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인도 대기업의 임원으로 승진하는 금자탑을 쌓은 K형은 당시 한국 언론에 마치 미국에서 한국계가 하원의원에라도 당선된 것처럼 크게 다뤄졌었죠. 하지만, 인도 IT산업을 미국 IT기업의 오더를 받아 컴퓨터 자판이나 두들기는 저임금 공장인양 평가절하하던 한국 언론은 이를 성공 모델이라기 보단 화젯거리 정도로 소개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K형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러다가 한국은 인도 뒤꿈치만 쳐다보게 된다”며 진화를 거듭하는 인도 IT산업을 단순 하청공장으로만 취급하는 한국의 무지를 안타까워하셨죠. 당시 K형의 외침이 한국 정부기관의 한·인도 연구혁신협력센터 책임자 모집 공고를 보면서 새삼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센터장 공모 내용을 살펴보니 이번 공고가 재(再) 공고이더군요. 지난 연말에 모집했으나 응모자들 중 적임자를 찾지 못하여 재차 공고가 된 것이랍니다. 적지 않은 연봉에 3년 임기 장(長)구하기인데 요즈음 인생 2모작 시대에 적임자가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과학기술과 ICT 분야에서 인도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외활동이 요구된 직무인데 한국 내에서 이에 관련하여 유의미한 경험을 가진 이가 누구일 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아시다시피 인도는 28개 자치 주가 있는 연방공화국으로 각 주마다 정책이 따로 있어 산업의 특징과 발달 정도가 매우 다르지요. 이런 구조 속에서 인도와의 연구 협력은 적재 적소의 주정부와 기업에 대한 네트워크 유무에 성과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경험 있는 이를 책임자로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문제는 이에 합당한 이가 있느냐입니다.

비슷한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 더러 있었기는 하겠지만 경험이 일회에 그치거나 단기에 끝나는 경우이어서 인적 네트워크에서 폭과 깊이가 있다고 할 수 없음은 K형도 잘 아시죠? 형은 인도 굴지의 IT 대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대내외적으로 인적 교류도 많았지요. 게다가 많은 주 정부가 한국과의 교류를 희망하던 시절에 자문역을 하면서 정부 고위직과도 교류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또한 공고문에는 실제로 인도인과 공동개발 수행경험도 필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 이를 실제로 해 본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K형의 경험은 B2B 공동개발로 인도의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그 결과 국내 기업의 제품 개발에 실제로 이바지 하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됩니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과의 개발경험이 있는 인도 전문인력을 그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글로벌 프로세스로 소통을 이끌어 나간 형의 탁월한 능력이 있기에 가능하였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K형이 적임자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현업을 떠나 한국 땅끝 해남에서 바울의 음악과 춤으로 아시람(Ashram)을 열었다고요? 아쉽더군요. 기술혁신협력을 추진하겠다는 한·인도 정상회담 논의가 장관회담을 통해 가까스로 합의하여 이를 실천하는 단계에 이르렀는데 정작 이를 추진할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인도 실무 전문가를 제도적으로 육성하지도 않았고 정책으로 뒷받침 하지도 않았는데 인재가 있으리라 여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곧 발족한다는 센터는 아쉬운 대로 시작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교훈으로 이제라도 인적자원 육성에 나서지 않으면 이후로도 어려움은 반복될 것입니다.

▲ 필자가 진행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인도학과 학생들의 토론수업 모습. 출처=김응기

여러 인재육성 의견이 있겠지만 기초부터 대학에서의 인도교육이 정상화되어야 합니다. 인도 전공 학과가 현재의 두 대학 이외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한국상황에서는 불가능할 테니 대학 공통과정에 인도 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도 인문학과 인도 비즈니스 과정이 정규과정으로 개설되어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논의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현업에서 경험하면서 점차 한국 내 인도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요. 씨 뿌리지 않는 밭에 추수 없듯이 이런 기초 없이 인재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