를 가장 큰 피해유형으로 응답했다.

상호을 보고 대부업체인지 불법 사채업자인지 구분이 가능한지 여부 대하여는 ‘구분이 된다’(46.1%)보다 ‘구분이 안 된다’(53.9%)가 약간 높게 나타나고 있고, 대부업체 상호에 ‘대부’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응답이 62%나 되어 대부업법 시행 18년이 되어서도 상호가 합․불법에 대한 변별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대형 대부업체에 대하여 상호에 ‘생활금융’ 등 특정 명칭을 사용하여 구분하는 것에 대하여 필요하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저신용․저소득 금융이용자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최후의 자금공급기능을 하는 대부업체 중 570개사로부터 유효응답을 받은 내용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2월 대부업에 대한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이후 30%이상의 대부업체가 대출을 축소하고 있고 축소하는 이유로는 69%가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었다. 설문에 답한 대부업체 중 37%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유효 응답 대부업체 중 64.4%는 현 최고금리 수준에서 사업을 존속하기 어렵다고 답했으며 예상 사업 존속기간은 평균 2.4년 정도이고 앞으로 최고금리를 20%로 인하할 경우 그 기간은 평균 1.6년이라고 응답하여 대부업체의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현재 대부업체가 바라는 정책방향으로는 ‘획일적인 최고금리 규제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금리제도 도입’(52.6%)을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그다음으로 정책의 예측가능성(24.7%), 세법상 손비인정범위 확대(23.5%)를 바랐다.

보고서는 서민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시장별․기관별․상품별 탄력적 최고금리정책 △금리규제 중심이 아닌 금융접근성 확대를 골자로 한 ‘한국형 소액 대부업 구축’ △불법 사금융 접근차단 노력 △자활교육․재무상담․채무조정기능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 

조성목 원장은 “작년 출시된 정부의 ‘햇살론17’이 일시적으로 저신용자의 금융수요를 충족시켜 사금융이동율이 떨어진 효과가 있지만 정책금융상품이 궁극적으로 시장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현 최고이자율 하에서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대부업체가 64%나 되고 평균 2.4년 정도 존속예상 하고 있다는 응답에서 정책적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원장은 “장기적으로는 저신용자의 금융소외 해소를 위한 제도 간 연결고리를 잘 꿰맞춰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미국의 NFCC나 영국의 CA같은 비영리 채무상담기구 같은 제도 도입도 효과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