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회사는 원자재 가격 급등, 경기 불황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다가 법정관리를 신청, 우여곡절 끝해 회생에 성공했다. 회사는 회생절차 당시 채권자들에게 채권액의 45%를 현금으로 변제하고, 55%는 현금 상환 대신 주식으로 갚는 출자전환방식으로 회생계획을 수립했다. 회생계획안에 따라 회사는 채권자들에게 준 주식 5주를 1주로 병합하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A회사는 회생을 졸업하고 7개월 후 세무서에서 부가세 환급을 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내용인 즉슨, 원자재를 공급한 회사의 거래처(옛 상거래 채권자)가 세무서에 대해 부가세 환급을 신청해서 세무서가 환급을 해 줬다는 것이다. 세무서가 회생회사인 A회사에게 그 환급한 부가세를 환수하겠다고 통보한 것.

 

 

사례와 같이 회생기업에 대한 세무서의 부가세 처분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2월 시행된 부가세 시행령의 일부 조항때문이다. 

지난  2019년 2월 12일부터 시행된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87조 제1항 제2호에는 부가세 대손세액 공제사유에 ‘회생계획인가 결정에 따라 채무를 출자전환하는 경우’가 포함됐다.

언뜻 봐서는 회생절차에서 이뤄지는 출자전환이 모두 부가세 대손세액의 공제사유로 읽혀진다. 

그럼 예를 들어 보자. 채무가 1000억원인 회사가 회생절차에서 현금으로 300억원만 변제할 수 있다면 나머지 채무 700억원에 대해서는 주식으로 갚아야 한다(출자전환). 

세무서가 이를 대손세액 공제사유로 해석한다면 이와 같이 회사가 회생 이후에도 자본금 700억원 이상인 상태로 유지를 하거나 자본금을 줄일 때 수십억원의 부가세 환수금을 감수해야 한다는 결과가 된다. 

회생제도와 양립하기 어려운 처분이다. 자금 부족은 기업 회생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은행 대출금, 거래처 대금은 물론이고 세금이나 직원 월급 줄 돈도 없는 경우가 많다. 회사는 이 같은 자금 압박의 상황에서 회생절차에 들어간다. 현재의 자금압박을 채무로 특정해 장래 사업이익으로 그 채무를 조정하고 장기로 분할 상환하기 위한 기업의 선택인 셈이다.

기업의 이 같은 채무조정에는 불가피하게 채무의 감면이 수반되는데 그렇다 보니 채무면제이익에 따른 법인세 등 세금부과가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고안된 것이 '출자전환'이었다. 단순히 채무를 면제하면 세금이 나올 수 있으니 채무가 감면되는 만큼 기업의 주식을 발행해 법인세 등의 세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같은 취지가 세무서의 다른 해석으로 변질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세무서의 해석 기준에 따라 법인세와 부가세가 다르다고 보고, 부가세는 회생 성공 이후에도 환수하겠다는 통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사례가 대표적이다. 

◆ M&A하지 말라는 말? 대법원이 판례 남겼다...기준은 '출자전환 후 무상소각'

해당 규정을 해석하는 기준이 없는 것도 아니다. 판례가 이 부분에 대해 대손세액을 공제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명확히 구분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대손세액 공제가 가능하다는 사례(티피피㈜, 서림하이팩㈜)와 대손세액을 공제하면 안 된다(㈜호반자산개발)는 사례를 모두 다룬 바 있다. 

판례는 정확히 '주식을 전부 무상소각했냐'에 방점을 두고 있다. 

대손세액 공제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채권의 회수불능이 확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통상의 회생계획안에서는 채권이 현금과 주식으로 모두 변제하는 것으로 돼 있고, 현금 변제 이외의 금액에 대한 주식금액이 너무 커지는 경우 M&A에 지장을 초래하므로 주식만 일부 줄이게 된다. 

법령과 판례의 취지를 종합하면 채권 변제로 발행된 주식이 '전부 무상으로' 없어진 경우에만 대손세액 공제를 한다. 회생회사가 출자전환을 단행했다고 해서 모두 부가세를 환수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

결국 주식의 무상소각이 아니라 주식금액을 일부 줄인 경우 그 줄인 만큼의 금액에 부가세를 환수하려는 것은 세무서의 잘못된 처분이다. 

일부 과세관청과 같이 채권 변제 대신 주식을 발행해 준 후 주식을 감소시키는 경우를 모두 부가세 환수사유로 해석하게 되면, 회생을 성공하더라도 기업이 엄청난 자본금을 유지하거나, 부가세 환수를 감수하고 주식을 감소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현행 기업 회생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며, 기업이 회생을 하고 싶어도 세금 폭탄 등을 걱정해서 기업 회생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요컨대, 그럼에도 과세관청의 이 같은 처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시행령과 대법원의 기준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데서 기인한 것이다.

◆ 대응절차 있지만 회생기업 힘들다...코로나 상황 속 기업 과세처분 기준 유연하게

시행령에 대한 해석 기준은 그러하되, 일단 과세관청이 처분을 하면 회생회사의 부담은 커진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침체된 국면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해서는 우선 이의신청하는 절차가 있다. 이의신청의 내용은 앞서 대법원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과세관청이 이의한 내용으로 설득되면 처분은 번복된다.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조세심판과 행정소송의 절차로 이행해야 한다. 어느 경우나 번거로운 절차다.

필자는 이런 시국에 과세관청이 보다 유연한 처분을 하기를 바란다. 기준이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정부가 위기상황에서 금융지원과 세제해택을 주는 것도 좋지만, 기업에 유리한 해석을 찾아 적용하는 것도 필요한 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