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격의료 앱을 이용해 의사와의 화상 상담을 테스트하고 있다.    출처= W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프면 당연히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제 직접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대신 앱을 통해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적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해 의사를 만나는 것이 당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병원에 직접 오기 어려운 시골의 환자를 위해 개발된 앱이 최근 코로나 사태에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49세의 나오미 아즈하는 최근 맨해튼의 웨일 코넬 병원(Weill Cornell Medicine)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고 그 결과를 보기 위해 병원 방문을 약속했다. 그녀가 막 집을 나선 직후, 그녀는 그녀의 암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직접 방문하는 대신 전화기 화상 채팅으로 진료를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그녀는 즉시 “물론 그렇게 하는 편이 훨씬 낫지요”라고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대유행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누가 병원에 가고 싶겠어요?”

실제로 보건 의료 종사자들은 코로나 19에 감염될 위험이 가장 높은 상황에 처해 있다. 의사를 만기 위한 병원 대기실은 전염되기 쉬운 감염 자석과 같은 장소다. 이에 따라 미국 전역에서 의사들과 병원들은 외래 환자들에게 직접 방문 대신 비디오 채팅, 음성 통화, 문자, 이메일로 진료 약속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지만, 일선의 의료진들에게 원격의료 앱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추기 위한 제1 방어선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바이러스로 더 악화될 우려가 있는 당뇨병, 심장 질환, 피부 발진 등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더 위험한 상황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예방책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은 병원들에게 대기 수술을 모두 취소하라고 촉구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원격진료를 거듭 강조했다. 더 많은 미국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온라인 진료는 환자와 의사가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신속하게 진료를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연 200달러의 회비로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1차 의료기관인 원 메디컬(One Medical)은 42만 2000명이 넘는 회원들에게 코로나 감염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들의 앱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원 메디컬의 앤드류 다이어몬드 최고의료책임자(CDO)는 "무슨 증상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감염을 주고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병원에 직접 가는 것은 삼가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 암 전문의 테사 시글러가 뉴욕 프레스비테리안 유방암 센터에서 웹캠을 통해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New York Presbyterian Breast Center

물론, 웹캠 진료가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릴 것이다. 환자를 진료하려면 의사가 환자를 똑바로 쳐다 볼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앱이 확실히 모든 종류의 보살핌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얼마나 많은 것이 가능한지를 알면 놀랄 것이다. 암 수술을 받은 환자인 아즈하는 병원의 전화를 받고 집에 돌아와서 전화기로 웨일 코넬 병원의 앱을 열자 그녀의 전담 의사 테사 시글러 박사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15분간의 대화를 나눈 끝에 시글러 박사는 아즈하에게 ‘양호해 졌다’는 진단을 내리고, 한 번 더 검사를 하고 결과가 나오면 향후 치료법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즈하는 "진료를 그렇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멋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원격 진료는 원래 병원에 오기가 쉽지 않은 농촌 주민들을 위해 10여년 전에 개발되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라스가 유행하면서 원격 진료의 새로운 목적이 생겼다. 게다가 환자들이 원격 진료를 받기 위해 필요한 것의 대부분은 환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보내는 셀카와 데이터 통신에 다 들어 있다.

미국의 최대 원격의료 제공업체 텔라독 헬스(Teladoc Health)는 지난 주 비디오 예약이 50%나 급증했으며, 코로나 19 확산으로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 인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애틀의 종합건강관리기관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는 원격 진료를 도입한 결과 지난주 전문의 방문 진료 회수가 40%까지 줄었다고 밝혔다.

카이저 퍼머넌트의 전염병 담당 책임자 스티븐 파로디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방문 진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다"고 말한다.

수천만 명의 미국인들이 자신 또는 회사가 가입한 보험을 통해 텔라독 헬스 같은 1차 의료기관의 앱에 접속하고 있다. 미국 최대 약국유통기업 CVS가 운영하는 미닛 클리닉(MinuteClinic)은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 없이 1회 60달러의 저렴한 비용으로 앱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권위 있는 미국 의학분야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따르면 제퍼슨 헬스(Jefferson Health), 마운트 시나이(Mount Sinai), 클리블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등, 오늘날 미국에서 50개 이상의 의료 기관들이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격진료에 대한 접근과 보안에 대한 우려는 이 분야에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관료주의와 환자들의 보험가입 여부, 심지어 구태 의연한 습관 때문에 아직 많은 의사들이 원격 진료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8일, 의사들이 의료보험 가입 환자들이 원격 진료와 진료비 수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연방 규정을 일시적으로 완화했다.

의사들은, 향후 원격 진료의 가장 큰 과제는 의사든 환자든 기존의 행동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다’는 개념에 대한 선입견이 있고 세대마다 앱을 편안하게 느끼는 정도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