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유럽에도 비상이 걸렸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현지 제조거점의 셧다운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동유럽을 거점으로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 국내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의 공포감은 극에 달하는 분위기다.

▲ 현대자동차 체코 법인 사업장 전경. 출처= 현대자동차 체코법인

분위기 좋았는데...현대기아차 '사색'
유럽자동차공업협회가 18일 지난 2월 기준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매고를 밝힌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전년 동기 0.3% 늘어난 총 7만5195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2월 유럽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한 106만6794대에에 머문 가운데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판매고가 0.5% 줄었으나 기아차는 1.2% 증가세를 보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다. 코로나19가 유럽에 창궐하며 현지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한편 현지 제조거점 셧다운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체코 노쇼비체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을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2주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체코 공장은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공장은 유럽 전략 차종인 씨드 생산을 주력으로 삼는 곳이다. 이런 가운데 2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탄력을 받던 현대기아차의 질주에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다. 현지 유럽 국경이 폐쇄되고 물류 수송에도 차질이 벌어진 가운데 셧다운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도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여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북미 판매량이 전년 기준 3월에는 최대 20%, 4월에는 무려 50%나 떨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공장에도 셧다운 공포가 여전한 상태다. 그 외 해외 제조거점은 아직 정상가동되고 있으나 셧다운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공포는 현대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체의 공포다. 폭스바겐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대부분 공장을 셧다운했고 FCA는 이탈리아와 세르비아, 폴란드의 공장을 폐쇄했다. 르노는 프랑스 12개 공장 셧다운에 들어갔고 PSA는 유럽 7개 나라 공장의 70%를 폐쇄했다. 포드는 스페인의 발렌시아 공장 문을 닫았으며 도요타도 프랑스와 포르투갈 공장 문을 걸어 잠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19일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에 오르며 책임경영 전면에 나섰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은 사내이사(등기임원)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사실상 전면에서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유럽시장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친환경 자동차로의 패러다임을 포기하지 않고, 모빌리티 전략도 적극 가동할 전망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19일 이사회 정관상 사업 목적에 '각종 차량' 외에 '기타 이동수단'의 제조·판매를 추가하며 모빌리티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미래차 사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다양한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각오다.

배터리 업계도 좌불안석
국내 배터리 업계도 좌불안석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모두 유럽 현지에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인 가운데 코로나19 유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 자동차 로드맵이 가동되는 가운데 최대 시장인 중국과 함께 유럽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연이어 가동하는 중이다.

다만 유럽 내에서도 코로나 감염이 빠르게 번지며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에도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나오는 한편, 최악의 경우 현지 거점 셧다운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분간은 일시적인 업황 악화에 빠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