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일 기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주위로부터 항상 듣는 얘기다. 우리는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명제를 당연시하고 있다. 시장이나 삶이나 늘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근거없는 낙관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공의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스톡데일의 역설(패러독스)’ 일화를 소개한다.

미국의 제임스 스톡데일 장군은 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돼 하노이 포로수용소에서 고문을 받으며 8년을 버텨냈다. 그가 모진 수용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기자들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언젠가는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용소에서 죽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냐는 질문에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낙관주의자들이었다고 답했다. 그들은 ‘올해 크리스마스엔 나갈 수 있을거야’ ‘부활절이면 나갈 수 있을거야’ 등의 생각을 했지만 계속된 실패에 좌절하면서 생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현재는 고통스럽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코로나19의 불안이 걷히고, 기업이 성장할 것이란 믿음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무조건 좋아질 거란 근거 없는 희망은 경계해야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수와 사망자 등의 사실(팩트)외엔 모든 것이 예측이고 추정이다. 수 많은 예측 속에서 시장 투자자들은 좋아질 것이란 예측에 더 큰 믿음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때로는 비관주의자와 일할 때 성과가 높다는 결과도 있다. 열심히 공부한다면 성적은 반드시 잘 나올 것이라고 믿는 부류인 전략적 낙관주의자와는 다른 방어적 비관주의자는 늘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상한다. 이 부류의 사람은 모든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을 떠올리기 때문에 이를 피할 수 있는 해결책도 준비한다.

특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비관주의가 그들의 불안을 다스리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방어적 비관주의를 20여년 연구했던 미국인 심리학자 쥴리 노렘 박사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방어적 비관주의를 통해 그들의 불안을 다스리고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모두 방어적 비관주의자보다는 전략적 낙관주의자와 함께하길 바라지만, 최상의 결과를 내고 싶다면 오히려 방어적 비관주의자들의 얘기도 귀담아 들어야할 필요성이 있다.

고통을 피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누구에게나 고통과 스트레스는 형태만 달리할 뿐 평생 따라다니면서 없어지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은 고통을 안고 살지만 늘 태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에서 다르다. 그들은 합리적인 낙관주의로 무장돼있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선 충전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잠시 시장을 떠나 좋은 글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