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멜론을 놓쳤던 SK텔레콤이 야심차게 출시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가 19일 의미있는 발표를 했습니다. 1시간 단위 기존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는 한편 24시간 누적 기준 차트에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여 공신력을 높인 새로운 'FLO Chart(플로차트)'를 공개했습니다. 24시간 기준으로 실시간 차트가 바뀐다는 점은 애플뮤직과 동일하고,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전략입니다. 플로는 왜 이런 결단을 내렸을까요?

 

패권경쟁 치열하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월 기준 1위 사업자는 점유율 38.6%를 가진 부동의 멜론이며, 2위는 25.7%의 지니뮤직입니다. 3위는 17.7%의 점유율인 SK텔레콤의 플로이며 4위는 네이버뮤직, 5위는 바이브, 6위는 벅스입니다.

플로가 단기간에 시장을 흔들었다는 점과, LG유플러스와 공동전선을 유지하며 엠넷을 운영하는 CJ디지털뮤직을 인수한 '홀로그램 홀릭' 지니뮤직의 파격적 행보를 빼면 시장은 다소 고착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1위 사업자 멜론이 심상치 않습니다. 카카오가 인수할 당시 멜론은 60%의 점유율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으나, 지금은 거의 반토막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아직은 미비하지만 애플뮤직, 유튜브 등의 공세가 시작되는 점도 향후 판도를 예상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하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 물론 국내 음원 계약에 있어 약점이 있는 스포티파이의 국내 시장 파괴력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지만, 삼성전자 갤럭시 단말기를 하드웨어 그릇으로 삼아 특유의 큐레이션 기능을 발휘하면 판도가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출처=갈무리

정리하자면 현재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은 미묘한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그 변화의 중심에서 각 기업들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의 중요성을 점점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가 강력한 유인효과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 중 기업과 고객의 접점에서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의 접점이 상당히 높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인공지능 초연결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스마트 스피커이기 때문입니다. 시장 자체는 이미 커졌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가 지난해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조사한 결과 아마존과 구글의 양강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60%의 연간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국내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의 누구, KT의 기가지니 및 네이버의 클로바 웨이브, 카카오의 카카오i 카카오미니 등 다수의 스마트 스피커가 고객의 집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롯데쇼핑도 샬롯홈을 내놨습니다.

이런 가운데 스마트 스피커의 확장을 돕는 가장 매력적인 사용자 경험은 사운드 인터페이스입니다. 스마트폰의 터치 인터페이스에서 음성으로 기기를 작동하는 사운드 인터페이스의 스마트 스피커가 인공지능 전략의 선봉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여기에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가 위력을 발휘합니다. 스마트 스피커로 가장 많이하는 일은 음악을 듣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각 기업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각 가정에 자기들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심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 운영체제를 담는 대중화된 그릇은 사운드 인터페이스 기반의 스마트 스피커입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스마트 스피커에서 음악을 제일 많이 듣습니다. 당연히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는 최근 만개하고 있는 다양한 히어러블 제품과의 연결을 통해 더 극적인 존재감을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간에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빅3에 진입한 플로의 비결을 두고 업계에서 SK텔레콤 누구와의 연동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신입생' 플로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SK텔레콤의 누구, 나아가 SK텔레콤 이동통신 인프라(feat. 제로레이팅)의 공도 큽니다.

▲ 출처=플로

플로는 왜?
각 기업의 입장에서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가 왜 중요한지 알았다면, 이제부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각 플레이어들의 행보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일반적인 의미의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플로차트를 공개한 플로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플로는 "일방적인 차트 의존을 지양하고 음악 생태계를 건강하고 다양하게 만들고자 이번 실시간 차트 폐지를 단행했다"면서 "그동안 기존 음악플랫폼의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왜곡이 일어나 실제 팬과 대중의 관심과 동떨어진 순위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플로차트 론칭으로 짧은 시간 내 비정상적인 행위로 차트에 진입하는 차트 왜곡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공식력을 키우기 위해 SK텔레콤 AIX센터도 함께했다는 설명입니다. SK텔레콤 AIX센터는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플로의 비식별 청취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분석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AI 기반 빅데이터 처리 기술로 플로 이용자의 총 청취 시간, 청취 앨범과 아티스트의 다양성을 수치형 데이터로 변환하며 분석했다고 합니다. 이를 기점으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인 비지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통해 비정상적인 청취 패턴을 보인 사용자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서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단기간에 점유율 급상승을 이뤄낸 플로가 플로차트라는 새로운 시도를 벌인 이유는 뭘까? 많은 플랫폼들이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실시간 차트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검색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실시간 차트에 반영된 다른 이용자들의 취향을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 실시간 차트의 데이터가 과연 진실일까?'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며 <그것이 알고싶다>의 아이템이 되어버린 음원 사재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플로는 실시간 차트의 순기능을 잡아내기 위해 기존 방식을 버리고, AI 기술까지 동원해 정확하고 투명한 트렌드의 제공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음악 신보 마케팅에서 플랫폼의 편집권이 남용될 수 있는 첫 화면 상단의 최신앨범 소개도 플랫폼의 편집에만 의존하지 않고 AI와 취향 기반으로 소비자의 선호에 맞게 개인화하여 ‘좋아할만한 최신앨범’ 메뉴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실시간 차트의 부작용을 걷어내고 진짜 트렌드 차트의 순기능을 잡아내기 위해 아주 작정한 분위기입니다. 플로 운영사 드림어스컴퍼니 이기영 대표는 "이제 데이터와 기술로 소비자 취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 만큼, 1시간 단위 재생수로 경쟁하며 음악소비문화를 지배해 온 기존 실시간 차트는 유효기간이 다했다고 본다.”라며, "앞으로 기획사와 창작자들과의 충분한 공감대를 기반으로 건강한 음악 소비 문화와 음악산업 환경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 출처=바이브

실시간 트렌드? 진짜 트렌드
플로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진짜 차트' 서비스에 나선 가운데 네이버의 바이브는 다소 이색적인 실험에 나서 눈길을 끕니다. 바이브는 지난 9일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 시스템 'VIBE Payment System (VPS)'을 올해 상반기 중 도입한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바이브를 비롯한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전체 음원 재생 수에서 특정 음원의 재생 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해 음원 사용료를 정산하는 방식(비례배분제)을 채택한 바 있으나, 플랫폼의 규모가 클수록 음원 정산액 규모에 더 큰 영향력을 만드는 한편 인기 곡보다 비주류 음악을 즐겨 듣는 이용자일수록 지불한 월정액의 일부가 내가 듣지 않은 인기 음원의 아티스트들에게 전달 될 가능성이 높다는 약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음원 사재기에 취약합니다. 공격적인 음원 사재기가 벌어질 경우 정직한 방식으로 이용자와 만나는 아티스트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이브는 VPS 카드를 꺼냈습니다. VPS는 바이브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것을 골자로 하며 내가 실제 음원을 들은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인 저작권료가 전달된다는 점에서 다양한 순기능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음원 사재기에 취약한 기존 비례배분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지요. 접근방식은 다르지만, 바이브의 VPS는  플로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정확히 일치하는 셈입니다.

결론적으로 플로와 바이브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투명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셈입니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제 단순하게 요금제나, 혹은 물량 공세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정확한 트렌드를 읽어주고 그 순기능이 고스란히 플랫폼 내부에서 재순환되는 그림을 그려 이용자들을 가두거나 더 확보하려는 행보를 보이는 중입니다.

이러한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들의 고민은, 재미있게도 현재의 국내 포털 업체들도 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와 관련된 고민입니다.

실제로 각 포털 업체들은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현재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이와 관련된 생태계 확장을 노리지만, 문제는 이를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대목입니다. 과도한 정치적 동기와 마케팅의 과욕이 원인입니다. 역시 <그것이 알고싶다>의 아이템 중 하나로 당당히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으며 음원 사재기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는 총선 기간을 맞아 실시간 검색어 기능을 일부 포기하는 액션을 보였으나, 스몰 비즈니스를 통한 트렌드 순기능을 완전히 저버릴 수 없어 실시간 검색어 자체는 존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반면 다음은 아예 없애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포털 다음의 영향력이 낮은 상태에서 카카오톡 모바일 메신저 기반의 비즈니스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즉, 포털의 사례를 보면 각자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투명한 트렌르 서비스에 임하는 자세가 조금씩 다릅니다.

바이브와 플로도 비슷해 보입니다. 바이브는 아직 시장에서 2월 기준 4.9%의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산방식을 바꿔버리는 파격적인 정책을 취했다는 점에서 역시 포털의 다음과 비슷한 방식을 택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직은 존재감이 미비하기에 말 그대로 실시간 차트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은 편이고, 또 이를 통해 새로운 동력이 창출되면 그 역시 성과입니다.

반면 플로는 빠르게 몸집을 불리며 지니를 추격하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존하는 실시간 차트를 완전히 걷어버리기는 위험부담이 크고 잃을 것이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기존 실시간 차트를 더욱 공신력있는 플로차트로 변경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각자의 상황에 각자의 전략이 보입니다. 이 역시 플랫폼 비즈니스의 묘미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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