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위축으로 임대사업장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서민들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수익이 줄어들어 점포 임대료나 입점 수수료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계속 나오고는 있으나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유통 대기업들이 나서서 중소 관계사들과 임대, 입점 업체들의 고통을 분담하는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상생의 결단은 자사 입점업체와 협력사들을 위한 현대백화점의 지원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5일 자사에 입점해 있는 패션·잡화·리빙 부문 중소기업 브랜드 매니저 약 3000명에게 지원금 10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18일에는 각 점포에 입점한 중소 식음료 매장 약 700곳의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협력사들을 위해 통 크 지원을 약속한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  출처= 현대백화점그룹

수수료 인하 지원 대상은 현대백화점의 전체 식음료 매장 752개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716개 업체다. 3월과 4월에 적자가 예상되는 326개 식음료 매장에 대해선 수수료를 5%포인트 인하하고, 적자 상황이 아닌 나머지 390개 식음료 매장의 수수료를 3%포인트 낮춰준다. 동시에 280여개 식당가 매장은 같은 기간 관리비를 50% 감면받는다.  

현대백화점 측은 “식음료 매장은 하나의 중소기업이 다수의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금액을 지원해 주는 것 보다는 수수료 인하나 관리비 감면이 보다 실질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책이라고 판단했다”라고 파격적인 지원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백화점, 면세점, 마트 등 광범위한 유통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지난 6일 코로나 사태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사들의 지원을 위해 총 9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는 각자와 거래하는 약 5000개의 중소 협력회사들의 자금 운용에 도움을 주기 위해 8000억원 규모의 상품 결제대금을 본래 지급기한보다 약 두 달 앞당긴 3월 20일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롯데그룹은 각 계열사 차원의 다방면 지원책을 마련했다. 패스트푸드 브랜드 ‘롯데리아’, 카페 ‘엔제리너스’ 그리고 도넛 전문점 ‘크리스피 크림’의 가맹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GRS는 각 지역 가맹점에 대한 위생용품과 방역비용 지원, 휴점 매장대상 영업용 소모품 대금 입금 연기, 브랜드 로열티 100% 면제, 가맹점 대출 이자 지원 등 점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상생 지원 방안들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그런가하면 롯데건설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의 자금 유동성에 여유를 주기 위해 모든 협력사에 대한 하도급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 위탁사와 입점업체들을 위한 수수료와 임대료 감면을 결정한 멀티플렉스 메가박스. 출처= 메가박스

콘텐츠 유통업계에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상생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의 운영주체인 ‘메가박스중앙’은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관객이 급감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극장 입점 위탁사들과 임차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제휴 수수료와 임대료 감면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메가박스중앙은 총 58개 위탁사의 2월 수수료를 50% 감면함과 동시에 자사 소유 건물에 입점한 임대와 전대 매장의 2월 임대료를 최대 30%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메가박스중앙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라면서 “사태가 진정되는 동안 협력사들이 사업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일련의 지원책들은 현재 유통 대기업들도 소비경제의 마비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음에도 상황이 더 어려운 중소 협력사들을 위한 상생 차원의 대응이기에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사상 최악의 상황에서 연일 엄청난 손해를 감당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의 상황을 감안한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어 이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면세점 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나 마트, 면세점들의 주요 점포가 방역을 위해 수 일 동안 영업을 중지하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하면 입점 업체들에게도 부담이지만 대기업들는 그 이상의 부담이 가중된다”라면서 “고로나19의 대응을 통해 대기업을 바라보는 정부나 사회의 시선도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