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세계가 공포에 질렸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경제 위기도 커지며 각 국은 금리인하를 비롯한 양적완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시도하는 한편 재난기본소득 실험에도 나서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풀어가려면 새로운 시도를 거듭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가운데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사진=임형택 기자

공포에 질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비상사태가 선포된 미국은 19일(현지시간) 여행금지 최고경보를 세계로 확대했다. 

당장 미 국무부는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 '여행금지'로 격상하며 사실상 해외로 나가는 미국 국민의 이동을 막았다. 

미국은 불과 지난주 여행경보를 3단계 '여행재고'로 격상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모든 미국인의 외국 이동을 막는 한편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도 즉시 돌아올 것을 권고하는 초강수를 둔 셈이다. AP는 이를 두고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유럽도 전시 상황이다. 이미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국민이동제한령을 내렸으며 주요 관광지는 폐쇄된 상태다.

코로나19로 세계가 공포에 질린 가운데 글로벌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제조현장 셧다운, 나아가 글로벌 교역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각 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이미 연속적인 금리인하에 나선 미 연방준비제도는 19일(현지시간) 머니마켓 뮤추얼펀드 펀드 지원 방침을 발표하는 한편 기업어음(CP) 매입 방침에 이어 9개국 중앙은행과 각각 300억에서 600억 달러 한도의 통화 스와프 체결에 나섰다.  

미국 정부의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나왔음에도 여기에 제로금리, 기업어음 매입에 따른 공격적인 양적완화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다.

유럽중앙은행(ECB)도 18일(현지시간) 7500억유로를 추가 투입해 연말까지 약 9개월 동안 국채 및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사들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럽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제로금리 양적완화에 나섰으나 2018년 말 이를 종료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유로존 침체에 따라 재차 양적완화에 드라이브를 걸었으며 지난 12일 그 규모를 1200억유로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제로금리와 함께 7500억유로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간 셈이다. 그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심각하다는 것으로 여긴 분위기다.

한국은행도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다. 이미 기준금리는 낮춘 상태에서 19일 1조5000억원 규모의 국채 매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6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시 감행한 대규모 국채 매입에 재차 나서는 분위기다. 이는 정부가 조성한 5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전 프로그램을 측면지원하는 성격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은 '살짝' 좋아지고 있다. 실제로 각 국의 공격적인 양적완화 기조와 더불어 미 연준과 한국은행 등 9개 나라 중앙은행 통화 스와프 계약이 겹치며 뉴욕증시는 반등에 성공했다. 뉴욕증시는 19일(현지시각) 장 초반 크게 밀렸으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88.27포인트(0.95%) 상승한 2만87.19에 장을 마감했으며 유럽 주요국 증시도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지난 주 2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발 밑의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 위기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현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경제위기 가능성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에 이견의 여지는 없다.

무엇보다 지금의 금리인하, 양적완화가 장기적 관점의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미국의 포천은 "(양적완화에 나서는 미국 정부의 노력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경제상황이 생각하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 중앙은행의 정책적 공조에 따른 양적완화가 오히려 시장의 공포를 부추겨 패닉셀 위기가 커진다는 뜻이다. JP모건도 "증시 움직임과 미국정부의 노력이 사실상 연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가 하강국면에서 바닥을 치고 상승국면에 접어들면 양적완화 정책이 실효성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바이러스라는 돌발상황이 발생하며 시장 자체가 공포에 질린다면 일반적 의미의 양적완화는 실효성이 낮다는 비판도 있다.

입체적 타격...재난기본소득 대안?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금융위기와 산업위기가 입체적인 흐름을 보인다는 특수성이 있다. 그런 이유로 각 국이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나서고 있으나 그 실효성을 두고는 갑론을박이 거센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제의 '혈액'인 원유시장도 심상치않다. 19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공포의 배럴당 10달러 시나리오'는 유예됐으나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채산성이 낮은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 입장에서는 최악의 위기가 시작된 가운데 이 현안은 중동 지역의 정치적 현안과 맞물리며 미국과 러시아의 오랜 동맹관계도 위협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또 하나의 경제위기 불씨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파격에 가까운 양적완화, 아니 헬리콥터 머니 실험도 속속 시도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나섰다. 스티븐 므느신 미국 재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3주 내로 성인에게 1000달러, 아동에게 500달러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1조달러 규모의 긴급경기부양책을 발표한 가운데 사실상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개인 7만5000달러, 부부 합산 15만달러 소득 이하의 가정이 대상이며 아이 2명인 4인 가족은 3000달러를 수표로 받게 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6주 후 또 한 번 같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1조달러 긴급경기부양책 중 중소기업에는 3000억달러, 항공업계에는 500억달러, 기타 부문에는 2000억달러가 책정됐으며 무려 5000억달러가 미 국민에 대한 현금보조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가 이미 83억달러 긴급경기부양책과 별도로 1000억달러 경기부양책도 통과시킨 가운데 파격적인 카드로 국면전환을 노리는 분위기다. "크게 가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8일 보도한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이미 관련된 논의를 한 사실이 19일 추가적으로 알려졌다.

국내서도 재난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지핀 가운데 이에 부정적이던 여당에서도 전향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재난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16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를 받아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재난기본소득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은 48.6%, 반대하는 사람은 34.3%로 집계됐다.

그 연장선에서 서울시가 나섰다. 18일 중위소득 100% 이하에 해당하는 117만7000 위기 가구에 최대 50만원을 긴급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고 민생경제는 유례없는 비상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추경에 재난사각지대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재난긴급생활비가 포함되지 않았다". 지금의 추경으로는 코로나19 보릿고개를 넘기에 너무나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기존 복지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공연예술인, 아르바이트생, 시간강사 등 코로나19로 인해 소득격감을 겪고 있는 중위소득 100% 이하의 실질적인 피해계층이 대상"이라며 "유례없는 사회적 재난상황에 유례없는 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50만원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전례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전격적이고 파격적인 논의를 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회서 논의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비판하며 '선제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9일 공개적으로 대통령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실현해달라 요청했다. 이 지사는 "존경하는 인물이 뉴딜로 대공황을 극복한 루즈벨트이고, 대선 선대위에 기본소득위원회를 둘 만큼 문 대통령님은 경제와 기본소득에 깊은 이해와 관심을 가지고 계신다"면서 "모두가 상상하는 이상의 과감한 재난기본소득으로 이 경제위기를 돌파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난기본소득은 반드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일각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제공하더라도 부유층은 제외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도 동일하다. 그러나 이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재난 극복을 위한 핵심 경제정책"이라면서 "모두에게 지급하고 그만큼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 사회통합과 격차완화에 더 좋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실험 무대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는 위기상황이 시작되면 양적완화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역사가 있다. 다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수준의 파격적인 양적완화 조치는 일본을 중심으로 몇 번 진행된 적이 있으나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 이런 가운데 재난기본소득이 화두로 부상하며 기존 양적완화의 상상력을 넓히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관련된 논란이 첨예하게 벌어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존 금리인하, 양적완화로 이어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조심스럽게 '파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금융위기를 비롯해 셧다운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산업현장의 위기까지 동시에 몰고오는 입체적인 공포다. 당장 '버티는 경제'를 추구하려면 기계적인 양적완화가 노리는 시장의 활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