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개념적으로 영구적인 것을 전제로 합니다. 사회가 양극화되고 AI(인공지능)화 되어 부는 한 곳으로 몰리고, 대중은 일자리를 잃거나 불안정한 저임금에 허덕이게 되는 사회를 상정한 개념입니다.

이때 기본소득은 단순히 생계보조 차원이 아니라 경제시스템을 지탱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본격 AI시대가 열리려는 요즘 거론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중이 빈곤상태가 되면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들도 수요부족(구매력 부족)으로 인해 다같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거론하는 것이지 노동자나 무직자 시혜만을 상정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건 구조적인 해법이기 때문에 당연히 영구적인 지급을 전제로 합니다. 또한 그 재원을 지탱하기 위해 높은 조세부담율 (돈을 버는 기업과 고소득자가 내겠죠.)을 전제로 합니다.

기본소득론은 우리 사회도 논의할 시점이 되었으나 지금과 같이 재난구제형으로 얼떨결에 시행할 수는 없습니다.

재난소득은 이와는 좀 다른 개념이죠. 재난 때문에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에게 일시적으로 생활을 도와주자는 개념입니다. 지금 이야기되는 건 아마 이 재난소득 쪽일 것입니다.

과거 농업사회일 때 생산물을 깡그리 쓸어가는 재난이 발생했다면 당장 먹고 살 방법이 없죠. 그러니 다음 해 추수가 될 때까지 환곡을 빌려 줄 수도 있고 무상으로 나눠줄 수도 있죠.

지금 한국 사회를 덮친 코로나 재난도 이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일시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재난을 당한 이런 사람들을 돕는 것은 당연히 국가와 사회가 해야할 일입니다.

그럼 지금 코로나로 인해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누굴까요? 재택근무하는 공무원이나 대기업 회사원일까요? 힘들여 일하는 택배하는 분들일까요?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작은 장사나 사업을 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입니다. 그들에게 고용된 직원들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나 빚을 내서 가게를 얻고 영업을 하던 분들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자살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럼 이들을 돕는 데는 얼마가 있으면 될까요? 월50만원을 1~3달 주면 될까요?

제가 음식점을 차려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저에게 얼마가 있어야 세프, 주방보조, 홀서빙하는 직원들을 계속 고용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이 식당이 문을 닫으면 몇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요?

지금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거나 주장하는 기본소득인지 재난소득인지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정말 재난 상황이고 정말로 어려워진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는 이유가 이 분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이 아니고 그 분들과 그 분들이 고용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고 지켜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미국이나 일본은 하는데?

그건 그 나라 사정이고 그 나라 형편입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달리 해고가 상당히 자유로운 나라입니다. 대기업들도 경기가 악화되면 서슴없이 무더기 해고를 자행합니다. 설마 라구요? 그럼 이번 코로나와 관련한 외신들을 한번 검색해 보시면 됩니다.

거기다가 미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집을 모기지로 사고 그런 까닭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장사가 안되면 바로 생계자금이 없어집니다. 모기지를 갚는데 돈이 다 들어가거나 집에서 나와야 하니까요.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산다는 개념이 우리보다는 미국에 더 익숙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미국은 우리보다 소비성향이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가외 소득이 소비로 연결될 비중이 더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재난소득이 수요증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좀더 큽니다.(하지만 이것도 말도 안되죠. 지금 전부 봉쇄되는 판인데 돈이 더 생긴다고 더 쓰기 쉽겠어요.)

우리는 미국보다 작은 나라고 경기 악화에 더 큰 타격을 받는 나라입니다. 정말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무엇보다 생계의 터전이 없어지는 것을 막는데 돈을 써야 합니다. 그러려면 돈을 좀 더 집중해야합니다.

사실 저도 월 50만원 공짜로 받으면 좋습니다. (주지도 않겠지만.) 하지만 그렇게 하면 정작 어려운 사람들을 제대로 도울 수가 없습니다. 또 생계터전들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