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상 진입 기업 대비 개발 가능성 높아

셀트리온, 개발부터 생산까지 가능

이뮨메드, HzVSF 임상 1상 마무리…안전성 확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가운데 현실성 있는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 주목된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곳곳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 기업 중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거나, 이미 신약후보물질을 투약 중인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전문기업인 셀트리온은 서정진 회장이 직접 나서 6개월 안에 인체 투여가 가능하도록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바이오텍 이뮨메드는 김윤원 대표는 지난 30여년간 개발해온 항바이러스제 HzVSF의 코로나19 효능ㆍ효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병원에서 이를 이미 투약 중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모범 퇴치 국가에 기여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에 우선순위 협상 대상자로 셀트리온을 선정했다. 해당 국책과제를 통해서는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빙미상 후보물질 발굴’을 하게 된다.

셀트리온은 항체 바이오의약품 개발 및 생산 전문기업으로 이미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를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업은 신약에 준하는 절차를 밟아 개량바이오신약(바이오베터)인 ‘램시마SC’를 개발해 유럽 등 글로벌 곳곳에 수출을 앞두고 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와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TNF-α 억제제)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와 같은 인플루엔자 멀티항체 신약후보물질 등도 개발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인플루엔자 멀티항체 ‘CT-P27’은 임상 2b상에서 위약군 대비 증상 및 발열 해소 시간을 약 2일 단축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설명을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앞서 “CT-P26은 임상 2a/b상까지 끝내 놓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대규모 임상 3상을 할 수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치료제도 전임상을 끝내고 인체 임상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해뒀다”면서 “셀트리온은 치료용 항체 쪽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항체 치료제가 개발되기 위해서는 절차 진행을 가속화해도 18개월이 소요된다. 셀트리온은 이를 극단적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지난달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유관기관과 협력해 정부와 같이 확보한 셀트리온은 이달 말 항체를 선택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4월 말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강하게 무력화(중화능력)하는 항체를 테스트하고 골라낼 계획이다.

5월부터는 선택한 항체의 세포주를 개발해 임상용 항체를 생산할 방침이다. 서정진 회장은 “약 6개월 뒤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같이 긴급으로 하기 위해 임상과 동물임상 데이터 등을 다 고려해 빠르면 6월 안에 임상 절차를 통해 인체에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개 7~15년이 필요하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도 정식 품목허가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이를 개발하는 임상을 확대해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치료제를 투여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서정진 회장은 “제일 좋은 항체를 고르고, 세포주를 개발한 후 가장 수율이 좋은 생산 방식을 디자인하고 동물실험 및 임상 1ㆍ2ㆍ3상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서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항체 선택이 끝나면 동물실험과 인체임상을 병행해서 빨리 임상을 진행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진 회장은 또 “임상 1상은 대개 환자 수를 20명에서 많으면 50명으로 한다. 이는 주로 안전성을 보는 것. 2상은 약물 투여 용량을 설정하기 위해 100~200명 정도로 진행한다. 3상은 효능과 부작용을 함께 보는 것으로 500~1000명 규모로 임상을 진행한다”면서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긴급 상황이므로 동물실험을 병행하고 1상에서도 환자 수를 키워서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치료제를 투여 받을 수 있도록 하고, 2상도 환자 수를 키울 계획. 임상에서라도 약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코로나19 개발 1단계에 약 200억원을 집행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 같이 개발부터 생산이 모두 가능한 기업에서 오너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 “추후 바이러스 변이에 대비한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놓았는데 차질 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신약개발 확률이 높지 않은데다가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많아 개발이 어려워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도전 자체가 향후 코로나를 비롯한 유사 감염병 사태가 발발할 시 한국이 외국 제약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투약’ 이뮨메드 HzVSF, 25인 투약 기대

바이오텍 이뮨메드는 바이러스질환, 염증질환치료제 부문과 급성감염성질환 신속진단 사업부문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뮨메드가 개발한 광범위 항바이러스 면역글로블린 VSF(Virus Suppressing Factor)은 지난 2018년 7월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을 승인받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 이뮨메드가 개발한 HzVSF v13주 작용기전. 출처=이뮨메드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항염증제인 스테로이드 계통의 약은 면역기능을 전반적으로 억제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염증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바이러스 증식 억제 및 세포막 바이러스 단백질 증가는 인터페론, 감염세포 사멸 또는 약화는 면역세포 또는 인터페론이 기능한다.

이뮨메드 관계자는 “인터페론의 단점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가 생명에 필수적인 경우 면역세포 침윤에 따른 세포손상 자체가 질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SF는 세포막 바이러스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면서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다. 이뮨메드 관계자는 “VSF는 세포의 자연치유력을 이용해 다양한 바이러스에 효과를 나타낸다”면서 “이는 바이러스 감염 세포에만 수용체가 발현돼 소량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이 거의 없다. 1시간만 작용시켜도 충분한 치료효과를 나타내면서 작용범위가 넓다. 급ㆍ만성바이러스 질환에서 임상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HzVSF는 의사(연구자) 주도로 대체제가 없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목적 사용신청’을 통해 서울대병원에서 2건, 영남대병원에서 2건 환자에게 투약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사례 중 1건에서는 HzVSF를 투약받은 80대 중증 환자가 코로나19로부터 치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뮨메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폐렴 환자에게 임상시험용의약품 투여로 치료효과가 있음을 확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마우스 모델에서 VSF 효능 및 효과(위)와 HzVSF v13주 치료목적 사용 승인 현황. 출처=이뮨메드, 식품의약품안전처

이뮨메드는 회사 주도의 25인 단체 치료목적 사용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HzVSF는 앞서 임상 1상에서 건강한 자원자 56명을 대상으로 10~1200mg까지 투약한 후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었음이 확인됐다. 이뮨메드 김윤원 대표는 “이달 내 승인을 기대한다”면서도 “식약처 입장에서는 안전성 등을 명확히 확인해야 하므로 쉽게 승인을 내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뮨메드 관계자는 “HzVSF는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아 실제 환자에게 투약이 진행된 의약품이다”면서 “아직까지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중등증 이상의 폐렴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