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뿐만 아니라 대만 TSMC까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조치를 도입,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감염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가운데 셧다운에 대한 공포는 여전한 상태다.
특히 수분간 정전에 수백억원 손실을 입는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인력 집약적 산업 중 하나로, 코로나19에 막대한 인적, 물적자원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반도체 생산은 급작스럽게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공정에 들어간 웨이퍼, 화학물질 등을 폐기하고 새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가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는 욧카이치 공장에서 발생한 정전으로 3923억원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은 코로나19로 발생하는 셧다운을 막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해 운영 중이다.
국내, 중국 등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실시간 대비 중이다. 삼성전자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임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방역 상황을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사업장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진 상황까지 파악해 사내 유입을 막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출퇴근 버스 및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사업장을 출입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코로나19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을 출장을 자제하고, 구미-수원 사업장 간 셔틀버스 운행도 중단했다. 태스크포스를 컨트롤타워로 세운 삼성전자는 카페테리아 협력업체 직원 중 확진자만 발생했을 뿐, 주요 반도체 생산 공장이 위치한 사업장에서는 추가적인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이천 사업장에서 간담을 쓸어내렸다. 신입사원이 방역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했다고 통보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신입사원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지만, 회사 측은 신입사원이 다녀간 교육건물을 폐쇄하고 800여명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이에 더해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예방 상황 및 조치사항을 즉각 안내하고, 근무 가이드라인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점심시간을 1시간 늘려 인원을 분산하고, 사무공간 공유좌석제 중단 및 간편식 제공으로 예방 조치를 더욱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이천 상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가족으로부터 코로나19에 전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해당 직원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자 즉각 회사에 보고해 자가 격리 조치를 취했고, 생산라인 직원이 아니어서 반도체 생산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대만증권거래소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임직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TSMC는 확진자와 접촉한 약 30여명의 임직원에게 14일 동안 자가 격리 조치를 취했다. 주요 사업부문인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는 별도 분리된 팀으로 운영되며, TSMC 임직원은 모든 공용구역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또한 TSMC는 외부인 공장 출입 규정을 강화했다. TSMC는 유럽 국가 입국자를 대상으로 14일 동안 격리 후 출입을 허용했다. 이는 파운드리 특성상 거래 업체 임직원의 출입을 막아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대량의 확진 사태로 생산 셧다운을 막기 위함이다.
TSMC는 "정부 보건 기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확진자와 접촉한 인원에 대해 증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