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최근 국가 재난 상황에서 여러 회사들이 앞다투어 지역에 기부금을 보내고 있더군요. 저희 회사에서도 기부금을 보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이야기가 있네요. 일단 다른 회사처럼 기부를 좀 해야 하겠지요. 그게 맞겠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기업이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넘어 어찌 보면 당연한 기업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표적 기업들은 어려운 시기에 매번 어려운 국민들을 도와 왔습니다. 각 기업마다 기부금 규모나 기부 형식에 있어 다름은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활동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시각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 시각으로 볼 때 기업의 그런 기부 활동을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좀더 전략적인가 하는 고민은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국가 재난 시 당연히 기부를 해야 한다는 사내 원칙이나 전례가 있다면, 그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은 그 대로 전통을 지켜 나가면 됩니다.

그 외 일부 기업 중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 차원에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을 때는 한번 생각해 볼 주제가 있습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특정 지역에서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해당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자사에서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냥 다른 기업처럼 기부금을 마련해 전달합니다. 그리고는 사회적 책임을 다했고, 자사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일조했다고 합니다. 이게 전부일까요?

사회적 가치 차원에서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사 주변에서 자사에게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들(stakeholders)입니다. 그 이해관계자는 직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거래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객들이 될 수도 있고, 지역 커뮤니티, 투자자, 시민단체, 정부기관, 언론 등 다양한 그룹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적 재난 상태에서 기업이 가장 먼저 돌아보아야 하는 대상은 바로 그런 이해관계자일 것입니다. 만약 해당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이해관계자가 고객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들이라면, 해당 기업은 어떤 순서로 사회적 책임이나 가치를 창출해야 할까요?

당연히 그런 이해관계자를 먼저 도와야 할 것입니다. 그 대상이 지역 커뮤니티라면 그 커뮤니티에 먼저 지원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고객 소상공인이 울고 있다면 해당 기업은 그들에게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아파한다면 직원이 그 대상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가까운 이해관계자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문제나 고통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이 항상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퍼블리시티 차원에서 가치 있는 외부 기부나 봉사는 그 다음입니다.

가족에 비유해 보시죠.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어머니, 자녀, 부모,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 선배, 선생님, 지인과의 관계는 생략 한 채, 외부 봉사나 기부에만 신경 쓰는 아버지가 있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시죠.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주변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긍정적 관계를 기반으로 기업이 다양한 기부와 봉사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좋은 일에도 분명 우선순위는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