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중국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21일 기준 코로나19가 발생한 국가만 179개국에 달한다.

발병 초기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파된 코로나19가 어느덧 북미와 유럽, 중동, 남미, 아프리카까지 세계 곳곳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2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6만 5386명으로 집계됐다. 연일 2만명이 넘는 신규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누적 사망자도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발병한 뒤 약 4개월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떠오른 코로나19의 습격에 인류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 '주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아시아 국가는 발병지인 중국과 가깝고 교류가 많은 탓에 코로나19의 공포를 일찌감치 맛봤다.

한국도 지난 1월 20일 첫 감염 발생 이후 2달여 만에 확진자 수가 8799명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의료진과 방역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에 힘입어 대구·경북에 집중됐던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 여전히 소규모 집단감염과 해외유입을 통한 확산 우려가 남아있지만 적극적인 방역 대책으로 확진자 수가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한술 더 떠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고 끝내기 수순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21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는 41명, 사망자는 7명이 각각 발생했다. 이 중 신규 확진자는 모두 해외에서 유입됐다. 중국 본토에서 신규 확진자는 사흘 연속 나오지 않았다는 게 중국 보건당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사실상 코로나19 종식 단계에 접어들면서 후베이성에 투입된 4만2천명의 의료진을 하나둘씩 철수시키고 있다. 이미 1만2천여명의 의료진이 원래 일하던 병원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확산 거점 '유럽'

유럽은 중국에 이어 최악의 전염병 대륙으로 급부상 중이다. 최근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병지 중국을 넘어서며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마치 중국의 발병 초기 모습이 유럽에서 재현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피해가 큰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날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4만7021명으로 중국의 절반이 넘는다. 누적 사망자 수는 4032명으로 이미 중국(3248명)을 크게 앞질렀다.

이탈리아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북부 롬바르디아가 2만2264명으로 가장 많다. 이탈리아 전체의 47.3%로 절반에 가깝다. 중국에 우한, 한국에 대구처럼 이탈리아는 롬바르디아가 코로나19 확산의 거점이었다.

인접국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직 이탈리아에 못 미치지만 스페인과 독일의 확진자는 이날 기준 2만명에 육박했다. 프랑스와 스위스, 영국 등도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럽은 현재 코로나19 시국을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전시 상황급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 등 각종 대응책을 쏟아내며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미 중심으로 확산·봉쇄

북미 지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 수가 1만8천명대에 진입했다. 하루 새 확진자가 5000명 넘게 급증해 사실상 '팬데믹'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주가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거점으로 군림하고 있다. 뉴욕주의 확진자는 이날 7천명을 돌파했다. 이틀 연속으로 2000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한 덕분이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뉴욕주는 주민들에게 외출 금지를 권고하고 비필수 사업장에 대해 100% 재택근무를 명령하는 등 강도 높은 조처를 취했다. 현재 뉴욕주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와 일리노이주, 네바다주 등에서도 모든 주민을 집에 묶어두는 특단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은 북쪽 캐나다(736명)와 남쪽 멕시코(118명)로 연결되는 국경을 각각 폐쇄할 예정이다. 무역을 제외한 필수적이지 않은 이동을 제한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브라질(428명)과 칠레(342명), 페루(234명) 등 남미 20여 개 국가에서도 1천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북미에 비해 감염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확산 초기부터 국경 폐쇄와 같은 고강도 조치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동 확진자 2만명 돌파

중동에서도 최근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날 기준 중동 17개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2654명이다. 지난 1월 29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첫 확진자 4명이 나온 뒤 1만명까지 도달하는데 무려 43일이 걸렸다. 하지만 1만명에서 2만명으로 늘어나는 건 약 1주일이면 충분했다.

발병 초기 중동 지역의 확진자는 이란에 다녀온 성지순례객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유럽과 이웃 중동 국가에서 귀국한 자국민을 통해 2차 감염이 확산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다른 발병국과 비교해 외부 봉쇄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던 사우디아라비아조차 누적 확진자가 274명으로 늘었다.

21일 현재 중동 지역의 주요 발병국은 이란(1만9644명), 이스라엘(705명), 카타르(460명), 바레인(285명), 사우디(274명) 등이다. 이 지역의 누적 사망자는 1471명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아프리카도 급습

코로나19는 보건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까지 급습했다. 현재까지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보다 감염자가 적은 편이지만 방역 능력과 의료 시설이 취약해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아프리카 질병 통제예방센터 집계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기준 아프리카에서 795명의 코로나19 확진자와 1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코로나19 발생 국가는 이날 처음 확진자가 확인된 니제르를 포함해 총 36개국이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집트 256명, 남아공 202명, 알제리 82명, 튀니지 39명, 세네갈 38명 순이다.

남아공을 비롯해 20여 개 아프리카 국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최근 잇따라 여행 금지와 국경 폐쇄, 휴교 조치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