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로 투자자들이 극단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면서 회사채 시장도 얼어붙었다. 특히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가리지 않고 유동성이 가장 높은 현금만 찾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마저 공모채 시장에 발길을 끊었다.

최근에는 채권 등급이 A급 이상인 기업들마저 사모시장으로 자금을 급하게 조달하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안정적) 회사채 신용 등급을 보유중인 신세계(주)가 사모채 시장에서 1000억원을 조달했고, A등급인 SK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이 사모채 시장에서 각각 500억원, 4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채권 투자 위축으로 공모채 시장에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판단해 발행 시장을 변경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채권시장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채권 수익률마저 낮아지고 있다. 20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1%로 전일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다.

▲ 출처=금융감독원전자공시, 금융투자협회

주요 기업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채권 금리마저 낮아져 기관투자자들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는데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달 우량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하나은행과 키움캐피탈은 각각 3000억원, 5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각각 2700억원, 170억원의 투자수요를 모으며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로 자금조달 일정을 연기하거나 사모채 시장에서 발행하고 있다. 사모채 시장은 경쟁입찰 방식을 거치지 않아 공모채 시장보다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다만 신용등급에 따라 매수회사와 협의한 일정한 범위내 발행금리를 결정하기 때문에 대체로 공모채를 통한 발행보다 높은 금리로 발행된다. 이달 사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한 신세계의 경우 신용등급이 AA(안정적)으로 사모채 시장에서 발행하는 기업들 중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아 3년물, 5년물, 7년물 회사채도 1%대 금리로 발행했다. 신세계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3건 있으며 해당 회사채를 합산하면 상황해야 할 회사채는 총 27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2000억원은 만기가 오는 4월 11일까지다.

SK증권은 2018년 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공모시장에서 발행했는데, 해당 채권을 차환하기 위해 이달 사모채 시장에서 50억원을 4.6%에 조달했다. 2018년 공모채 시장에서 해당 자금을 조달할 때 3.47%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1.13%포인트 높은 금리로 발행해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다.

한편 금융권은 공모채 시장에서 코코본드(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 준비에 한창이다. 수요예측에 미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지만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자금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후순위채권 발행을 추진한 곳은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으로 해당 은행은 각각 3500억원, 4000억원 발행에 나서기 위해 증권신고서를 공시했다. 또한 최근 기업은행은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해당 채권은 지속가능채권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기업은행 측은 “조달한 자금은 사회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코로나19 피해 기업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