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왼쪽부터 건축자재용 컬러강판 '럭스틸'과 가전제품용 컬러강판 '앱스틸'.  출처=동국제강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철강업계의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컬러강판 시장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이로 인한 주요 전방산업 위축, 원자재 값 폭락에도 좀처럼 꿈쩍 않는 철광석 가격 등으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으면서 성장성 높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컬러강판 시장을 선두 중인 동국제강과 이를 바짝 추격하는 KG동부제철의 경쟁이 주목된다. 

동국제강, 초격차 전략으로 1위 수성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예측하기 힘든 경제적 위기에 대비, 프리미엄 신제품 개발과 판매 확대로 칼라강판 왕좌 수성에 나서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사장은 제6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글로벌 No.1 컬러 코팅 기업으로서 컬러강판 초격차 전략을 강화하겠다”며 “신사업 분야에 관해서 컬러강판 가공센터인 도성센터의 사업 고도화, 세계 최초의 금속가구용 컬러강판, 후판 특수강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컬러강판은 건물 외벽과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주로 쓰이는 철강재다. 국내 냉연사들은 업황 침체 가운데 시장의 성장가능성 주목, 컬러강판에 집중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4조원 규모였던 컬러강판 시장규모는 2024년 33조원까지 37.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업계 최초로 컬러강판 디자인팀을 구성한 동국제강은 제품의 브랜드화를 꾀하는 등 경쟁력 강화 전략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왔다. 그 결과 건축자재용 컬러강판 ‘럭스틸’, 가전제품용 컬러강판 ‘앱스틸’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현재는 국내 시장점유율 30%로 KG동부제철(22~24%), 포스코강판(20%), 세아씨엠(10%)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공장에서 연간 생산하는 컬러강판은 75만톤으로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동국제강의 시장 점유율 1위 비결로는 기술 혁신으로 인한 경쟁력 확보가 꼽힌다. 동국제강은 지난 2016년 3년에 걸친 연구 끝에 사진을 현상하듯 철판에도 사진을 인쇄할 수 있는 디지털 잉크젯 프린트 기술을 완성했다. 변색과 부식을 줄일 수 있는 데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제작할 수 있어 시장 점유율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약 1년간의 연구개발을 마치고 국내 최초로 항균 컬러강판 ‘럭스틸 바이오’의 양산을 시작했다. 향균제품의 쓰임이 늘면서 ‘럭스틸 바이오’의 지난해 판매는 전년대비 116% 증가하기도 했다. 또한 웨이브 엠보싱을 적용한 ‘벤딩 웨이브’와 초고내후성 단색 컬러강판인 ‘슈퍼에스엠피(super smp)’도 출시했다. 특히, 슈퍼에스엠피의 경우 기존 컬러강판 대비 8~10배 성능을 높여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안가 내식 보증이 가능하다. 
 
동국제강은 올해도 초격차를 이어가기 위한 제품 및 설비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올 들어 노후 설비 교체 차원에서 2CCL의 설비 합리화를 진행 중이다. 또한, 상반기 중으로 컬러강판 잉크젯프린트 강판 양산도 계획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컬러강판 추가 생산라인인 No.10CCL 증설과 관련해 검토한 바가 있으나 아직까지 확정한 것은 없다”며 “올해도 프리미엄 신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로 컬러강판 분야 초격차를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 KG동부제철의 엠보 컬러강판 활용 이미지. 출처=KG동부제철

‘2위’KG동부제철, 노하우와 신예 설비로 바짝 추격

동국제강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KG동부제철의 행보도 눈에 띈다. 그간 채권단 관리로 주춤하던 동부제철이 지난해 KG그룹에 편입되면서 컬러강판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해 KG그룹은 동부제철 인수 직후 컬러강판 분야의 대대적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KG동부제철은 오는 2021년까지 당진공장에 약 1200억원을 투자해 연산 60만톤 규모의 컬러강판 생산라인 4기를 신설할 계획이다. 신설 라인은 고부가 제품 전용라인 2기와 건재제품 전용라인 2기 등으로 구성된다. 1단계로 2021년까지 2기의 생산라인을 먼저 가동할 예정이다. 

신규 컬러강판 설비가 완공되면 KG동부제철의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은 50만톤에서 60만톤으로 늘어나게 된다. 1위인 동국제강과 비교하면 생산능력은 여전히 밀리지만 최신 설비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과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 경쟁력도 마련하고 있다. KG동부제철은 지난해 2월 화재 시 유독가스 발생을 최소화한 불연컬러강판 개발에 이어 향균 도금 강판 ‘바이오코트’ 개발 및 출시에도 성공했다. 올해는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을 접목한 신개념 엠보 컬러강판도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KG동부제철은 인천공장 CCL 4기 라인의 순차적 폐쇄에 대비해 당진공장에 우선적으로 2기 신규 라인을 도입한다. 현재 설비 스펙을 검토 중이며 1라인은 건재용 제품, 2라인은 가전용 제품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사는 2기 라인 모두 국내서 도입하지 않은 초스피드 라인을 구상해 생산속도와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KG동부제철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컬러강판 라인 신설 등 투자계획과 관련해 차질 없이 진행 되고 있다. 업황과 별개로 투자금이 확보된 상황에서 공시된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코로나19 영향도 있는만큼 향균 컬러강판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 해당 제품 위주로 판매 전략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KG동부제철이 그간 채권단 관리 아래서 신규 투자가 안돼 고급 제품군은 동국제강에 밀린다는 평가가 컸는데 지난해 KG그룹 편입 이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규 제품에도 다양한 투자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특히 KG동부제철이 수출에 집중하기로 한만큼 해외 시장에서 양사의 판매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