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집값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맥을 못 추고 있다. 부동산 대면 거래가 줄어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매 변동률은 37주 만에 보합 전환됐다. 지난 2월 1주 0.01% 상승은 3월 1주까지 이어졌다. 3월 3주차는 0.00%로 보합 전환됐다. 실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급매물'이 속속 출현하며 집값 하락세가 거세진 모양새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분석하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하락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하면서 "경기 일부 지역에서 '풍선효과'는 이어질 것이다"는 전망이다.   


서울 강남4구 급매 '속속' 이유는


지난 6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 리센츠' 전용 84.99㎡가 16억원에 실거래됐다. 12·16대책 직전 해당 아파트 동일 전용면적은 20억6000만~21억원 선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억~2억원 정도 떨어진 가격이다. 

잠실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대로 나온 게 아니다. 증여나 가족 간 거래가 아닐까 싶다"며 "그 뒤로 같은 평형이 1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20일 부동산114가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값은 시장 매수세 위축으로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지난주와 이번주를 비교하면 송파구는 -0.01%에서 -0.08%로, 서초구는 -0.02%에서 -0.03%로, 강남구는 동일하게 -0.01%로 하락이 이어졌다. 

▲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서초구 반포동의 대장주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도 시세보다 떨어진 가격에 나왔다. 반포동 A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단지 30평대는 29억원에 급매물로 나와 있다. 이는 일반 시세보다 2억~3억원 정도 낮춘 것이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크로리버파크 30평대는 30억원 대에 시세 형성됐다. 한강 조망이 보이는 곳은 37억원에도 나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증여 등 이상 거래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동은 급매물이 심한 편은 아니다"며 "특히 '아크로리버파크'나 '래미안퍼스티지' 같은 대장주들에 시장을 좌우할 정도의 급매는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에 나오는 급매물은 코로나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금리 인하 등과는 관계없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 거래 시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준 이유"며 “매도자들은 ‘이 시기를 놓치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 하에 내놓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현재 나온 급매물은 강남 부동산 시장 전체 가격 하락을 좌우하지 않는다"며 "일시적인 현상이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코로나19가 촉발한 경기 위축이 중장기적으로 가면 강남 아파트도 하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강남 급매 속출은 경기 위축 우려감이 큰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윤 수석연구원은 "양도세나 세금 부담 관련해서는 증여 등으로 피해갈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 등록이나 월세 전가나 이런 부분들을 통해 '회피성' 거래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정부에서 10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6월까지 팔면 양도세 중과를 면제하는 '퇴로'를 열어뒀지만, 지금 시장에 나오는 매물들이 전부 10년 이상 보유한 물건들이라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비규제지역 특수 이어질 것"


수·용·성(수원, 용인, 성남)은 수도권 매매가 평균 상승률을 상회해 집값 오름세를 견인했다. 부동산114의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수원은 0.21% 상승, 용인은 0.25% 상승, 성남은 0.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용성'이 상승함과 동시에 경기 외곽 '갭메우기'가 이어져 오산과 구리 군포 등이 새로운 '풍선효과' 지역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수원 화서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경기 수원시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대폭 늘어났다. 한국감정원이 제공한 부동산거래현황에 따르면, 1월 수원시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68건에서 2월 5280건으로 늘었다. 1월에서 2월을 살펴보면 수원시 팔달구는 445건에서 577건, 장안구는 725건에서 1336건, 영통구는 1110건에서 1639건으로 집계됐다.

수원 내에서도 비교적 덜 올랐던 저평가 단지를 보면 꾸준히 올라가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성원상떼빌' 전용 59.55㎡이 3월 2일 1억9800만~2억1500만원에 거래됐다가 14일 2억2700만원에 실거래가를 썼다. 팔달구 인계동 '래미안노블클래스1단지' 전용 84.99㎡는 3월 10일 6억500만원에 거래됐다가 11일 6억15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각종 규제에도 교통 호재가 꿋꿋하게 수요를 받쳐주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원이 규제가 강해져도 서울보다는 낫다는 심리에 꾸준히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10년 이상 된 구축 단지 인근 화서동 G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월 신분당선 연장 예비타당성 통과되고 1억원 정도 올랐다"며 "화서동은 준공된 지 20년된 아파트도 24평이 4억원 정도 나와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에 비해, 경기 지역 풍선효과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와중에도 코로나19 사태가 비교적 약한 지역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많다”며 “여전히 수도권 등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은 "주택 시장도 조정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되면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이 흘러갔는데, 이제는 정부가 고강도 대출규제를 쓰니 자금 유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조정대상 외 지역은 계속 '풍선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시장은 길게 5년 정도 침체기가 왔다"며 "당시 저평가 됐던 단지들은 올랐다"고 말했다. 윤 수석연구원은 "경기위축 상황에 저금리 기조까지 이어지면, 많이 오른 단지들이 떨어지고 그동안 안 오른 지역들은 보합이거나 조금 더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