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서킷브레이커 발동, 거래 일시 중단

국제유가 24% 대폭락… WTI 20달러선 턱걸이

"원유·미국채·金 가리지 않고 현금화“

[이코노믹리뷰=장서윤 기자]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 공포가 지속하는 가운데 또 다시 5% 넘는 폭락세를 나타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38.46포인트(6.30%) 폭락한 1만9898.92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동시에 1000포인트 넘게 폭락한 다우 지수는 2017년 2월 이후 처음으로 2만선 아래서 마감했다. 장중 한때 2300포인트 이상 폭락했다.

이로써 트럼프 랠리의 출발점으로 상징되는 2만 고지는 힘없이 무너졌고, 다우지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31.09포인트(5.18%) 급락한 2398.1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도 344.94포인트(4.70%) 추락한 6989.84에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가 6000대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2018년 1월 2일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웃돈 이후로 처음이다.

뉴욕증시는 오전부터 급락세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확대했다. 점심 무렵엔 S&P500지수가 7% 이상 밀리면서 15분간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되기도 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최근 열흘간 벌써 네 번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대응이 진행 중인 가운데 시장은 연일 등락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치권과 중앙은행이 코로나19발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 증시가 반짝 상승했다가 다시 폭락하는 흐름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17일 현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포함한 1조달러 규모 경기부양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08년 금융위기 사태 당시 사용했던 카드를 연이어 썼다.

연준은 일요일이던 15일 기준금리를 0.00~0.25%로 1.00%포인트 내리고 7000억달러 규모로 국채 및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17일에는 기업어음(CP)직접매입기구(CPFF)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 유가가 약 18년 만에 최저로 추락한 점도 금융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6.58달러(24.4%) 폭락한 20.37달러에 마감돼 지난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WTI 가격은 지난 10일 동안 56%가 밀렸는데, WTI 선물이 도입된 1983년 이후 이 정도의 기간에 가격이 이만큼 떨어진 적은 없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5월물은 장중 24.52달러까지 밀리며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뒤 전날보다 배럴당 3.85달러(13.4%) 폭락한 24.88달러에 마감됐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이달 말 세계 석유 수요가 일일 평균 최대 800만~90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2분기 유가 전망을 배럴당 평균 20달러 수준으로 하향했다.

유가 폭락으로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주식과 원유 등 위험자산 뿐만 아니라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 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현상도 이어졌다. 겁에 질린 투자자들이 자산 종류를 따지지 않고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3.1%(47.90달러) 하락한 1,477.90달러를 기록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도 0.26%포인트 급등한 1.26%를 기록했다. 채권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월스트리트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한때 10%가량 상승한 85선까지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16일 82.69로 치솟으면서 2008년 11월 금융위기 당시의 기록(80.74)을 웃돈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