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개점일에 맞춰 매장을 방문한 중국인 대리구매상 고객들. 사진= 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의 바이러스 확산세가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도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이에 중국의 수요변동에 민감한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감돌기 시작했다. 물론 코로나 팬데믹(세계 대유행)은 계속 진행 중이지만 가장 위험했던 이웃나라인 중국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분명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일련의 분위기는 한동안 국내 투자계에서도 약간의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인들이 ‘지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국가의 증시에서는 매일 충격의 뉴스들이 전해졌다. 3월 초만 해도 2만5000대에 이르던 미국 다우산업지수는 1만9000에서 2만 달러 선까지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8500대에서 6900~7000대까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니케이 지수도 2만대에서 1만6000대까지 하락했고 2000대에 머물렀던 우리나라의 코스피 역시 현재 1500대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다. 산업 전반에 퍼진 불안감은 투자자들의 판단을 보수적으로 이끌었고 이는 증시의 수치로 구현됐다. 

이러한 낙하에 가속도가 붙던 시기에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 기업들이 있었다. 바로 아모레퍼시픽과 호텔신라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 17일과 18일 연속으로 전일대비 각각 7500원(5.08%), 5000원(3.23%)가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호텔신라의 17일 주가는 전일 대비 3400원(4.82%) 올랐다. 물론 이것이 그간 한껏 떨어져온 주가반등의 시작을 의미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거의 모든 종목이 떨어지는 잠깐의 주가 회복은 눈에 띄는 변화였다. 

▲ 최근 일주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 금융

두 기업의 주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발 수요의 변화가 아주 서서히 반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IBK투자증권 안지영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은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호텔신라의 주가가 각각 8.70%와 4.82% 오른 것과 맥락이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라면서 “코로나 사태로 분명 3월 중국인 면세수요는 2월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줄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중국 현지에서는 대형 ‘따이공(대리구매상)’의 한국 면세품 온라인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고 이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애프터 코로나’의 기대주들

최근 중국에서는 ‘보복성 소비’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 의미인즉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해외여행도 못 가고, 쇼핑도 못 하고 있으니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그간 참아왔던 소비욕구를 한꺼번에 터뜨리겠다’라는 의미다. 일련의 분위기는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폭발적으로 되살아날 중국인들의 수요를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하반기 국내 기업들은 충분히 ‘기대할 만 하다’는 희망적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중국발 수요가 큰 화장품 기업이나 면세점 사업을 운영하는 유통기업들의 기대감이 크다. 중국에서 넓은 수요층을 감당하고 있는 국내를 대표하는 두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있다. 두 기업은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조한 마케팅으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이 상품들은 방한 중국인들의 면세 구매 인기품목이기도 하다. 

▲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제2호 시내면세점 동대문점. 출처= 현대백화점면세점

비슷한 맥락에서 면세점 기업들의 하반기 반등도 기대되고 있다. 국내 면세점업계는 중국과의 외교긴장 해결 분위기를 타고 매우 꾸준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의 적게나마 영향을 받았음에도 1월 국내 면세점 업계의 매출은 이미 지난해 같은 기간을 훨씬 넘어서는 수준을 기록했다. 

만약 코로나19 직전까지 중국 정부가 논의하던 한국 단체관광 제한의 해제가 이뤄진다면 면세점 업계는 이전과 다른 성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 면세점사업부문이 있는 ㈜신세계 그리고 시내에 이어 인천국제공항까지 면세점 사업의 반경을 넓힌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중국의 수요가 전체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제과 기업 오리온, 현재는 중국을 향한 콘텐츠 공식 수출의 길이 막혀있는 CJ ENM, 제이콘텐트리 등 콘텐츠 기업들도 애프터 코로나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지난 19일 중국의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영업을 중단했던 중국 산둥성의 한 고기요리집이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한 고객에게 1200위안(약 21만원)어치 메뉴를 주문받고 3시간에 걸쳐 메뉴를 만들어 배달했다”라는 소식으로 코로나19 정국 동안 억눌렸던 중국인들의 보복성 소비가 서서히 시작되고 있음을 전했다. 이러한 소식들은 국내 기업들이 힘든 현재를 어떻게든 견뎌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