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삼성화재가 전통적인 보험금 청구 방식 중 하나인 팩스(FAX)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보험금 팩스 접수는 정확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업황 악화 속 인권비 감축 등 회사 사업비 절감을 위한 취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의 팩스 접수 제한에 대해 보험금 청구 포기율을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내달 1일부터 인보험 팩스 서류접수 운영을 제한 할 예정이다. 보험금 청구 서류를 팩스로 제출하는 경우 인식오류, 접수 누락 등의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사측에선 RC(설계사)들에게 보험금 청구 시 팩스접수를 줄이고 앱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금 청구를 팩스로 접수하는 경우 일일이 사람이 확인해서 입력을 해야한다. 시간이 오래걸릴 뿐더러 서류가 정확히 안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 가독성이 떨어져 서류를 재 요청하는 경우도 잦다"며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팩스 대신 모바일로 청구하거나 RC를 통해 청구하도록 채널을 다양하게 활성화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금 청구를 팩스 외 다른 방안을 활용하도록 권고하는 것이지, 팩스 접수를 아예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팩스를 사용해야 하는 고객이라면 팩스 접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가 팩스 접수를 줄이고 모바일 접수 등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고객 편의성 제고를 위한 목적 외에 사업비 절감의 측면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계는 저금리‧저성장‧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해 실적악화에 신음하고 있으며, 포화된 보험시장 속 사업비 절감 등 비용줄이기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6430억원으로 전년 1조679억원 대비 39.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26억원으로 전년 1조4508억원 대비 40.5% 감소했다. 연봉도 줄어들고 있다. 삼성화재 임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400만원에서 8600만원으로 17.3%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지난해 임직원 보수총액도 5479억원으로 전년 6349억원 보다 13.7% 줄었다.

일각에서는 팩스 접수가 줄어들면서 보험금 청구 포기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바일이 청구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팩스를 통한 보험금 청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청구방식은 △PC 및 모바일 △회사 대표 앱 △우편 △방문 △담당 설계사를 통한 접수 등이 있다. 2018년 하반기 보험연구원에서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방법 중 팩스를 통한 청구비율은 22.1%로 이메일‧스마트폰 청구비율(22.4%)과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이 서류 접수 과정에서 대표 팩스번호를 알리지 않고 콜센터를 통해서만 팩스번호를 제공하는 운영 방식에 대해 "보험금 청구 포기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 보험 설계사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청구의 중요성이 올라가고 있는 시점에서 굳이 편의성이 낮다는 이유로 팩스 접수를 제한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금 팩스 접수는 모바일이 활성화되면서 이용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보험금 청구 비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선호하는 보험금 청구 방식은 문자나 카톡으로 발송된 URL주소를 통해 접수가 가능한 '스마트링크' 방식이다. 이는 팩스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해 편의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