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강수지 기자]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이 증시 폭락장에서 투자자와 증권사 모두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손실 위험에 대한 걱정을, 증권사들은 마진콜 등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걱정 중이다.

ELS에 투자한 투자자들 중 특히 주요국의 주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연일 어두운 증시 탓에 잠을 이룰 수 없다.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각 증권사에서는 실제 손실구간에 진입한 ELS 종목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LS, 도대체 어떤 구조길래

ELS 상품은 만기 때 해당 배리어를 기준으로 정해진 수익률에 따른 수익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1년 만기에 수익률 7%, 배리어 65%라면 1년 뒤 만기 때 주가가 구입 당시 주가의 65% 이상의 범위에 있으면 7%의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배리어(Barrier)는 크게 조기상환 배리어와 낙인 배리어가 있다. 조기상환 배리어는 조기상환이 가능한 구간이며, 낙인 배리어는 원금손실이 일어날 수 있는 구간을 말한다. 조기상환 주기는 보통 6개월 또는 4개월이나 각 상품별로 다르다.

만일 가입한 ELS 상품의 조기상환 평가 주기가 6개월이고, 조기상환 배리어가 80%라면 가입 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주가가 구입 당시 주가의 80% 이상 범위에 속하면 수익률을 보장받으며, 자동으로 조기상환 된다. 그러나 상환 배리어인 80%를 넘지 못 하면 조기상환 되지 않으며 다음 상환 시기 혹은 만기를 기다려야 한다.

낙인 배리어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이다. 낙인 배리어에 진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상환 시기 때 상환 조건을 충족한다면 낙인에 진입했던 것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낙인에 진입한 뒤 만기가 됐을 때 상환 조건을 만족하지 못 하면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낙인 배리어가 없는 노낙인 ELS 상품도 있다. 이 경우엔 상환 배리어에 따라 조기상환이나 만기상환 혹은 만기손실이 결정된다.

현재 낙인 배리어에 진입했거나 노낙인 상품 중 만기 상환 배리어를 하회한 종목들이 등장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답답한 상황이다.

▲ 데이터=각 사 홈페이지

주요 7개 증권사, 3월에만 손실 위험 337건 안내

22일 주요 증권사 7곳의 손실 위험 발생 ELS 상품을 살펴보면 3월 한 달에만 무려 300종목이 넘는다.

주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다.

이들이 ELS 상품 중 손실 위험이 발생했음을 안내한 건수는 이번 3월에만 무려 총 337건이다.

이를 각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는 하방 배리어를 하회한 ELS 종목이 1건 있으며, 노낙인 상품으로 손실 구간에 진입한 건수는 5건이라고 안내했다.

한국투자증권은 ELS 36종목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했다고 고지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엔 낙인 배리어 하회 7건, 낙인 발생 6건, 노낙인 상품 중 만기 배리어 터치 7건 등의 표현으로 손실 위험이 발생한 ELS 종목을 공지했다.

삼성증권은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한 종목은 1건, 최종 행사가를 하회한 종목은 31건이라며 손실 위험이 있는 ELS를 공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총 32종목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안내했다.

KB증권은 '만기경계기준가격 미만 하락 공지' 24건과 '경계기준가격 미만 하락 공지' 2건을 통해 자사의 ELS 상품에서 손실 위험이 발생했음을 알렸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엔 총 185종목이 만기 배리어를 하회했다고 밝혔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한 달간 발행된 1416개 ELS 중 낙인 ELS가 956개로 67.5%를 차지한다"며 "특히 기초자산이 3개 이상인 것은 1271개로 89.8%"라고 언급했다.

마진콜 발생에 단기 채권 시장 혼란

현재 투자자들은 주가에 영향을 받는 ELS 속성에 따라 증시 폭락으로 손실 구간에 진입한 종목을 마주하게 됐다. 투자자들을 떨게 만든 ELS. 그러나 그 뿐이 아니다. 증권사들도 ELS의 이 같은 처지에 곤경에 빠졌다. 마진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마진콜이란 선물계약의 예치증거금 혹은 펀드의 투자원금에 손실이 발생할 때 이를 보전하란 요구를 받는 것을 뜻한다.

증권사들은 ELS상품에 대한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자체적인 방법 또는 해외 금융사를 이용하는 등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은 자체적으로 헤지하는 방법을 주로 선택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체적인 헤지는 선물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선물거래란 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거래다. 즉 미래의 가치를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설상가상으로 증권사들은 증시 폭락에 따라 헤지를 위한 선물거래와 관련해 손실이 예상됨으로 증거금을 더 넣어야 하는 마진콜을 받게 된 것이다. 증거금은 주식이나 파생상품을 거래할 때 결제를 이행하기 위한 보증금이다.

더 큰 문제는 마진콜을 요구한 해외 증권사들이 원화가 아닌 달러화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은 달러를 마련하고자 기업어음(CP) 등의 단기 채권을 시장에 내놨다.

이 때문에 시장에는 단기 채권이 갑자기 쏟아졌고, 채권 값은 급락하고 채권의 금리는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생겼다. 게다가 시장의 달러화 부족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돼 갖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ELS로 인한 단기 자금 시장의 교란과 증권사들의 유동성 경색 등을 우려해 지난 20일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부국증권, KTB투자증권 등과 CP에 대한 긴급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 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마진콜 발생 규모는 3조원 이상이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 수석연구위원은 "ELS 상품은 구조 자체가 낙인 배리어 수준까지 시장 혹은 대상 기초자산이 밀릴 경우 그게 또 다른 매도 물량을 만들게 된다"며 "이 같은 구조적인 매도 물량은 추가적으로 시장의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투매로 파급될 것이고 이는 악순환의 연쇄 부실화, 부진 뇌관 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