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주 사실상 자택 대피령, 경제 마비 우려감 증폭

국제유가 다시 10.6% 폭락, 국채금리도 1% 아래로 추락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침체 공포가 지속하면서 또 다시 큰 폭 하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기 위축 우려에 더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또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0일(현지시간)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913.21포인트(4.55%) 미끄러진 1만9173.98에 거래를 마쳤다. 다시 하루 만에 2만 선을 내준 것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각각 104.47포인트(4.34%)와 271.06포인트(3.79%) 주저앉은 2304.92와 6879.52에 장을 마감했다.

이로써 다우지수는 이번 주 약 4000포인트(17.3%) 낙폭을 기록했다. 주간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18.2%) 이후 최대 낙폭이다. S&P 500 지수는 14.98%, 나스닥은 12.64% 각각 추락했다. 두 지수도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악의 주간을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지난 2월 최고점에서 35.2% 폭락했다.

이날 시장에서 주요지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 등 9개국 중앙은행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극심했던 달러 경색이 다소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장 초반에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 코로나19 관련 소식이 잇따르면서 하락세로 반전한 후 갈수록 낙폭을 키웠다.

이날 코로나19 확산의 미국 내 요주의 지역으로 부상한 뉴욕주가 주민들에게 외출 금지를 권고하고 비필수 사업장에 100% 재택근무를 명령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뉴욕주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확진자 7246명을 배출하며 가장 심각한 상황을 보였다.

여기에 미국과 멕시코가 무역 등 필수적인 요인을 제외한 이동을 막기로 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미국의 북부와 남부 국경이 사실상 모두 봉쇄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미국의 대량 실업 사태가 현실화할 것이란 공포도 커졌다.

또 전일 반등했던 국제유가가 이날 또 폭락한 점도 증시의 투자 심리를 저해했다.

국제유가가 또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인 것도 증시의 변동성을 키웠다.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사우디와 러시아간 유가 전쟁에 외교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배럴당 2.69달러(10.6%) 내린 22.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의 주간 하락폭은 무려 29%로 이는 1991년 걸프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31달러(4.6%) 떨어진 27.1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 셰일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석유 가격 폭락은 또한 미국의 석유 생산업체들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안전자산에 속하는 미국 국채금리도 급락했다. 국채금리가 떨어졌다는 건 국채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날 미국증시 장중(현지시간 오후 2시4분 기준)에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0.92%로 전일 같은 시각의 1.13% 보다 크게 낮아졌다. 같은 시각 2년물 국채금리는 0.33%로 전일 같은 시각의 0.42% 보다 역시 크게 낮아졌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이날 "미국증시가 상승 출발했으나 장중에는 오전장의 상승세가 사라질 정도로 뉴욕월가의 상황이 여전히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1% 아래로 추락할 정도로 국채금리 또한 변덕스런 흐름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국제 금값은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5.3달러(0.4%) 오른 1484.6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전반에 걸친 투매에 따라 금값도 약세를 이어가며 2주째 하락했다.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8.28% 하락한 66.0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