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이 여러 가지 약물 성분들이 합하여 어떻게 코로나바이러스가 다른 세포로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했다.    출처= 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에서 발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과학자들에게 전례 없는 도전을 주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를 보면서 과학자들이 연구를 더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에게서 먼저 희소식이 들려왔다.

‘AI 뇌’를 장착한 IBM의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이 어떤 약물 화합물이 바이러스의 숙주 세포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 슈퍼컴퓨터는 그 시뮬레이션 조합 중 77가지 조합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가장 효과적인 백신을 만들기 위한 희망적 단계로 보인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 연구원들은 그들의 연구 결과를 켐아카이브(ChemRxiv) 저널에 발표했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밋

서밋은 2014년 미 에너지부의 의뢰로 제작되었는데, 그 임무는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서밋은 200 페타플롭(petaflops, 초당 10억의 100만배)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초당 20경회(200 quadrillion)의 계산 속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가장 빠른 노트북보다 100만 배 더 강력한 셈이다.  

서밋은 테네시주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그 동안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세포 시스템의 패턴을 식별해냈고, 마취제 중독 같은 증상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분석했으며,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극한의 날씨를 예측하는 등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해 왔다.

▲ 서밋의 임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모양의 유전형질을 묶을 수 있는 약물 화합물을 찾는 것이었다.    출처= ZDNet

서밋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어떻게 싸웠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스파이크’(spike) 형태의 유전 형질을 숙주 세포에 주입함으로써 숙주 세포를 감염시킨다. 서밋의 임무는 그 확산을 막기 위해 이 스파이크 유전 형질을 묶을 수 있는 약물 화합물을 찾는 것이었다.

오크리지 연구소의 미콜라스 스미스 연구원은 지난 1월에 발표된 연구를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 스파이크 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서밋으로 바이러스성 단백질의 원자와 입자들이 다른 화합물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시뮬레이션했다.

서밋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로 확산되는 능력을 제한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묶을 수 있는 8000가지 이상의 화합물을 시뮬레이션 했고, 마침내 이 들 중 77가지 조합을 찾아낸 것이다. 다음에 서밋은 찾아낸 77가지 조합이 각각 스파이크 단백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묶을 수 있는지에 따라 그 순위를 매겼다.

다음 단계는?

연구팀은 이번 달에 발표된 코로나바이러스의 보다 정확한 스파이크 모형을 사용해 서밋으로 시뮬레이션을 다시 한번 수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서밋의 엄청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서밋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서밋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화합물을 찾아냈지만, 그것은 분석의 첫 단계에 불과하다. 어떤 화학 화합물이 실제로 가장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험 연구가 필요하다.

테네시대학교 교수이자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분자생물학센터 연구소장인 제레미 스미스는 성명을 통해 "우리의 연구 결과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료제나 치료법을 발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발견은 미래의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들이 가장 효과적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