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상황별 시나리오, 컨틴전시 플랜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사방에서 예고도 없이 찔러오는데 어떻게 감당하나. 하늘이 돕기를 바랄 뿐이다"

인천에서 일본을 대상으로 화공사업을 하는 A사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 한일 경제전쟁의 여파로 큰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교역망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감염으로 인한 셧다운 가능성에 긴장하는 눈치다. A사 대표는 "경기가 나빠지면 내수시장에도 길이 보일 수 있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면서 "제조단의 공정을 가진 몇몇 동종업계 사람들은 작업장이 폐쇄되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렇게 되면 답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16일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간담회서도 엿보였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노상철 한국프레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적 절차가 지연되는 가운데 해외 바이어들은 이를 우리 책임으로 몰아 계약을 취소하고 위약금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로 교역망이 붕괴되자 거래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중소기업들이 감내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계에서도 글로벌 교역망에 대한 우려가 크다. 당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12일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금지(제한) 조치를 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국발 입국자 입국금지 또는 제한을 비즈니스 목적 입국에 대해서는 완화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면서 "한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비즈니스 목적 입국은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교역위축을 막고 귀국과의 경제교류를 지속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특히 민감하다. 유럽 빅4 자동차 업체들이 셧다운에 들어가고 미국 자동차 업계도 사실상 셧다운 수순을 밟는 가운데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번지는 장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역시 셧다운 공포가 크다. 글로벌 가전기업 B사 관계자는 "국내 사업장의 셧다운도 문제지만 해외의 경우 (셧다운이 벌어지면) 손을 제대로 쓰기도 어렵다"면서 "당장 입출국도 원만하지 않아 국내의 본사에서 해결을 위해 직원이 출국하기도 어려운 실정이 아닌가. 일단은 현지 위생 및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지켜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따른 공포가 번지며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이 우려스럽다. 또 다른 글로벌 가전기업 C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도, 글로벌 공급망 붕괴도 우려스럽지만 세계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면서 "미국과 유럽이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시도해도 증시가 하락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장 자체가 공포에 질려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 "명확한 컨틴전시 플랜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특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