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스페인에서 하루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 넘게 더해지면서 증가폭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수도 마드리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이대로 사태가 진행될 시 마드리드 시민 전체의 8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페인 공영방송 RTVE는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 보다 5394명 늘어나 누적 확진자가 총 2만 5374명이라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376명 추가돼 총 1378명으로 늘었다. 이는 앞서 보건부 발표에 지역별 집중치료센터(ICU) 등 지역 통계를 종합한 결과다.

스페인은 이날까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이어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가 많다. 스페인 내에서는 마드리드 내 확진자가 총 8921명으로 가장 피해가 크고 바르셀로나가 있는 카탈루냐 4203명, 바스코 1725명, 안달루시아 1515명, 발렌시아나 1363명, 카스티야ㆍ라만차 1817명 순을 나타내고 있다.

마드리드에서는 호텔에 이어 이페마(IFEMA) 컨퍼런스 센터를 5500여 병상을 갖춘 응급 수용 시설로 바꾸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마드리드의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 주지사는 앞서 19일 “마드리드 시민의 8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면서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등 시민 15%정도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은 감염으로 24시간 또는 48시간 이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공공ㆍ민간 보건 의료 시스템을 통합해 응급 병상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인 정부는 앞서 17일 “앞으로 15일 간 병원 등 민간 의료 기관을 국영화한다”고 선언했다. 폭증하는 코로나19 환자 수용ㆍ치료를 위해서다.

푸에르타 델 솔 광장 등 마드리드 도심에서는 군복을 입은 공수부대원들이 배치돼 단속 활동을 하고 있다. 페르난도 그란데 마를라스카 내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2주간 외출 자제와 관련해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때가 왔으며 유예기간은 없다”면서 “경찰을 26만 4000명, 군을 13만 2000명으로 늘렸으며 지역 정부와 협의해 배치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왕실 칙령에 따라 정당한 이유없이 두 사람 이상이 한 차에 탈 수 없으며, 주말이나 휴일에 별장으로 놀러갈 수 없고, 무리지어 만나 대화하는 행위도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 군ㆍ경찰이 행정상 처벌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경찰은 이동 제한 단속에 들어가면서 수천 명을 적발해 1인당 평균 600유로(80만원) 미만의 벌금을 매겼지만 앞으로는 강도가 더 세질 예정이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앞서 14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주간 외출 자제를 요청했다. 가게 영업 등 상업활동 중단은 물론 모든 국민에게 생필품ㆍ의약품 구매,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자택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이었다.

산체스 총리는 지난 17일 생방송 대국민담화를 통해 2000억유로(274조원) 규모 ‘코로나19 재정’을 발포했다. 이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스페인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는 과거 ‘스페인 독감’ 공포를 불러냈다. 컬럼비아대 제프리 샤먼 교수는 “코로나19 판데믹은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가장 재앙적인 상황일 것이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희생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컬럼비아대학 연구팀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를 보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면서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수준에 불과해 본인도 모르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숨은 감염자가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이른다.

스페인 독감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인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세계를 휩쓸었다.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시기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탓에 전세계에서 약 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