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하며 각 국이 방역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글로벌 경제 위기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마저 대폭락하며 심각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산업경제와 금융경제가 동시에 휘청이는 입체적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경제 세계대전이 시작됐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 사진=임형택 기자

사실상 전시체제
코로나19가 번지는 기세가 심상치않다. 19일 기준 미국의 확진자는 7700명을 넘겼고 사망자는 118명에 이른다. 캐나다도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브라질과 칠레도 확진자가 200명을 넘겼다.

유럽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탈리아는 3만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스페인은 1만3000명, 독일은 1만2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와 스위스, 영국도 확진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중동 사정도 심상치않다. 이란의 확진자는 1만7000명이 넘었고 카타르도 400명을 넘겼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8만명 수준에서 답보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 확진자는 8500명을 돌파했고 일본도 900명이 넘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동남아시아도 상황이 심상치않다. 태국은 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고 베트남은 66명, 캄보디아도 35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대만도 100명을 돌파했고 홍콩도 조만간 200명을 돌파할 기세다.

각 국은 사실상 전시체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은 이동제한령을 내렸으며 미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스스로를 '전시 대통령'으로 지칭하며 민간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처에 필요한 의료 물자 생산을 확대하도록 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을 발동한다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이 '전시'라는 상황판단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며 글로벌 경제도 휘청이고 있다. 미국이 17일(현지시간) 1조달러에 달하는 긴급경기부양책을 발표하는 등 파격적인 양적완화를 연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나 시장의 공포는 여전하다. 당장 미국을 대표하는 항공기업 보잉도 휘청이고 있다. 이미 737맥스 여객기의 추락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관세전쟁 유탄을 맞은 상태에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신음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600억달러의 정부 지원을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스티브 므느신 미국 재무장관은 보잉의 성명이 나온 직후 보잉을 포함한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빠른 지원을 약속했으나 상황은 여의치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제조업 전반의 공포도 심해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미국 자동차 업체의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둔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순환 셧다운을 시작했으며 유럽의 르노, 피아트 등 완성차 업체 빅4는 2주 이상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

소매점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중국 외 매장 셧다운에 들어간 가운데 인기 스포츠업체인 나이키도 매장 셧다운에 동참하고 있다. 나이키는 15일(현지시간) 중국과 한국, 일본을 제외한 모든 매장을 닫는다 발표했으며 미국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2주간 미국은 물론 캐나다 등 외국 일부의 매장을 닫기로 했다.

검은전쟁도 심상치않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가 신음하는 가운데 국제유가도 하락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 시작되며 '검은전쟁'이 발발하는 분위기다.

당장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4.4%(6.58달러) 주저앉은 20.3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배럴당 30달러 마지노선이 무너지며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배럴당 10달러선도 붕괴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되는 중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업체들을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가 러시아에 감산을 제안, 국제유가를 띄우려던 전략이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되자 모든 산유국이 일제히 증산으로 가닥을 잡으며 벌어진 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헌법 개정안 가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4월 22일로 예정된 상태에서 러시아는 감산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우디는 아예 판을 뒤엎기로 결정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국 셰일가스 업체들의 낮은 채산성을 우려한 미국의 감산 요청을 중동 동맹국인 사우디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치열한 복마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당분간 검은전쟁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경제는 패닉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경제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저유가 파동이 시작되자 맥을 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저유가 기조는 원유 수입국인 한국에게 나쁘지 않은 상황으로 여겨지지만, 이번 국제유가 하락이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린 점은 위기다. 화학업계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동 현지 산업 인프라 확충에도 발목이 잡혔다.

문제는 사태해결의 변곡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우디 국영 석유공사 아람코는 다음 달부터 하루에 123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상태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량의 80%를 담당하는 중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저유가 기조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역 오일쇼크'가 이어지며 코로나19마저 기승을 부린다면 수출지향모델을 가진 국내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